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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방, 성매매를 둘러싼 섹슈얼리티의 권력 관계
  • 바람저널리스트(현경주)
  • 승인 2022.06.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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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성매매 산업, 유흥업소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를 유사 성교 행위 혹은 성교행위로 국한한다. 성교행위란 성기 삽입을 의미하고, 유사 성교행위는 구강, 항문 등 신체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해 남성 성기를 사정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즉 법에 명시된 성행위가 없다면 성매매로 간주하지 않는다.

책 <남자들의 방>을 작성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황유나 활동가는 유흥주점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성매매 행태에 주목한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년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유흥주점이 성구매 경로로 인터넷 채팅, 안마방에 이어 세 번째였다. 성매매 알선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에 유흥업소에서 직접 성매매를 알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성들이 성매매를 위해 유흥업소를 방문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성매매를 법적인 의미로만 상정해도 유흥업소는 성매매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경로이다. 접대 이후 2차로 성매매를 하기도 하며, 접대하는 과정에서도 성행위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유흥업소는 합법이다. 심지어 유흥업소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2020년에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 피켓시위를 벌였다. 당시 업주들은 허가업소에서는 성착취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결국 국회는 4차 추가경정예산 논의에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대상에 유흥주점과 콜라텍을 포함시켰다.

 

유흥업소는 왜 여성혐오적인가?

유흥업소는 정말 여성혐오적이지 않고, 성착취가 없을까?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 21조 제 8항에 따르면 유흥주점영업은 주로 주류를 판매하고,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해 손님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을 뜻한다. 이때 유흥종사자는 부녀자를 의미한다. 부녀자의 사전적 의미는 결혼한 여자와 성숙한 여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즉 여성만 노래나 춤으로 손님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책 <남자들의 방>에서 유흥업소 종사자와의 인터뷰를 보면 유흥업소에서 여성은 늘 남성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연기했다. 성매매는 단순히 신체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성교행위를 포함한 모든 성매매에는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남성을 흥분시키기 위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신체적으로 만족시키는 서비스로 홍보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웃고, 인사하고, 떠나는 남성에게 배웅하는 모든 것이 담겼다. 성교행위로 이어지는 유흥업소 접대 이후 과정을 제외한 1차 접대도 여성의 노동이 성착취가 아니라 단정하기 어렵다. 성매매가 단순히 섹스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섹슈얼리티의 계급성을 특별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매매 산업에서 여성은 여성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원하는 맞춤형 여성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접대 과정 내내 남성 손님과 여성 종사자 사이에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가 존재했다. 여성 종사자는 유흥업소 내에서 아가씨가 되는데, 아가씨는 남성의 옆자리에 고정돼 모든 표정, 행동, 말투가 남성 손님에게 종속된다. 적절한 센스를 발휘해 남성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수행해야 하며, 대화할 때도 남성이 원하는 답변만을 해줘야 한다. 남성이 여성 종사자를 철저하게 무시해도 남성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다. 만약 중간에 남성이 여성 종사자를 쫓아내거나 남성 손님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면, 여성 종사자는 돈을 받을 수 없다. 남성 손님이 제안한 시간까지 파트너로 머물러야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흥산업에 업소는 여성을 상품으로 재구성시킨다. 유흥업소는 라벨링과 마케팅을 통해 업소의 위상을 분류하고 서열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을 외모로 줄 세우고, 고급, 중급, 하급으로 나뉜 유흥업소로 배치한다. 유흥산업 이외 사회에서 외모 품평은 성차별과 여성혐오라 불리지만, 유흥산업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유흥산업의 특징은 여성 종사자가 자신의 신체를 변형하고 유지시키는 것을 합리화시킨다. 더 나아가 여성 종사자의 생존전략이 되어버린다.

유흥업소 내에서 공식적으로 스킨십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성은 남성 손님의 성적인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성적인 행위를 터치나 스킨십이라 부르며, 과도한 성적 행위를 하는 손님은 겨우 진상이라 일컬었다. 터치나 스킨십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그 행위의 폭력성은 지워지며, 동의에 의해 발생한 행위로 여겨지게 된다. 유흥산업에서는 이러한 성적 추행이 용인된다는 것이 전제되며 남성 손님은 당연히 동의 여부를 묻지 않는다. 돈을 지불함으로써 여성의 동의는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성별 권력 관계는 어떻게 변질된 문화를 만들어내는가?

성매매는 불평등한 성별 권력 관계를 전제로 한다. 성매매 산업이 빚어내는 폭력과 착취의 모습은 과거 이슈가 됐던 젠더 문제와도 크게 다름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성매매 산업은 돈이 오고 가며, 여성 종사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당한 금액을 지불했다고 해서 폭력이 거래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종류의 착취가 ‘유흥’이라는 말로 산업화됐다는 점은 생각할 만하다. 성매매가 한쪽의 성에게는 노동, 착취, 상품화, 폭력 등의 말로 어우러지는 반면, 다른 한쪽의 성에게는 즐거움, 유희, 놀이 등으로 통용된다.

이러한 환경의 배경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폭력과 차별이 발생하고 그 현상이 유지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성별 권력 관계가 존재하는 남성 위주 문화가 여성 착취를 용인하며, 그것을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현 행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 진단할 수 있다. 과거 단톡방 성희롱 사건, 버닝썬과 N번방을 떠올리면 누군가를 향한 성적 폭력이 지속해서 즐거움으로 용인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특히, 버닝썬 사건에서 클럽의 규칙과 환경은 성폭력과 성매매를 조장했지만 성폭력와 성매매에 대한 엄중한 법적 처벌이 이뤄진 사례를 찾기 어렵다. 불법 성매매를 알선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닝썬으로 얻은 수익은 몰수되거나 추징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젠더 이슈들은 돈의 교환이 없었기 때문에 성매매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더불어 일부 남성들은 이러한 불법적인 성폭력이나 성매매에는 가담하지 않았음으로 자신과 가해 남성과는 다르다고 판단하며, 문제의 화살을 성매매 여성에게 돌리기도 한다. 돈을 쉽게 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노동 담론은 공적 영역에서의 생산에 기반했다. 여성의 노동은 평가절하되어왔다. 가사노동, 감정노동 등 여성의 일에 노동이라는 이름을 부착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시작된 논의였다. 다만 여기서 노동이라는 의미는 성매매 여성이 수행하는 일을 뜻하는 단어일 뿐이다. 성매매를 합법적인 산업의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은 성매매의 성차별적 속성을 묵인하고 조장하는 주장과 마찬가지이다.

성착취와 성매매는 다르다며 구분 짓기엔 성매매를 작동시키고 있는 기저의 논리가 버닝썬과 N번방과 같은 성착취가 발생한 근본 논리와 비슷하다. 더는 괴이하고 교묘하게 변질된 성착취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모든 젠더의 문제에는 권력 관계가 작용함을, 그리고 성매매 산업에서부터 그러한 관계를 용인하고 확산시키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바람저널리스트(현경주)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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