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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알프스를 기대하는 당신에게
  • 정대환(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09.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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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7월 7일 전라북도 남원시 시청 앞에서 열리는‘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민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당일은 비가 솔솔 내리는 흐린 날씨에 지방 소도시 저녁 풍경이 으레 그렇듯이 텅 빈 거리가 연출되어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더했다. 10명의 적은 인원만이 참여하고, 분위기도 스산하니 집회다운 모습이 아닐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참여자들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산악열차 백지화”, “지리산을 그대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명 한명 모두발언을 이어갈 때는 지리산에 대한 사랑과 미래세대를 위한 걱정과 반성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그들이 든 촛불이 어두운 거리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나 보였다. 현재 남원시가 추진하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이 무엇이길래 이들이 이리도 열정적인지 알아보자.

집회는‘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의 주최로 매주 목요일 17시 30분 남원 시청 앞에서 열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원 시민과 종교인, 인근의 하동/구례/산청 등의 지리산 권역 주민들이 참여해 산악열차 반대 구호와 모두발언을 이어간다.

 

(사진1.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집회모습 – 출처: 대책위 제공)

 

한국판 융프라우, 지리산 산악열차?

스위스는 전 국토의 30% 정도만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알프스를 위시한 산지 관광산업으로 연간 35조 이상을 벌어들이는 관광 대국이다. 특히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요흐로 이어지는 9.3km 길이의 산악철도는 손꼽히는 관광 포인트이자 산악개발의 진수로 여겨진다.

(사진2. 융프라우 산악철도 사진 – 출처: 픽사베이)

 

국토의 63.7%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한국에서 스위스의 성공사례는 산림자원 활용 논의에서 늘 등장한다. 설악산 케이블카, 영남 알프스 케이블카 사업 모두 선도적 사례로 스위스를 내세웠다. 한국판 융프라우‘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역시 지리산을 알프스와 버금가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사업이 시작되었다. 지난 6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시행한‘산악용 친환경 운송시스템 시범사업’공모에 선정된 남원시는 산악열차 사업계획을 내세웠다. 계획에 따르면 2026년까지 국비 278억 원을 투입해 지리산 국립공원 내 고기삼거리~고기댐 1km 전기열차 시범노선을 건설해 차량 3대를 운영하고, 더 나아가 육모정~고기삼거리~정령치에 이르는 13km 구간의 노선을 최종적으로 설치·운영한다. 사업의 목표는 산간지역 교통편의 증진과 지역관광 활성화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실상은 산업기반과 자원이 없는 지방 소도시에서 대규모 관광자원을 만드는 것이다. 지방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지역인구 감소와 지역경제의 침체를 겪는 남원에서 지리산 관광자원 외에 시도할 수 있는 사업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2012년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이 좌절되고, 2013년부터 새로이 시작한 사업이 바로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사업이다.

(사진3. 지리산 산악열차 노선도/ 출처: 전라북도청)

 

허울뿐인 친환경과 불확실한 효과

사업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친환경 전기열차’란 이름부터 문제였다. 남원시는 기존 지방도 노선 위에 선로를 설치하여 산을 깎을 일이 없다는 것은 물론, 차량의 매연이나 소음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도 노선을 까는 장기적인 개발사업이 과연 친환경적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더욱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 위에 철로를 놓는 것이 어떻게 친환경일 수 있을까? 대규모 건설 사업인 만큼 자재 이동과 이를 위한 임도 건설, 소음, 폐기물 등의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기존 도로를 깨고 철로를 까는 과정에서 숲을 훼손하지 않고서 오랫동안 공사를 이어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뒤따라오는 경제효과 역시 불완전하다. 남원시의 사업계획서를 보면 2030년까지 시범노선 131억(국비), 1구간 노선 490억(도비50% 시비50%), 2구간 노선 491억(민간투자) 원이 투입된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져야 하나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마땅치 않다. 먼저 민간투자로 이뤄지는 부분의 경우 훗날 전기열차의 수익이 민간기업으로 들어간다. 이를 지역경제에 도움 주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전국에 생긴 케이블카들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가장 유명한 남산 케이블카의 경우도 민간사업자의 소유로, 수억의 이득이 개인에게 흘러가고 있다. 다음으로 관광유치를 통한 수익창출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지역의 수익창출은 관광자원의 마련과 지역 상품과의 연계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만 가능하다. 지역의 자연적/문화적 요소가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 거대 시설물이 방치될 뿐이다. 남원시는 융프라우를 표방해 설경 관광을 즐길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기후위기로 지리산은 겨울조차 눈이 내리지 않는 곳으로 변모했다.

 

시대는 자연스러움을 요구한다

지역소멸이 논의되는 요즘, 각 지자체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관광산업에 사활을 건다. 그러나 많은 사례를 보면 대규모 시설물은 인구이동이 적은 지방에서 유지비만 많이 드는 애물단지가 된다. 또 무리한 시설투자로 재정에 부담이 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관광산업은 마냥 구조물을 짓는다고 부흥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문화와 자연, 전통, 주민의 삶을 통한 지역적 특색이 그 지역의 매력을 높이고 관광을 발전시킨다.

지리산을 품고 있는 남원의 지역적 특색은 무엇일까? 우리는 거대 인공물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거대한 아파트를 앞에 두며 살아가고, 어느 곳에 가든 거대한 조형물을 보게 된다. 환경위기가 대두될수록 주목받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자연환경을 누릴 권리이다. 깨끗하고 아름답고, 옛 자연 그대로인 모습이야말로 이 시대에 주목받는 가치 중 하나이다. 지리산은 국내 1호 국립공원으로서 내륙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지니고, 울창한 산림과 반달가슴곰과 같은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전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민족의 영산이라 추앙받아 왔고, 영호남에 걸쳐 많은 사람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리산은 어쩌면 ‘자연스러움’의 마지막 보루일지 모른다. 남원에는 알프스의 개발보다 날것인 지리산의 맑은 청정지역 이미지가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정대환(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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