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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세상] 플라스틱과 함께 발견된 엄청난 뼈의 정체
  • 양진호 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3.01.0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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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가나의 카타르 월드컵 H조 예선이 열린 11월 28일 배달 애플리케이션 쿠팡 이츠는 '치킨 대란'에 빠졌다. 실시간 검색어 1~10위의 대부분을 치킨 업체가 차지했고, 주문도 차질을 빚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에서 운영하는 가맹점은 '주문 불가'가 뜨거나 거의 품절 상태였다. 동네 치킨집에 배달을 시켜도 치킨을 받기까지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는 후문이다. 닭 혹은 우리 말과 다름없어진 치킨은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게 됐을까.

꿩 대신 닭

닭이 꿩에서 유래하였다는 의견이 있다[1]. 닭의 야생 원종은 붉은적색 야계이며 꿩의 일종이다. 꿩과 구별되는 닭이 언제부터 닭이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 화북 지역의 츠산 유적지에서 발견된 유존체(遺存體, remains)가 닭의 시초로 기원전 6000년경으로 확인되었다. 인간에게 길러진 가금류로서 최초의 닭이 발견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한시대에 현대의 닭 품종과 유사한 크기의 닭을 사육한 것으로 밝혀졌다. 꿩과 출토된 고대 닭의 차이점은 첫째, 수컷의 유존체 출토량이 암컷보다 많다. 사육종은 보통 수컷 중심으로 도축된다는 점과 일치한다. 둘째, 발굴된 부척골(닭의 뒷다리 뼈)의 평균 크기가 야계(야생 닭. 꿩과 같은 종)보다 크다. 인류가 야생의 꿩과 구분되는 가축인 닭을 키우는 과정에서 닭의 크기가 커졌다는 뜻이다. 이렇게 닭은 꿩으로부터 분리되어 가금화한다[2].

▲ 용맹한 표정의 수탉 ⓒ 픽사베이

 
우리 속담에 '꿩 대신 닭'은 무언가 귀한 것이 없을 때 비슷한 흔한 것을 대신 쓴다는 의미다. 근대에 접어들면서는 '꿩 대신'이란 단서가 사라진다. 문헌상 꿩고기의 조리법이 1700년 즈음에 많이 발견되었지만 1940년대부터 닭고기의 조리법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 우리나라의 고전 요리비법서 17권을 조사하자 50가지 닭고기 조리법이 등장했다. 야생의 꿩을 대신해 산란율이 높고 고기양이 더 많은 닭이 서민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3].

현재 전 세계에서 상시 사육되는 닭은 227억 마리로 대략 세계 인구의 3배에 달한다. 닭의 다양성은 로마시대~중세에 비해 현재 3분의 1로 감소하였다. 닭의 수가 모든 야생 조류 개체수의 3배가 넘는다는 추정도 있다[4].

2020년 현재 우리나라 성인 1인당 닭고기 연간소비량은 15.76㎏이다. 2017년에 비해 1.2㎏ 늘어났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70%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닭고기를 먹는다. 특히 성인의 절반 이상은 주 1회 이상 외식으로 닭고기를 소비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출이 줄면서 닭고기를 배달시켜 먹는 비율이 상승하는 추세다[5].

▲ 국가별 닭 도축수(2021년) ⓒ FAO

 
이 같은 치킨 열풍에 힘입어 증시에 '치킨 테마'가 등장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17일 '신한 FnGuide 치킨 ETN'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 상품은 'FnGuide 치킨 지수'를 기초 지수로 삼는다. 이 지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중 치킨 산업과 관련성이 높은 10종목을 선정해 기초 자산으로 편입했다[6].

닭의 전성기?

