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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문화축제> 무지개가 지워지고 있다.
  • 바람저널리스트 (윤나현)
  • 승인 2022.07.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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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찾아온 서울퀴어문화축제

매년 여름이 되면 서울광장에는 무지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지개 깃발을 들고, 무지개 천을 몸에 두른 채 다 함께 퍼레이드를 시작한다. 손을 마주 잡은 상대는 이성이기도 하고, 동성이기도 하며, 친구이기도 하고 가족이기도 하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잡고 걷고 뛸 수 있는 하루가 시작된다. 이번 해 7월 16일 서울광장에서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내자는 뜻을 가지고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슬로건을 내놓은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2019년도 이후로 3년 만에 다시금 공식 일정을 내놓았다. 이 소식은 다양한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오랜만에 개최된 축제인 만큼 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기 시작했는데, 공식 일정을 발표한 이후 서울시민 정책 제안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입장문이 기재되었다.

 

사진 1 = 민주주의 서울 (직접 캡쳐)

 

부드러운 어투 아래 깔린 분명한 혐오

민주주의 서울, 시민토론은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유제안 플랫폼이다. 시민토론은 50공감 이상은 부서답변, 100곰감 이상은 공론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2022년 7월 10일 기준 민주주의 서울에 올라온 게시글 중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게시글은 총 28개로 그중에는 공감 900개 댓글 540개를 받아 부서에서 검토를 시작한 사안도 존재했다. 댓글에는 “삶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 축제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순간 아이들의 미래는 이 퀴어들과 같이 될 것이다.” 등 성소수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이 ‘좋아요’를 받았다. 대부분의 댓글은 성소수자를 비정상인으로 치부하고 정상인의 범주에서 있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을 강요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단순히 원숭이두창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이 두려워 축제를 반대한다는 글에도 “어린이들에게 그런 모습(동성간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라며 성소수자들의 혐오와 차별적인 언어가 깔려있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16일 축제와 함께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시청역에서 같은 시각 개최된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 결혼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예배와 퍼레이드 같은 행사를 진행한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퀴어 반대 준비위는 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입장을 밝혔다. “퀴어축제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인권을 빌미로 가정과 사회의 건전한 성문화를 해체하는 비윤리적이고 위헌적인 운동이다”라며 퀴어축제를 비판하고 축제를 승인한 서울시를 규탄했다. 시민들의 건전한 문화공간인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다른 일반 축제였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의 반응이 지금과는 분명 달랐을까? 확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분명 나았을 것이다.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의 성지향성이 다수와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거부당하는 경험은 결코 당사자에게 좋을 수 없다.

 

사진2=서울퀴어문화축제 공식 포스터

 

거부당하는 존재라는 것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

행사를 일주일 앞둔 지금. 행사는 변경 사항이 없는 한 계획대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동시에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집단의 시위도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 자신을 나타내는 단어 중 성소수자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은 개인 각자에게 다양한 느낌과 경험을 안겨준다. 낯선 자신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 그런 자신의 사랑을 남에게 밝히는 것.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경험이자 시간이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경험들은 개인에게 좋은 경험일 수도 있고 나쁜 경험일 수도 있다. 경험은 너무나 주관적이기에 16일에 개최되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모두에게 어떠한 경험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존재를 받아들여 주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말로 다 하지 못할 소중하고 따스한 경험이 될 것이다.

존재를 숨지 않아도, 특별한 연인과 손을 잡은 것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16일의 하루가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여도 손가락질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이상하고 혹은 특별하다고 하는 이 사랑을 언젠간 보통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16일 서울시청에 큰 무지개가 뜨길 기대해본다.

바람저널리스트 (윤나현)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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