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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는 취임식을, 아래에서는 민주주의 장례식을 치렀다.
  • 정여진(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06.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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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일, 성신여대 12대 총장 선임자의 취임식 당일 ‘민주주의 장례식’이라는 타이틀로 총장 선임 결정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성신여대 학생들은 검은 색 옷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추고 4월 21일부터 꾸준히 규탄 행동을 취해 오고 있다. 무슨 사연 때문일까.

 

비극의 시작

작년, 성신학원 법인 이사회는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의 4주체와 함께 직선제 방식의 12대 총장선거를 진행해왔다. 1차 본투표 결과 득표율 과반을 넘긴 후보자가 없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2명의 후보자를 두고 2차 결선투표를 진행하였고 1위 후보자가 50.2%, 2위 후보자가 49.8%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때부터 비극은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당연하게도 구성원이 선택한 1위 득표자가 총장으로 선임될 것이라 믿었지만 이사회 측에서 1위 득표자가 아닌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하였기 때문이다. 이사회 측은 ‘민주적 절차에 의하여 뽑힌 2명의 후보 중 1명을 대학총장에 임명하도록 규정한다.’는 성신학원 정관을 근거로 이번 결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그들이 2위 득표자를 선임하게 된 어떠한 타당한 근거와 기준도 설명해주지 않았으며 지난 4월 27일에는 성신학원 법인 사무국장, 전 성신여대 총장, 총장 입후보자 등이 함께 부정 모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여러 토론 과정을 거치고 수개월의 시간을 들여 4주체가 평화롭게 고민해 도출된 선거결과가 이사회의 독단적 결정으로 단칼에 뒤집힌 것이다.

 

이에 반발하며 학생, 교직원, 노조, 몇몇의 교수들이 지속적으로 호소문을 내걸었고 4월 21일 이후 기자회견, 릴레이 피켓 시위, 행진 시위, 요구안 연서명 등을 통해 계속해서 이사회 결정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대규모로 진행 되었던 5월 12일 집회에서는 160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 잔디밭에 모여 여러 언론 매체로부터 주목 받기도 하였다. 이렇게 성신여대 1만 구성원은 성신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며 달려왔지만 이사회는 침묵과 변명으로 일관 대응하고 있다.

 

사진1 집회 모습 [출처: 성신여대 총학생회 '찬란으로' 유튜브 캡쳐]

 

재학생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과 시위 참가 의도를 물었다.

“성신여대는 총장직선제를 이루는 학교 중 얼마 안 되는 학교이기에 학생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민주적으로 학생들이 선출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결국은 이사회의 입맛대로 맞추고 ‘민주적 거버넌스’는 그저 자신들이 민주적으로 학교를 잘 운영하고 있다는 자기합리화식의 슬로건이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 정지수씨

“시위이후에 납득할만한 피드백이 있기를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을 보고 실망스러웠다. 그렇지만 시위에 대한 허무감은 아니다. 앞으로도 교내 구성원들이 납득할 근거가 생기는 그날까지 계속 연대하고 싶다.” -성신여대 미디어커뮤티케이션학과 재학생 아리씨(가명)

답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재학생들은 포기하지 않고 ‘자주성신(自主誠信)’의 가치를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사회가 이번 결정을 철회하고, 학내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것에 대해 사과하고, 민주주의를 퇴색시키는 모순적 정관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신여대 34대 총학생회 ‘찬란으로’는 수많은 재학생을 대표하여 강력하게 이사회를 규탄해왔다. 6년 만에 학교 최고의결기구를 개회하여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향후 방향성을 계획하고 간담회 추진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필자 또한 성신여대 재학생으로서

학교 중앙 잔디밭에 1600여명의 학우가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다시 만난 세계’를 불렀다. 그 순간이 3년 만에 열린 교내 축제가 아닌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집회 현장이라는 사실이 개탄스러웠다. 작년 총장 선거가 시작된 이후로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승복’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미 과거에 2위 후보자의 총장 선임으로 성신여대에서 발발했던 학내 사태가 20년 후인 지금, 똑같이 재현되었다는 것이다. 수치를 드러내면서까지 우리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려는 이유는 또 다른 공동체의 희생과 반복을 막기 위해서다. 이 학교에 당당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다. 학생들이 늘 얘기하듯 빼앗긴 성신에도 꼭 봄이 오기를 바란다.

 

정여진(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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