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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주거 사다리’는 어떤 형태여야 하나
  • 지예림(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09.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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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아래로 흐른다. 세상의 순리가 가장 아래의 이들에게는 재앙과도 같다. 지난달8일 서울지역을 덮친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가족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지하 주택 거주자를 포함한 주거 취약 계층이 겪는 재난 위험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달22일 서울시의회 앞 차려진 시민분향소 앞에서는 폭우참사 희생자 추모 주거단체의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침수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기도 전에 들려온 태풍 힌남노 소식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다시 상기시킨다. 사고 뒤 서울시가 내놓은 방침의 요지는 주거 목적 반지하 신축을 허가하지 않고, 지어진 반지하는 순차적으로 없애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방침의 적절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주거 사다리’를 효과적으로 놓기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누가 반지하에 사는가. 어떻게 반지하로 흘러 들었나. 그들의 삶은 어떠한가.

반지하 주택의 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건축법은‘건물 높이의 절반 이상이 땅 아래에 있는 집’을‘지하층’이라고 규정하고만 있다. 절반 이상이 땅 아래에 있지 않으면 지하층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데, 집의 일부가 땅 아래에 묻혀 있기만 해도 반지하 주택으로 보는 일상적인 기준과는 맞지 않다.다만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에서 반지하 주택을 비롯해 지하층에 사는 사람을‘주거취약계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서 울 시내에만 20만 가구가 지하, 반지하에 주거하고 있다. 이는 전체 가구의 5% 수준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국에서 반지하를 포함해 지하에 사는 가구는 약32만7,000 가구로, 비율로는 1.6% 수준이다. 반지하 거주 이유로는 응답자의 3분의1이 ‘일자리’를 꼽았다. 반지하 거주 인구가 서울에 집중된 이유를 알 수 있다. 또한 거주 형태는 월세가 전체 중 55%를 차지했다. 이는 지상 거주 가구에서 자가가 59%, 월세가 23%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주자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도 주목할만하다. 60대 이상 가구 비중이 2005년 14%에서 2020년 36%로 증가한 한편, 30대 이하 가구는 42%에서 12%로 감소했다. 반지하 거주자 평균 연령은 2005년 42살에서 2020년 54살로 올랐다.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서울에서 반지하는 서울의 일반적인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1인 가구와 노인의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최종적으로 반지하를 몰아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204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2만여 호를 재건축, 23만호 이상을 확보한다면 반지하 가구 20만호는 공공임대 재건축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지하 주민들을 임대주택에 입주시킨 이후 2년간은 매월 2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10~20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주거용 반지하, 지하 건축물을 순차적으로 없애는'반지하 주택 일몰제'도 추진한다. 이와 같은 발표에 현실을 무시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우선 공공임대주택의 대기 인원을 고려한다면 반지하 거주자들을 우선 입주 시켰을 때 기존 입주 대기자들의 반대에 부딪칠 것이다. 월세 20만원인 공공임대주택은 서울 시내에는 거의없기 때문에,지원 기간이 끝나면 입주민들이 다시 반지하를 찾게 될 확률도 크다. 옥탑방 거주 인구수가 크게 줄자 고시원 인구 수가 증가한 과거의 사례처럼, 임대주택 입주권 제공으로 반지하 가격만 상승하고 반지하에 거주하던 이들은 고시원 옥탑방으로 이동해 여전히 주거 취약 계층에 머무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지하를 마냥 보존하고 현상을 유지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주차장법의 개정으로 반지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소멸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겨 주거 안정을 해치기 보다는, 수해 상황 외에도 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에 맞춘 복지를 제공하며 점진적인 전환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주거 취약 계층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주거 정책은 어떤 형태여야 할 것인지,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 질문이 남는다.

 

지예림(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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