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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는 아직 무지개가 뜨지 않았다
  • 정여진(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10.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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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받는 병원 진료, 그마저 누리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의료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은 바로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 트랜스젠더, 퀴어 등 다양한 젠더)인 성소수자들이다. 전국적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는 퀴어문화축제, 트랜스젠더 풍자의 인기와 활약 등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더디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희망적이다. 그러나 그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의료 정책과 시스템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성소수자 의료, 왜 필요할까

 

퀴어 내에서도 의료 부분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큰 집단이 트랜스젠더이다. 호르몬 치료, 외과수술 그리고 그 뒤의 케어까지 정말 많은 부분에서 전문적인 의료자원이 필요한데 여전히 수도권 중심적으로, 커뮤니티 안에서만 비밀리에 공유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윤현배 교수는 스브스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랜스젠더 분들 중 호르몬 치료를 받아서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외모가 바뀌었는데 법적으로 성별 정정이 안 되어있는 경우가 있어 의료진들이 환자의 외모와 주민등록번호가 다르면 당황해한다. 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 분들은 약물처방이나 다른 의료과와의 협력 부분에서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를 위한 성소수자 의료 교육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은 의학교육에 성소수자 의료 교육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21년 서울대 의대에서 윤현배 교수가 도입한 성소수자 의료 수업이 국내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멀었다

 

미국은 전문의과 학회와 단체들이 트랜스젠더 의료적 지원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올해 미국의사협회는 차기 회장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제시 에렌펠트 박사를 선출하기도 하였다. 스브스뉴스 취재내용에 따르면 이미 미국 75%의 의대에서는 2010년부터 성소수자 의료 수업을 필수로 진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은 성전환 수술 경험이 많은 나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트렌스젠더 유튜버들이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사례가 많다. 벨기에의 겐트대학 병원에도 성소수자 의료 연수과정이 있다. 베트남 보건부는 최근 성소수자 건강을 보장하는 새로운 의료 기준을 공식화 하며 전국 의료센터에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진료 개선을 명령했다.

 

반면 한국은 어떨까. 강동성심병원 김결희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외국은 성소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와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 심리상담가들이 팀으로 움직이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시스템과 제도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헌혈 전 체크하는 몇 가지 문항 중에서도 동성 간의 성 접촉을 차별하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의료계는 HIV 감염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평가받는 항문 성교는 동성애자 뿐 아니라 이성애자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에 동성애 자체를 HIV 확산의 원인으로 보는 건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남성 간 성 접촉여부를 묻는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만 1년간 헌혈이 불가하다.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부분에서도 성소수자들은 배제된다. 연명의료 결정법이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 놓인 환자가 치료를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법으로, 환자가족 전원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범위가 가족관계증명서에 명시된 배우자와 직계손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동성결혼을 한 사람이나 사실혼 관계에 놓인 사람들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는 의료기관 이용을 주저하고 포기하는 성소수자들이 많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4명 중 1명은 의료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이용을 포기했고, 심지어 실제 의료기관에서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는 이는 2명 중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들은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나 의료 기관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성소수자 알권리 보장을 지원하는 블로그 단체가 있다.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라는 뜻을 지닌 블로그 단체 ‘노스웨스트 호’이다. 2018년 처음 설립된 이 단체는 서울 말고는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 힘들어하고 있는 퀴어 친구들에게 검증된 정보를 주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이곳은 성소수자들이 의학적으로 도움을 받고자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자체적으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지역별 퀴어 프렌들리 병원 리스트 업데이트와 의료 상담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건강권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당연하게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권이다. 그리고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이 바로 의료적 부분이다. 우리는 언제쯤 성중립 화장실과 개별 탈의실을 쉽게 만날 수 있을까. 성소수자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차별 없는 공간으로써 병원이 가장 먼저 변해야 한다. 한국은 성소수자 의료서비스 관련 인식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정여진(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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