치킨의 전성기 도래는 닭이 사육 측면에서 여러모로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첫째,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닭고기는 같은 무게의 소고기와 돼지고기보다 4분의 1 정도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닭은 소와 비교해 사육에 필요한 면적이 10분의 1이고 소요 사료량이 8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7].
둘째, 닭은 적응력이 뛰어나 사육장 입지에 한계가 없다. 한정된 좁은 공간에서도 잘 성장하기에 히말라야산맥부터 수마트라의 정글까지 인간과 사육장만 있다면 닭은 살아남는다. 다만 지구상에서 남극에서만 닭이 서식하지 못하는데 펭귄 보호를 위해 닭을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8].

셋째, 닭의 단백질원은 인류에게 필수적인 요소다. 게다가 닭고기와 달걀에는 인체가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달걀은 백신을 정제할 때 쓰는 단백질 성분을 제공해 매년 4억 명 접종분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만들 수 있다[9]. 종교적 금기의 대상이 아닌 것도 대량 사육의 이유이겠다. 힌두교도는 소고기,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지만, 닭은 종교와 무관하게 대체로 먹는다. 

▲ 쓰레기 옆에서 허공을 쳐다보는 닭 ⓒ 픽사베이

 
닭의 대량사육 방식은 이점이 동시에 결정적 약점이 되고 있다. 조류독감(AI)은 닭에게 치명적이어서 AI에 걸린 닭은 80% 이상 폐사된다. 2021년 AI가 발생하자 폐사된 닭과 함께 235만 9000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었다[10]. 좀 더 많은 닭고기를 생산하고자 좁고 과밀한 공간에서 닭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으로 AI는 매년 찾아오는 인사치레가 되었다.

이에 따라 닭에게 과도한 항생제를 투약하게 되었고 항생제 내성 등 부차적인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2021년 정부는 농가에서 닭 질병 치료에 쓰이는 '엔플록사신'의 임의적인 투약을 금했다[11]. 항생제 남용은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된다는 측면에서 닭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그 외에 대장균 감염, 복수증, 전염성 빈혈 등 다양한 질병의 위협에 닭이 노출돼 있다. 복수증이란 사육장 내 산소가 부족해 우심실과 복부 팽만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간의 탐욕이 닭에게 일으킨 질병이라 해도 무방하다[12].

상품화에 최적화한 품종 개량 또한 문제 소지를 안고 있다. 1946~1947년 미국에서 열린 '치킨 오브 투모로우(Chicken of Tomorrow)' 대회가 닭 품종 개량의 분수령으로 간주된다. 대회에 참가한 720마리의 병아리를 12주 동안 통제된 조건에서 사육하면서 체중과 건강 측면에서 추적하고 감시하였다. 이 대회 우승 병아리의 유전자를 개량한 종이 현재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먹는 '브로일러(broiler)'라는 육계종이다[13][14].

브로일러는 '구이용 닭'이라는 뜻으로 도축할 수 있는 고기가 풍부하고 사육일수가 짧다. 브로일러는 품종이 아닌 구이용 닭으로 최적화한 육계 전반을 포괄하는 용어이다. 미국 타이슨 푸드 산하의 코브-반트레스, 독일 EW그룹 산하의 아비아젠, 프랑스 그리모 그룹 산하의 하바드 3개 기업이 세계 육용 종계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품종 기준으로 2015년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품종은 로스(40%)이다. 

구이용 닭인 브로일러가 등장하고 1971년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식용유가 출시되면서 프라이드치킨이 유행하기 시작한다[15].

빠른 닭고기 생산을 위해 육계 브로일러는 평균 5~7주 성장 후에 도축된다. 닭의 평균 수명(7~13년)의 50분의 1 수준이다[16]. 개량을 통해 지방과 근육이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골밀도가 낮아 브로일러는 흔하게 골격 질환을 겪는다[17].

비슷한 나이의 브로일러의 부척골은 야계에 비해 길이의 2배, 넓이는 3배에 달한다. 통제된 사육 환경으로 부정맥 유병률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18]. 어차피 아파서 요절할 운명인 브로일러를 발병하기 전에 인간이 일찍 도축하는 셈이다.

