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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가격은 오르고 대우는 그대로” 항의에 나선 뮤덕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의 개막을 앞두고 ‘뮤지컬 덕후’(이하 뮤덕)들이 반발하고 있다. 제작사에서 티켓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대극장 뮤지컬 VIP석 가격은 15만원 대로 책정되었다. 16만원의 선을 넘은 극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처음이다. 이번 가격 인상 조치에 뮤덕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뮤지컬 산업의 성장 때문이다. 뮤지컬 산업은 코로나 19 이전으로 시장이 회복된 걸 넘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19년 하반기 뮤지컬 시장 매출은 1,316억 원이었던 반면, 2021년 하반기에는 1,388억 원에 달했다. 시장의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있는 만큼 가격 인상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뮤지컬 시장은 매출에 비해 순이익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뮤지컬 업계 1위로 꼽히는 제작사의 엠뮤지컬 컴퍼니의 매출액은 295억 9천만원인 반면, 당기 순수익은 2억 6,507만원으로 백배가 훌쩍 넘는 차이가 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제작사인 쇼노트는 더하다. 쇼노트는 2021년 기준 227억 4,996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순이익은 974만원에 불과했다. 낮은 순수익률을 감안한다면 티켓 가격 인상은 제작사에서 충분히 검토할 만한 선택지로 보인다. 그러나 뮤덕들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티켓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 때문만이 아니라고 뮤덕을 자처하는 A씨는 말했다. 공연 중 일어나는 잦은 사고와 미흡한 대처, 불합리한 좌석 등급 책정, 줄어드는 재관람 혜택 등 다양한 불만이 합쳐졌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대처가 나아질 거란 기대를 할 수 없음이 반발의 근본적인 이유가 됐다. 다음은 A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최근 뮤지컬 가격 상승에 따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뮤지컬 제작사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여 터진 거다. 뮤덕들은 지금까지 불만 사항을 제작사에 꾸준히 표출해왔다. 그럼에도 변화는 없었던 반면 티켓 가격은 계속 올라가니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된다.

Q. 제작사에 불만을 지니게 된 원인도 이야기해달라.

A. 대략 여섯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뮤지컬 1층 좌석 대부분은 가장 가격이 높은 등급의 좌석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자리로 책정된 좌석 중에서도 실상 시야가 좋지 않은 자리가 많다. 극장 자리별 시야 평가표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또한 뮤지컬의 주요 타겟층은 ‘회전문’을 도는, 계속 같은 극을 관람하는 관객임에도 대우가 좋지 않다. 대극장은 재관람 혜택이 없어졌고, 소극장에서도 줄어들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Q. 재관람 혜택이 필요한 까닭을 설명해달라.

A. 특히 소규모로 갈수록, 뮤지컬 제작사들의 주 고객은 회전문 관객이다. 이들은 같은 극을 수십 차례까지 관람한다. 제작사에서 판매층을 이들로 잡은 만큼 회전문 고객층을 잡기 위한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재관람 혜택인 경우가 많았다.

Q. 이해했다. 다른 이유도 계속 듣고 싶다.

A. 음향이 실수로 끊긴다거나, 다른 노래를 트는 등 사고도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사고에 대한 보상이 미흡한 것도 실망의 원인이 됐다. SNS를 통해 사과 한 줄을 올려둔 게 전부거나 그마저도 없을 때도 있었다. 최근에는 무대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한 보상이 본인들 뮤지컬 할인 쿠폰인 적도 있었다.

Q. 팬들이 반드시 올 것을 믿고 가격에 비해 낮은 퀄리티를 낸다는 뜻인가?

A. 그렇다. 너희는 이미 ‘잡힌 고기’다 라고 생각하는 게 태도로 느껴질 때가 있다. 최근 어느 뮤지컬은 뮤덕들이 꺼리는 배우를 캐스팅한 뒤 첫 번째 공연에 배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뮤덕들에게 개막인 첫 공연은 큰 의미가 있다.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더라도 보러 갈 정도다. 그렇기에 캐스팅에 항의 중인 뮤덕들에게는 제작사가 정면 승부를 던지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같이 소비자와의 기싸움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뮤지컬 업계에서는 소비자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기 힘들었다.

