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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두메 사람들
  • 고준희(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09.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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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전, 한백생태연구소 부소장이신 김영선 교수님의 지도 하에 국립공원 청년학교에 참석한 20여 명의 대학생무리에 속해 광주 평두메 습지를 찾았다. 진한 풀내음이 콧길을 지나가고, 곤충의 울음소리가 빗소리와 섞여 귀를 간지럽혔다. 빗물때문인지 습지가 더 푸르러지고 생명력 있게 보였다.

 

(사진 1) 평두메 습지

 

평두메 습지는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약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산지형 저층습지로, 과거에는 경작지였으나 폐경하고 현재는자연적으로 습지 원형이 복원되고 있는 대표적인 묵논습지이다. 

하지만 무등산국립공원 내 토지의 60%가 사유지에 해당하여 습지 지역 일부가 경작지로 활용되거나 외부에 의한 오염원 유입으로오염되어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어 습지생태계가 오랫동안 위협받아 왔었다. 실제 2020년 집중 호우로 인해 계곡에서유입된 토사로 용출수가 차단되면서 평두메 습지 내 육상화와 건조화가 가속화되어 습지 복원이 시급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광주전남녹색연합과 전문가, 활동가, 시민들이 습지 내 사유지의 특별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평두메 습지 복원 및 보호의 필요성을알리고 소유주들을 설득하여 마침내 2020년 12월 30일에 화암동 314-531번지 일대가 평두메 습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특별보호구역 지정 이후 무등산국립공원단과 다양한 습지 전문가, 자원봉사자, 시민단체가 함께 평두메습지 복원사업을 실시한지7개월만에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 삵(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청둥오리, 너구리, 왜가리를 비롯한 다양한 천연기념물과멸종위기야생동물이 평두메 습지에서 발견되었으며, 생태계 건강성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받았다. 한국산지보전협회는 평두메 습지복원사업에 자연친화적 공법을 적용한 우수 사례로 ‘2021년 제 16회 산림생태복원 기술대전’의 우수상을 수여했다. 이러한 성원에힘입어 무등산국립공원단은 기존 2필지였던 평두메 습지 내 특별보호구역 사유지를 구매해 7필지까지 확대하였다. 평두메 습지에 대한설명을 듣는 동안 모든 과정을 함께 한 무등산국립공원단 직원들의 얼굴에서 습지 복원 사업을 해낸 장본인들임이라는 자부심이 엿볼수 있었다. 

습지는 해양 다음으로 탄소 흡수량이 많으며 지구 지표면에서 약 6%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탄소 40%를 저장할 수 있다. 또한 습지환경은 수초류, 어류, 조류, 육상동물 등 다양한 생명체가 생태계를 이룰 수 있는 서식 환경을 제공해 생태적 가치가 크다. 기후변화완화에 있어서도 습지 주변 지역의 온도와 습도 등 국지적인 기후 조절 기능도 수행하여 탄소중립 이슈 중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생태자원이다. 평두메 습지는 488종 이상의 생물 다양성을  지니고 있으며 현재에도 계속해 새로운 동식물 종들이 발견되고 있다. 

김영선 교수님을 따라 평두메 습지 주변을 둘러보는 중, 그물이 달린 모자부터 긴 장화까지 완전 장비를 착용한 두 청년이 습지에나타났다. 그들은 평두메 습지의 생물다양성을 조사하기 위해 일 년에 두 번씩 이곳을 찾는 경북대 응용생물학과 석사과정을 준비 중인대학원생들이었다. 교수님의 부탁으로 두 사람은 채집해온 습지 속에 사는 곤충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었고, 생명의 신비에 대한자신들의 열정을 열심히 토로하였다. 

(사진 2) 경북대 응용생물학과 대학원생들이 채취한 곤충들을 관찰하는 학생들

습지에서 나오는 길에 국립공원단 직원께서 물호스로 신발에 묻은 진흙을 닦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 분의 도움으로 옆에서 신발을닦는데,자연을 방문한 후뿐만 아니라 방문하기 전에도 복장을 깨끗이 하라는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자연탐방 종료 후에 탐방 중에 묻은먼지와 흙 등을 털어내는 것은 등산만 가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자연탐방 전에도 복장을깨끗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 붙어 있던 타지의 식물 씨 등이 탐방 중에 떨어져 새로운 종이 발생하게 될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자연을 떠나도 피차일반이다. 따라서 옷과 신발 등에서 흙을 털어내는 것은탐방 전후 모두 지켜야 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진흙을 털어내고 버스로 돌아오는 길에 직원 아주머니께서는 한 손에 식물 하나를 들고 계셨다. 무엇을 들고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흰꽃이 달린 긴 풀을 보여주며 환히 웃으셨다. 그것은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다 어디로 갔을까?>의 제목 속 바로 그 싱아였다. 그분도 국립공원단에서 일하신지 꽤 시간이 지났고 쉰이 넘었지만 한번도 싱아를 실제로 본 적은 없다고 하시면서 싱아를 발견하게되어 기쁘다고 하셨다. 싱아는 6~8월에 흰 꽃을 피우는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어린잎과 줄기를 생으로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나서 예전에는 시골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에는 밭과 하천가가 줄어들면서 보기 힘들며 산기슭에나 가야 볼 수 있게되었다.

(사진 3) 무등산국립공원 직원분께서 직접 채취한 싱아

 

자연을 방문하기 전후로 혹시 자연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지 스스로를 점검하고, 자연을 탐방하는 동안 깃대종 하나하나에 기쁨을느끼는 사람들이 마치 습지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생명체가 생태계를 이룰 수 있는 서식 환경을 제공하는 습지를 닮아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사람들을 보며 자연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게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평두메 습지와 같은 곳과 그러한습지를 닮은 사람들이 많아져 신 맛이 나는 싱아가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자연을 향한 관심과 노력이 계속되길 바란다. 

 

고준희(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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