▲ 사료를 먹는 닭 ⓒ 픽사베이

 
닭은 죽어서 뼈를 남긴다
그 많고 많은 닭은 죽어서 어디로 갈까. 치킨을 뼈가 있는 채로 먹지는 않기에 일부는 인간의 뱃속에서 소화되고 일부는 뼈로 버려진다. 먹고 남은 치킨 부산물과 그 뼈들은 서울특별시의 음식물류 폐기물 분리배출 기준 표준안에 따라 일반 쓰레기로 간주되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생활 폐기물로 버려지는 쓰레기 중 닭 뼈를 포함한 음식물류 폐기물은 48만 18391톤이었다[19]. 이 중 닭 뼈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되지만,  전 세계에서 연간 도축되는 닭이 720억 마리인 것을 감안하면 배출되는 닭 뼈는 연간 450만 톤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1997년 7월 정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닭 뼈는 원칙적으로 매립장에 직접 매립할 수 없다. 소각, 퇴비화, 사료화, 소멸화 처리 후 발생한 잔재물을 매립하도록 규제했다[20]. 하지만 2018년에만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조직적인 음식물류폐기물 불법처리업체 6곳을 적발하는 등 닭 뼈를 포함해 음식물류폐기물의 불법 매립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21].

이렇게 매립된 닭 뼈는 산소가 결핍된 과밀도의 매립지에 갇혀 쉽게 부식되지 않는다[22]. 이런 환경과 브로일러의 비정상적인 거대 뼈가 맞물려 현재 전 세계에서 수많은 닭의 화석이 만들어지고 있다. 식육용 닭이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충격적인 증거일 수 있다는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팀의 2018년 연구처럼 닭 뼈는 플라스틱과 함께 '인류세'의 대표적인 지표 화석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 전세계에서 도축된 닭의 수 추이 ⓒ Chicken fan

 

만일 인류가 기후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멸종한다면 플라스틱과 같은 기술 화석과 닭 뼈는 후대에 우리 문명의 대표 흔적으로 발굴될 것이다. 그때의 어느 생명종인지 모르는 연구자는 우리 문명의 주인이 인간이 아니라 닭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닭은 죽어서 뼈를 남겼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엇을 남기게 될까. 대한민국의 월드컵 16강 진출과 함께 더 많은 닭 뼈를 배출한 요즘 더 자주 드는 생각이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양진호·소진영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참고 자료

[1] 김지은, 홍종하, 이양수, & 신동훈. (2022). 동아시아 닭 사육의 확립 과정 및 그 역사적 전개-동물고고학 최신 분석기법의 적용 사례를 중심으로. 동양학, 86, 95-123.

[2] 김지은, 홍종하, 이양수, & 신동훈. (2022). 동아시아 닭 사육의 확립 과정 및 그 역사적 전개-동물고고학 최신 분석기법의 적용 사례를 중심으로. 동양학, 86, 95-123.

[3] Kook, K., Kim, M., & Chung, H. (2020). A literature review on the dry-heat cooking recipes of chicken: Focus on the recipe books from 1945 to 1999. Culinary Science & Hospitality Research, 26(2), 90-98.

[4] 인류는 어떻게 닭을 길들였을까 – Sciencetimes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D%B8%EB%A5%98%EB%8A%94-%EC%96%B4%EB%96%BB%EA%B2%8C-%EB%8B%AD%EC%9D%84-%EA%B8%B8%EB%93%A4%EC%98%80%EC%9D%84%EA%B9%8C/

[5] 농촌진흥청 > 홍보 > 보도자료 > 상세보기 (rda.go.kr) https://www.rda.go.kr/board/board.do?mode=view&prgId=day_farmprmninfoEntry&dataNo=100000767193)

[6] 국내 최초 '치킨'에 투자하는 ETN 신규 상장한다 - 아시아경제 (asiae.co.kr)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111516041602955

