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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떠나는 청년, 일자리는 더 이상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다
  • 이은서(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08.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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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을 앞둔 구 모 씨(26)는 한 홍보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 회사는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이었다. 면접관은 구씨에게 ‘방송 홍보의 기본을 배우고 싶으면 OK. 열정적이지 않을 거면 NO”라는 채용사이트의 문구와 똑 닮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 회사는 업무량 때문에 퇴근시간이 다소 유동적일 수 있어요. 저희는 회사 일에 진심을 다해 열심히 참여할 분을 찾고 있습니다.” 면접 후 회사의 합격 통지 전화에 구씨는 “다른 일을 찾았다”며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전했다. 적은 임금에 헌신적으로 일할 노예를 찾고 있는 것 같다는 게 말못할 이유였다.

 

2000년 대 전후만 해도 미디어에 실업으로 위기를 겪는 청년들의 모습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직업을 고르는 게 아니고 나를 써줄 수 있는 어떤 곳이던지, 월급에 상관없이 사원으로 정착하고 싶어요(추적 60분, 20대. 비상구가 없다, 1998 방영)”, “회사를 고를 때가 아니고 공고가 나오는 대로 바로바로 지원해야 합니다(시사포커스, 대졸 취업 비상 탈출구를 찾는다, 1998년 방영)”, “주변 사람 만나면 좀 그래요. 엄마 아빠한테 죄송하잖아요(현장르포 제3지대, 청년실업 비상구는 있다!, 2003년 방영)” 등의 인터뷰는 그들의 불안함과 조급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년들에게는 직장이 주는 안정감과 소속감은 염원의 대상이었다. 회사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헌신할 준비 역시 돼있었다.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평생 직장을 찾는 청년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그러나 약 20년이 흐른 현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청년들은 더 이상 직장의 테두리 밖에 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KBS가 한국고용정보원과 함께 20~30대 남녀 6,4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층 퇴사에 대한 인식 조사’는 청년층의 변화된 관점을 잘 보여준다. 퇴사하면 연상되는 단어를 묻자 질문에 자유(19%), 이직(10.5%), 해방(7%), 휴식(5%), 새로운 시작(4%)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불안(3%), 돈(2.5%), 백수(2.5%), 힘듦(2%)은 부정적인 단어들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나는 언제든 퇴사를 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는 22%, ‘그렇다’는 49.5%의 응답 비율을 보였다. 청년들은 회사가 자신이 생각한 가치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그리고 직장을 벗어나는 것을 새롭고 긍정적인 기회로 여긴다. 취업은 아직 너무 어렵고 퇴사율 낮음. 특성으로 뭉뚱그리기는 아쉽

 

일자리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개인의 시간 활용이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준말인 ‘워라벨’은 청년층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법학과에 재학 중인 이 모 씨(22)는 공무원을 희망한다. 공무원 시험에 일찍 합격하면 대학교를 자퇴할 생각도 있다. 오히려 대학보다 회사가 중요한 가치가 아닌가. 논조와는 거리 있음. 그는 공무원을 꿈꾸는 이유로 정확한 퇴근 보장과 시간적 여유를 꼽았다. 임금은 많지 않더라도 일찍 퇴근한 후에 운동과 같은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시간 활용 여부를 고려하는 건 이씨 만이 아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배달이나 택배 등이 포함되는 운수 및 창고업에서 일하는 이삼십 대는 41.1%p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과 같은 주요 직군에서는 각각 2.8%p, 9.7%p, 7.5%p 감소하며 청년층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근로시간에 매여 있는 일자리보다는 시간 활용이 유연한 직종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근거가 있는건지

단기알바, 전체적인 반응을 대변할 수 없음. 프리랜서 선호도 증가

공무원 퇴사율 높음. 기사 흐름은 이해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은 아닐 듯.

개인의 적성과 흥미도 일자리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김 모 씨(27)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의류브랜드를 창업했다. 이른 새벽에 옷을 사입하고 판매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고단했다. 자금 운용 때문에 친구들과 충돌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그는 지인들에게 창업을 권할 정도로 당시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여긴다. 관심있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직장에 소속되면 회사의 방향성과 조직 구조에 맞춰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의견을 최종 결과물에 반영하기 어려운 형태인 것이다. 적성과 흥미도 정해진 업무 탓에 뒷전으로 밀린다. 수직적인 회사일수록 정도는 심해진다. 자아발전에 따른 성취와 만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청년들에겐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이탈이 높은 임금을 받고자 하는 욕구에서만 비롯된다고 판단한다. 올해 7월에 방영된 ‘시사기획창 MZ, 회사를 떠나다’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 이무덕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한 때문에 청년들이 더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없어져 시간당 임금을 높게 주는 직무로 옮겨간다”고 말했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태도, 개인주의 성향, 끈기 없는 태도도 청년층의 퇴사와 취업기피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말들이다. 배가 불렀다고 단순화하기엔 청년들의 일자리 선택 가치관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임금, 시간활용, 적성과 흥미, 개인의 발전, 만족감 같은 요소들이 얽혀 있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직업생활은 삶과 맞닿아 있다. 청년들은 직장을 선택하기에 앞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자문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욕구를 이해하기 못한다면 기업에 젊은 피를 수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은서(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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