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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 소진영 (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12.0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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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숙명여자대학교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의 대자보

서울 송파구에 사는 숙명여대 재학생 조모(25)씨는 보름째 SPC 그룹 제품을 일절 사지 않고 있다. 조씨는 31일 “물가가 크게 올라 가게 앞에 내놓은 떨이 상품을 구입할 뻔 했지만 파리바게트인 것을 알고 발걸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비롯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SPC 계열사 정보를 알려주면서 불매를 독려하고 있다.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직원 사망 사고로 시작한 불매운동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피로 만든 빵’이라며 사고 직후 불매운동이 시작되었는데, 조문객 답례품으로 파리바게뜨 빵을 두고 간 것이 알려져 고인과 유가족의 심경을 배려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21일 허 회장은 해당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23일 또 다른 계열사 공장에서 부상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공분이 일었다.

대학가를 비롯해 2030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SPC그룹 계열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파리바게뜨를 포함해 베스킨라빈스, 던킨, 삼립, 샤니 등 SPC그룹 계열사 브랜드 리스트와 이를 대체할 품목과 브랜드를 정리한 표가 공유되고 있다. 심지어 SPC그룹의 밀가루를 활용한 베이커리류가 어디에 납품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SNS에서는 바코드를 찍으면 SPC제품인지 판독해주는 사이트 링크까지 공유되고 있다. 익명의 개발자가 만들어 공유한 누리집으로 바코드를 찍거나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면 SPC 제품 여부를 알려준다. 한 개발자는 트위터 계정에 “SPC 삼립, 삼립, 비알코리아, 파리크라상 대역을 찾아 넣어 제품을 분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숙명여대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는 ‘사람을 기계로 보는 SPC 기업을 불매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내걸었다. 가치는 대자보를 통해 “비슷한 끼임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났지만, SPC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면서 SPC가 대책으로 내놓은 안전시설 확충에 1,000억 원 투자 계획을 비판했다. 해당 게시물은 게시 후 200건이 넘는 추천수와 연대의 댓글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대학생 나이 또래의 젊은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사건의 연장선에 있어 2030 젊은이들의 분노가 크게 분출하고 있다.

일부에선 SPC계열사 불매가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시선을 보낸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59)씨는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불매를 한다고 들었다”며 “어차피 3주만 지나면 우리나라 사람들 다 (불매했던 것을) 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용산의 A편의점은 SPC불매 운동이 본격화했던 21일 이후 “없어서 못 팔던 포켓몬 빵이 남더라”면서 “대학교 근처라 더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로자가 업무 중 사망한 상황에서 사고 현장을 천으로 덮어놓고 사고 라인을 그대로 가동한 SPL의 대처는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더 우려한 태도 때문에 2030의 비난을 받고 있다. 노동자 계층에 이제 막 진출했거나 앞으로 진출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다가는 SPC 역시 결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경영권이 바뀐 남양유업이나 불매의 아이콘이 된 유니클로와 같은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진영 (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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