[7] Land, irrigation water, greenhouse gas, and reactive nitrogen burdens of meat, eggs, and dairy production in the United States | PNAShttps://www.pnas.org/doi/full/10.1073/pnas.1402183111

[8] 치킨의 경고 "나, 사라진다" - 조선일보 (chosun.com)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13/2015071302460.html

[9] 치킨의 경고 "나, 사라진다" - 조선일보 (chosun.com)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13/2015071302460.html



[10] "닭·계란값 폭등해도 구경만" AI 살처분 농가들의 하소연 | 연합뉴스 (yna.co.kr) https://www.yna.co.kr/view/AKR20210127164800064

[11] 농림축산식품부 > 알림소식 > 설명 (mafra.go.kr) https://www.mafra.go.kr/mafra/294/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bWFmcmElMkY2OSUyRjMzMTQ0MSUyRmFydGNsVmlldy5kbyUzRg%3D%3D

[12] 닭 질병 - 동물위생시험소 (chungbuk.go.kr) https://www.chungbuk.go.kr/ilvr/selectBbsNttView.do?key=2218&bbsNo=322&nttNo=69068&searchCtgry=&searchCnd=all&searchKrwd=&pageIndex=1

[13] The “Chicken of Tomorrow” – Livestock (wisc.edu) https://livestock.extension.wisc.edu/articles/the-chicken-of-tomorrow/

[14] 남기창. (2017). 닭고기 시장 다변화를 위한 새로운 닭 품종 개발. 축산식품과학과 산업, 6(1), 17-23.

[15] [박정배의 음식한담] 1인당 한해 20마리 먹는다는데, 한국인이 치킨에 빠진 이유 - 조선일보 (chosun.com)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31/2019013102684.html

[16] 인류는 어떻게 닭을 길들였을까 – Sciencetimes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D%B8%EB%A5%98%EB%8A%94-%EC%96%B4%EB%96%BB%EA%B2%8C-%EB%8B%AD%EC%9D%84-%EA%B8%B8%EB%93%A4%EC%98%80%EC%9D%84%EA%B9%8C/

[17] Noninfectious Skeletal Disorders in Poultry Breeders - Poultry - Merck Veterinary Manual (merckvetmanual.com)
https://www.merckvetmanual.com/poultry/disorders-of-the-skeletal-system-in-poultry/noninfectious-skeletal-disorders-in-poultry-breeders

[18] Sudden Death Syndrome of Broiler Chickens - Poultry - Merck Veterinary Manual (merckvetmanual.com)
Sudden Death Syndrome of Broiler Chickens - Poultry - Merck Veterinary Manual (merckvetmanual.com)

[19] 폐기물 발생현황_생활폐기물 (kosis.kr)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6&tblId=DT_106N_29_2020001&vw_cd=MT_ZTITLE&list_id=T_23_001&scrId=&seqNo=&lang_mode=ko&obj_var_id=&itm_id=&conn_path=MT_ZTITLE&path=%252FstatisticsList%252FstatisticsListIndex.do

[20] 음식물류폐기물의 직매립 금지 | 나라경제 | KDI 경제정보센터 https://eiec.kdi.re.kr/publish/naraView.do?cidx=4794

[21]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알림마당 – 보도자료 - 전체 - 조직적인 음식물류폐기물 불법처리업체 적발 (me.go.kr) https://www.me.go.kr/ysg/web/board/read.do?pagerOffset=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title&searchValue=%EC%9D%8C%EC%8B%9D%EB%AC%BC%EB%A5%98%ED%8F%90%EA%B8%B0%EB%AC%BC&menuId=4290&orgCd=&boardId=926910&boardMasterId=310&boardCategoryId=&decorator=

[22] 공룡처럼 인간이 사라지면 닭뼈만 남으리라 : 과학 : 미래&과학 : 뉴스 : 한겨레 (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61028.html

 

양진호 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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