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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 같은 내 새끼>, ‘착한 예능’이 보지 못하는 것
  • 바람저널리스트 (지예림)
  • 승인 2022.05.2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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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 등으로 대표되는 관찰 예능은 연예인과 그 자녀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며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문제아’를 소개하고 육아 전문가가 솔루션을 제공, 행동을 교정해 나가는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연예인 자녀들의 귀여움을 소비하던 시청자들은 이제 아이들이 가진 문제와 그들의 변화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은영 박사의 <금쪽 같은 내 새끼>가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착한 예능’을 표방한다는 것, 그리고 실제 시청자들로부터도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전 관찰 예능이 유행할 당시 출연 아동들의 인권 문제를 필두로 많은 비판이 제기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전문성을 갖추고 진심 어린 해결책을 제공하는 오은영 박사의 힘이기도 하고, 프로그램 제작진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김승훈 PD는 지난 3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금쪽 같은 내 새끼>가 기존 육아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되는 점은 “나쁜 아이 구경”에서 그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실명 대신 ‘금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출연 가정에게 사후 관리를 제공하며, 그들에게 가해지는 비난을 줄이기 위해 영상 댓글을 막아놓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TV 예능의 특성상 기획의도와 연출과정의 선함이 선한 영향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유입된 시청자들의 반응은 완전히 예상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민해야 한다. 과연 <금쪽같은 내 새끼>는 주인공 ‘금쪽이’들에게도 마냥 착한 예능인가. 또 우리 시청자들은 착한 예능을 볼 준비가 된, ’착한 시청자‘들이 맞는가.

 

사실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출연 아동들의 인권을 완전히 보호하기는 어렵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금쪽같은 내 새끼>의 포맷은 다르지만, 육아 예능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방송에 출연하는 것인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 비칠지, 또 방송 출연으로 후에 어떤 일을 겪을 수 있는지 확실히 알고 출연을 결정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정신적인 문제를 공개하는 데 있어 아동 본인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맹점은 아이와 부모를 위한 착한 예능이라는 프로그램의 의의를 퇴색시키고 아이들을 위험에 노출시킨다. 실제로 가장 이슈가 된 출연자 중 하나인 이지현은 방송 출연 이후 아들이 친구에게 ‘정신병자’라는 ‘놀림’을 받았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또 최근 방송에서는 아이의 성 정체성과 같은 민감한 주제가 다뤄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21년 1월부터 시행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은 아동 출연자에 대한 더욱 세심한 주의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보호자뿐만 아니라 아동 출연자에게도 기획의도, 촬영 형식, 주요 내용, 출연으로 인해 예상되는 불이익 등을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사전조치 항목을 담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완전한 동의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동 출연자를 보호하겠다는 이 원칙은 유명무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호자의 선택 또한 완전한 자의로 볼 수 있을지 우려된다. 제작진에 따르면 출연 가정의 만족도는 높다고 하나, 일반적인 경로로는 만나기조차 쉽지 않은 오은영 박사의 상담을 받기 위해 방송 출연의 위험성을 담보로 감수하는 경우가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프로그램의 본질적 한계만을 탓할 수는 없다. 일부 시청자들이 보여주는 태도 역시 수준 이하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앞서 언급한 이지현 가정에 가해지는 비난들이다. 공식 채널에서 공개하는 영상의 댓글 창은 제한되어 있지만 방송 내용을 주제로 쏟아지는 기사와 그것을 옮겨가는 인터넷 커뮤니티, 자극적인 내용만을 편집한 유튜브 ‘렉카’ 영상들 앞에서 그런 조치는 무용지물이다. 그곳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을 답답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아이와 보호자를 비난하고, 오은영 박사도 쉽게 판단하기를 꺼려 하는 병명을 유추하며, 아이의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미래를 단정 짓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을 욕하고 다음 전개를 예상하는 것과 똑같은 재미있는 놀이처럼 행해진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아무리 많은 부족한 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이런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너무 이른 프로그램이 아닐까. 아이의 실수를 감안해 주지 않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며, 사회의 엄격한 잣대에 비춰 비난하는 것은 시청자이기 이전에 성숙한 시민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올해 어린이날은 100주년을 맞이했다. 100년 전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존재인 어린이들은 이제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그러나 카메라는 여전히 어른들의 욕망을 반영한다. 그래서 <금쪽같은 내 새끼>는 출연 가정에게는 해결책을, 시청자에게는 잠깐의 오락거리와 감동을 제공하는 착한 예능일 수 있어도, 아이들에게는 어떤 상처도 함께 주고 있을지 모른다. 변화하는 육아 예능의 트렌드. 진짜 변화가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바람저널리스트 (지예림)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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