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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혐오를 조장하는 언론
  • 이은서(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05.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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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이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로 코로나19 방역의 방해꾼을 자처하고 있다. 사회정상화를 위해 정확한 감염병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언론이 추측과 편협한 시각에 근거해 특정 집단을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데 앞장섰다.

 

◆ 날선 대림동 혐오에 숨죽이는 주민들

헤럴드경제의 대림동 차이나타운 기사. 출처= 화면 캡쳐

헤럴드경제는 대림동 차이나타운 기사에서 노상에 진열된 음식을 손으로 만지거나 일부 행인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모습을 부각하면서 ‘위생불량이 심각하다’고 일축했다. 다른 장소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이지만 대림동만 특정해 유독 위협적으로 묘사했다. 약국 마스크 품절 사태의 원인으로 대림동 주민을 지목하기도 했다. “중국인이 구매한 마스크는 대부분 중국 현지에서 재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근거해 대림동 주민을 비도덕적인 존재로 표현했다.

 

헤럴드경제의 기사는 코로나19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됐다는 점과 맥을 같이한다. 팬데믹의 책임이 있는 중국인이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비논리적인 문제의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인을 혐오하는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무분별한 비난을 경계해야할 언론이 오히려 혐오에 편승해 이를 고착화하는 데 앞장섰다.

 

◆ 코로나19 보도에 난데없이 등장한 ‘게이’

국민일보의 게이클럽 관련 기사. 출처= 화면 캡쳐

성소수자 역시 질타의 대상이 됐다. 국민일보는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내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해당 기사가 많은 주목을 받자 다른 언론매체들도 연달아 ‘게이’라는 키워드와 코로나19를 연결 지어 보도했다. 성소수자와 관련된 부정적인 논의가 심화되자 국민일보는 20년 5월에 ‘남성 동성애자의 활동 패턴을 알아야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게이’라는 단어는 방역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 불필요하지만 기사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으로 활용됐다. ‘게이’를 단순히 기사 제목이나 내용에 언급하는 것을 넘어 성소수자 비난 자체에 초점을 맞춘 기사도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국민일보의 ‘이태원 클럽 방문자 코로나19 확진... 동성애자들의 생각은?’ 기사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커뮤니티 댓글을 취합해 내용을 구성했다. 언론이 동성애와 코로나19 간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다룬 탓에 성소수자들은 사회적 낙인의 대상이 됐다.

 

◆ 사생활 침해로 혐오의 대상이 된 우한 교민들

우한교민은 코로나19 진원지에서 한국으로 입국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불편한 관심을 받아야 했다. 연합뉴스는 20년 1월에 ‘우한 교민 잠 못드는 방’, ‘창밖 내다보는 우한 귀국 교민 어린이’ 등의 제목으로 임시 격리 시설에서 생활하는 교민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에는 교민들의 내부 활동 모습이 클로즈업돼 담겼다. 특정 인물이 크게 촬영된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 됐지만 여러 명을 찍은 사진은 별도의 조치 없이 공개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교민들이 한국에 입국한 20년 1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8개 방송사(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저녁종합뉴스에 보도된 우한 교민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채널A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가 일부 숙소를 확대한 화면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인 공간을 확대해 촬영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에 해당된다. 한국영상기자협회의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자는 환자의 개인정보 혹은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교민들이 확진자는 아니지만 전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관리되고 있던 만큼 엄격한 보호를 받아야한다. 그러나 언론이 교민들의 사생활을 노출해 격리를 과대해석하고 혐오를 불러일으킬 여지를 제공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2년 2월 ‘국내 감염병 보도준칙 소개와 관련 보도 개선에 대한 제언’을 발표해 언론의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준칙에는 가짜뉴스 전달자로서의 역할 자제, 사회적 낙인 유의, 정보의 가치 판단 필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보도준칙을 잘 준수한 사례와 그렇지 못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준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감염병 보도준칙, 2014년 재난 보도준칙, 2020년 감염병 보도준칙 등이 여러 단체들에 의해 발표됐다. 지속적으로 언론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다양한 지침이 마련되고 있지만 과오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의 정점을 지나 소강상태로 접어들며 악의적인 감염병 보도 역시 자연스럽게 흐려졌지만 다음 재난상황을 대처할 언론의 태도는 여전히 우려스럽기만 하다.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조회 수에 집중하지 않고 보도준칙을 준수하려는 언론의 태도가 필요하다.

이은서(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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