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지속가능바람 오늘 부는 바람
덴마크, 행복의 나라에서 무지개 빛깔이
  • 바람저널리스트 (현경주)
  • 승인 2022.08.23 08:09
  • 댓글 0

덴마크로 교환학생을 가게 됐다. 한국에서 17시간 비행을 하고 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덴마크는 ‘행복’한 나라로 유명하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발표한 ‘2022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나라이다. 우리나라가 146개국 중 59위임을 생각해봤을 때, 순위가 꽤 차이가 난다. 아무리 행복한 나라에 갔어도 나에게는 낯선 곳임에는 변함없었다. 해외에서 사는 건 처음이라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걱정에 무색하게 무사히 적응했다. 기숙사에 도착하고 나서 첫 여행과 두 번째 여행을 모두 코펜하겐으로 떠나게 됐다. 코펜하겐 프라이드를 보기 위해서이다.

 

 

 

코펜하겐 프라이드는 성소수자(LGBTQ+) 인권을 위한 대규모 축제이다. 이 기간에는 연설, 영화, 토론,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축제 기간 내 토요일에는 퍼레이드가 열린다. 2022 코펜하겐 프라이드는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9일간 코펜하겐 시청 광장에서 진행됐다. 시청 광장에 무대를 볼 수 있는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곳곳에 설치된 부스에선 다양한 음료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공연장 뒤편에는 성소수자와 자유 등과 관련된 토론을 할 수 있는 부스가 있었다. 휠체어를 끌고 올라갈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도 부스 옆에 마련됐다.

 

8월 14일 오후 3시, 핑크색으로 깔맞춤한 복장을 입은 드랙 퀸이 빙고판을 나눠줬다. 여기서 드랙(drag)은 사회가 규정하는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 과장된 메이크업과 퍼포먼스로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이다. 빙고판에는 일부 숫자가 적혀 있었고, 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숫자를 적을 수 있는 칸도 있었다. 핑크색 하이힐, 치마, 긴 가발을 쓴 드랙 퀸이 상자에서 숫자가 적힌 공을 하나씩 뽑고 숫자를 읽었다. 숫자를 들은 사람들은 빙고판에 숫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여기 저기서 탄식과 환호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빙고를 먼저 완성한 사람에게는 드랙 퀸이 다가가 선물을 건네주기 때문이다. 선물을 받으면 드랙 퀸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사람들의 호응과 박수를 유도한다.

 

 

숫자를 제외한 모든 언어는 덴마크어로 이뤄져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의 폭소와 박수, 무지개 깃발을 세차게 흔드는 모습에 흥분과 열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언어를 초월한 즐거움이었다. 코펜하겐 프라이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축제였다. 코펜하겐 프라이드는 9일 동안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됐다. 그중에서도 핵심인 코펜하겐 퍼레이드는 8월 20일 토요일 오후 1시엔 4시간 30분 동안 코펜하겐 시청 광장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때는 스칸디나비아 관련 단체와 네토, 세븐 일레븐 등 코펜하겐 프라이드를 후원하고 지지하는 기업들의 버스가 행진했다. 뒤이어 성소수자의 포용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의 행렬도 이어진다. 무지개 담요를 두르고 찢어진 청바지, 펑키한 옷차림을 한 청소년들은 물론, 무지개 페이스 페인트를 하며 부모의 목마를 타는 아이들, ‘내 딸이 레즈비언인 게 행복하다’는 옷을 입은 중년 남성, 형형색색으로 염색한 노인들이 모두 같이 퍼레이드 차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2022 코펜하겐 프라이드의 슬로건은 ‘자유’였다.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그 선택을 존중받고 동등한 지위를 누릴 권리를 누구나 누려야 한다. 퍼레이드에선 모두 무지개를 손에 쥐고 거리를 나서며, 하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프라이드를 보면서 다들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코펜하겐 프라이드는 모두를 위한 날이었다.

 

프라이드를 즐기는 건 참여한 시민들뿐만이 아니었다. 프라이드 기간에는 무지개색 깃발이 건물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코펜하겐 거리를 둘러보면 덴마크 국기, 우크라이나 국기, 무지개색 깃발, 이렇게 총 3개의 깃발이 건물에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트에도, 카페에도, 술집에도, 옷가게에도 모두 무지개가 입혀졌다. 또한, 코펜하겐 시청 근처 가게들은 간판 자체를 무지개색으로 바꿨다. 무지개색 간판이 걸린 가게들은 코펜하겐 프라이드를 후원하는 기업들이다. 코펜하겐 프라이드 예산 일부는 기업 후원으로 구성된다. 코펜하겐 프라이드는 기업이 성소수자를 존중하고, 더 많이 포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이 덴마크 노동 시장 규칙을 준수한 기업만을 후원받는 이유이다.

 

 

코펜하겐 프라이드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8월에 축제가 열린다. 6월은 처리해야 할 업무나 과제나 많다. 프라이드를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아 1999년에 방학과 연휴 기간이 있는 8월로 프라이드 개최 날을 옮기게 됐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기간 동안 코펜하겐 프라이드를 즐길 수 있다.

 

누구나 프라이드(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프라이드는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늘 행복하다’는 선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 프라이드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봤다. 표정에서 드러난 행복은 퀴어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코펜하겐 프라이드에서 느끼는 감정이었다.

 

 

바람저널리스트 (현경주)  yess@live.co.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람저널리스트 (현경주)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