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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취향과 생각’은 안녕하신가요?-영화 『소공녀』를 보고-
  • 이유민(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11.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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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사 ‘광화문시네마’의 <족구왕>(2014)과 <범죄의 여왕>(2016)으로 유명한 제작사의 작품이다. 비상업영화, 독립영화를 만드는 광화문시네마의 작품들은 청춘들의 고민과 감정을 녹여내 2030세대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소공녀>의 미소는 집이 없다는 점에서 광화문시네마의 이전 작품 속 캐릭터보다 상황은 더 나쁘지만, 담배와 위스키와 남자친구만 있으면 이대로도 괜찮다고 말하는 낙천성은 좀 더 뚜렷하다. 친구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정작 자기 공간을 침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본인 반성에서 거처를 옮겨 다니는 미소의 설정이 시작됐다. 여성감독 전고운의 첫 장편영화인 <소공녀>에는 그녀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경험이 뚜렷이 담겨있다.

 

동명의 소설 『소공녀』의 주인공 세라는 부잣집 딸로 최고 사립 기숙학교의 가장 좋은 방에 산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고 난 후, 다락방으로 쫓겨나고 하녀와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세라는 어느 환경에 있든 ‘세라다움’을 잃지 않는다. 잘났다고 뽐내지 않으며, 가진 것이 없다고 자괴감에 빠지지도 않는다. 있는 자리와 관계없이 친절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 우리의 주인공 미소도 마찬가지다. ‘미소다움’을 잃지 않는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일당 45000원을 받는 미소의 지출은 집세, 약값, 담배와 위스키 값으로 하루 벌어 하루를 겨우 살아간다. 미소에게 집세와 담배값 인상이라는 시련이 찾아온다. ‘담배를 포기하겠거니’ 보통의 우리가 할 결정을 비웃는다는 듯 미소는 어렵지 않게 집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난다. 남들이 대책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한다고 비웃을 자신만의 ‘여행’을 다닌다. 여정에서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같이 한 친구들을 만나 잠자리를 내 줄 수 있을지 묻는다. 집의 여부와 관계없이 미소는 ‘취향과 생각’을 잃지 않는다.

 

영화는 관객들이 모두 미소의 감정에 이입하길 강요하지 않는다. 미소 친구들의 감정선도 잘 담아내며 영화에 등장하는 모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 ‘집세 낼 돈이 없어서 친구들의 집을 떠돌아다니지 말고 술과 담배를 끊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든다. 관객들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부잣집 사모님이 된 친구 정미는 “너의 삶이 스탠다드는 아니야. 너의 생활 방식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거니” 미소를 꾸짓는다. 미소는 가시 돋힌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집이 없긴 하지만 취향과 생각까지 없는 건 아니거든’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그녀의 굳센 태도는 미소를 걱정하던 관객과 미소를 조금은 대책 없다고 생각하던 관객들을 모두 설득시킨다. 그녀의 삶의 방식에 모두가 납득하게 된다.

 

“미소는 내 로망의 결집체다. 완성된 캐릭터다. 저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보고 싶었다. 자본주의의 우선 가치에선 밑에 있으나 예의 있고, 강하고, 멋진 여자.” 감독 전고운이 말하는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는 이렇다. 용감한 미소는 자신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자신이 바라는 것을 펼치며 산다. 스스로 온전히 생각하고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결정한다. 또, 명확한 취향까지 가지고 있는. 지금 같은 시대에선 실존이 불가능할법한 인물이다. 미소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답이라고 말하진 않지만, 물질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사는 청춘들에게 울림을 준다. 나의 취향과 생각은 여전히 존중받고 있는지, 각박한 삶에 치여 그것들을 모두 버려둔 것이 아닌지 관객에게 되돌아볼 시간을 준다. “당신들의 취향과 생각은 안녕하신가요?” <소공녀> 속 미소가 우리에게 던지고 간 물음이자 기회이다.

이유민(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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