Q. 결국 주 소비자층인 것에 비해 대우받지 못하는 게 지금 불매의 원인이 된 것 같다.

A. 그게 맞다. 뮤지컬 업계는 관객 기만으로 이전부터 말이 많이 나왔다. 젊은 여자 관객이 대부분이라 무시당하는 거도 크다. 올해 초에는 젊은 여자 관객만 극장 앞에 줄지어 있는 모습 말고 가족과 어르신, 청소년이 함께 있는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여성 관객만 있어 아쉽다며 비꼬는 투의 글이 어느 작가의 SNS에 올라와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극을 소비하는 여성 관객으로서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이었다. 이런 일이 뮤지컬 업계에는 비일비재했다. 가격은 올라가는 것에 비해, 극의 질이나 관객 대우가 달라질 것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Q. 관객 대우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겠는지 의견이 있다면 말해달라.

A.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기본만 해주면 좋겠다. 상식적인 선에서 좌석 등급을 책정하고, 암표가 횡행하지 않도록 잡고, 주 소비자층 배려하고, 기만하지 않는 것 정도. 뮤지컬 업계는 힘들다고 계속 말을 하는데, 관객들의 요구를 들어준 적은 없었다. 암표를 잡지도 않고, 사고 보상은 미흡하며, 관객 기만 문제도 꾸준히 터지고 있다. 고객층인 관객에 대한 대우가 좋지 못하다 보니 가끔은 “정말 힘든 게 맞아?”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대극장은 좌석 등급 책정도 이런 식으로 하면서 돈도 많이 받아먹는데 뭐가 힘든가 하고. 이런 점을 개선해주면 좋겠다.

 

A씨가 지적한 대로 뮤지컬 좌석의 불합리한 등급 지정은 꾸준한 논란이 되어왔다.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16~18열까지 가장 높은 가격의 티켓인 VIP 좌석으로 판매된다. 배우들의 얼굴이 보이기는커녕 동작도 세밀하게 살필 수 없는 거리다. 이 좌석들은 표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앞 열과 간극이 크기 때문에 합리성의 측면에서 논란이 되어왔다. 그럼에도 이 자리들이 VIP 등급으로 팔리고 있는 것은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7월 ‘마타하리’ 공연 중 있었던 추락 사고와 그에 대한 미흡한 대처도 논란이 됐었다. 공연 도중 아파트 2층 높이에서 배우가 떨어졌으나 배우를 병원에 이송하지 않고 공연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제작사인 엠뮤지컬컴퍼니 측은 극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배우의 의사를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답했으나, 무대장치가 계속 불안하게 흔들렸고 사다리 장치를 잡고 있던 사람이 두 명뿐이었다는 관객들의 증언이 나온 이상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을 사고를 일으킨 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결국 이러한 문제가 쌓이고 쌓여 뮤덕들의 불만 폭발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국 뮤지컬의 ‘큰 손’은 여전히 회전문 관객인 뮤덕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뮤지컬 전체 예매자 중 12.6%가 같은 작품을 2회 이상 반복해서 본 뮤덕으로 집계됐다. 얼핏 수가 적어보일지 모르지만, 이중 같은 작품을 가장 많이 본 것으로 집계된 관객은 뮤지컬 ‘멸화군’을 총 86회 관람했을 정도다. 소극장 뮤지컬일수록 회전문을 도는 뮤덕들에 대한 의존은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뮤덕’ 관객이 점점 떠나기 시작한다면 업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뮤덕들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표를 잡기 위한 티켓팅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업자들과 사고에 대한 미흡한 대처는 뮤덕 뿐 아닌, 공연을 관람하는 대다수 관객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한 뮤지컬의 티켓팅이 끝나고 나면 좋은 자리를 2~3배의 가격으로 판매하겠다고 나서는 업자가 수두룩할 정도다. 표를 잡기 어려워진다면 공연장에 들어서는 발걸음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관객을 진정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을 위해 뮤지컬 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직은 먼 이유다.

김유승(ESG기자단)  sarka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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