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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아그노시아를 원하세요?
  • 바람저널리스트 (고준희)
  • 승인 2022.06.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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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1] 수록작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에는 꽤나 참신한 기술이 등장한다. 칼리아그노시아가 바로 그것인데, 미(美) 또는 선(善)을 의미하는 접두사 calli와 실인증[2] 의미하는 agnosia의 합성어로, 일명 실미증을 뜻한다.

 

칼리아그노시아(이하 칼리) 조치를 받은 사람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구분하는데 어떠한 문제가 없지만, 외모의 특징적 차이에 대해 아무런 심미적 반응을 하지 않는다. 가령 우리는 매끄러운 피부와 대칭을 이루는 얼굴을 볼 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칼리 조치를 받은 사람에게 이는 그저 한 특징에 불과할 뿐이다. 이 기술은 마취제를 통해서 뇌의 일부분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원한다면 언제든지 내원하여 키거나 끌 수 있다.

 

칼리 조치를 받는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무엇을 잃게 될까? 칼리를 통해 사람들은 이미지 중심적인 문화에서 해방되어 외모로 특징 지어지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또한 가치가 용모에 직결되지 않아 보다 편견이 사라질 수 있으며, 의지만으로 불가능한 한계를 격파할 수 있다. 반면 칼리는 인위적인 생물학적 개입을 통해 미를 구분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며 인간에게 심미적 쾌감을 빼앗아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테드 창의 SF 단편 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2002)

 

 

비현실적이지만 흥미로운 기술

실인증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데 친숙한 것으로는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면실인증’이 있다. 반면 미적 실인증은 테드 창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으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증상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솔깃하게 들리는 것일까? 답은 간단한다. 바로 ‘우리 능력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외모로 인한 편견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면 칼리와 같은 기술은 존재하여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모지상주의는 오래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 왔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테드 창의 아이디어는 독자들로 하여금 매혹적인 상상력을 떠올리게 만든다.

 

칼리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미의 기준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현대 사회가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미의 기준이 일원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다른 이들은 오히려 여성해방운동과 같은 움직임에 따라 미의 기준이 다양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미가 일원화되든 다양화되든, 다른 판단 기준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잘못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SBS 7뉴스 화면캡처

 

최근에 살인용의자를 옹호하는 팬톡방이 개설되어 논란이 일었다. 톡방 상단의 ‘범죄는 중요하지 않다. 얼굴이 중요하다. 예쁘면 모든게 용서된다.’라는 문구는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비상식적인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이다. 아무 상관이 없는 외모가 범죄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가치판단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후광효과(Halo Effect)는 하나의 좋은 현상에 현혹되면 그로부터 전체 현상을 결론짓는 경향을 의미한다. 좋은 현상에는 외모뿐 아니라, 학력, 출신 등 사회적 배경도 해당할 수 있다. 물론 모든 판단에 있어 외모가 배제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로 외적인 모습이 경제적 지대인 배우에게 외모는 자산이다. 하지만 문제는 후광은 그와 전혀 상관없는 현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외모가 능력이 되는 사회가 아니라 외모로 능력이 가려지는 사회라면 이는 상당히 심각한 일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타메라 라이언스는 대학생이 되면서 평생 지녔던 칼리를 제거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사귀었던 개럿이 미와는 거리가 멀었음을 알게 된다. 주위 친구들이 개럿이 볼품없다는 이유로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타메라는 오히려 개럿과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칼리 조치를 받으며 다른 아이들이 보지 못했던 개럿의 진가를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개럿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쉽게도 현실에 칼리와 같은 기술적인 도움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노력할 일은 내면의 칼리아그노시아를 기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1] SF작가 테드 창의 단편 모음집으로 2002년 출간되었다.

[2] 하나 이상의 감각기능을 사용하여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 장애

바람저널리스트 (고준희)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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