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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동물, 인간이 경계 없이 만나는 곳, 신비로운 ‘나미나라공화국’
  • 정여진(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05.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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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한 여행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 놓고 여행을 떠나기에는 조심스럽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실내 시설이면 더더욱 그렇다. 서울 근교 여행지 중 비교적 안전하게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 한 동네에서 차로 1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춘천 남이섬이다. 연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낮 공기는 꽤나 따듯하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 또한 마음을 들뜨게 해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바람을 맞았다. 입구에서부터 섬까지는 배로 10분 남짓 이동했고 ‘나미나라공화국’이라고 적혀있는 섬 입구의 푯말을 지나는 순간부터 나는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나무로 가득한 섬 전체는 맑은 공기를 내뿜으며 일상 속 지쳤던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

(사진1) 남이섬 입구. 직접촬영

남이섬을 ‘나미나라공화국’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는 관광객들이 한국 내 또 다른 상상의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도록 하기 위해 ‘국가개념을 표방하는 특수 관광지’라는 의미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미나라공화국’엔 여느 나라와 같이 국기, 우표, 화폐 등 여러 가지 국가 상징물들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관광하면서 이러한 부분들이 더 독특하고 특색 있게 다가왔다.

남이섬 한 바퀴를 돌려면 3km정도이다. 걸어서 다니기에는 긴 코스이지만 자전거로는 한 시간 정도면 섬 전체를 크게 돌 수 있다. 나는 자전거를 대여해 따사로운 햇살과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으며 섬 곳곳을 누볐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4인 자전거 패달을 밟는 부모님들, 모든 냄새가 궁금한 듯 땅에 코를 박고 산책하느라 바쁜 강아지, 인기 많은 포토존에서 배용준과 최지우의 ‘겨울연가’를 재연하는 연인들이 보였다.

(사진2)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 직접촬영

바빴던 머릿속이 점점 쉼을 찾고 고민들도 잠시 잊은 채 이곳저곳 고개를 돌리다 보면 내가 동물들의 세상에 초대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흙에 몸을 비비는 타조들, 길을 건너는 토끼들, 화려한 자태로 어린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공작새, 도토리를 찾는 건지 바빠 보이는 다람쥐와 청설모들이 보였다. 그 곳에 사는 동물들은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겁먹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매일 있는 일이라는 양 여유롭게 자리를 지키며 오히려 나를 무시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가끔 도시에서 원수처럼 마주치는 동물들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실감했다.

(사진3) 공작새. 직접촬영
(사진4) 토끼. 직접촬영

자전거 타는 것이 지칠 때 즈음 중간중간 내려 곳곳에 있는 벤치에 누웠다. 종종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있으니 그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았다. 피톤치드 향이 가득했던 자작나무 아래에서는 괜히 더 깊은 호흡도 해보았다. 눈을 감으면 한적한 숲 속 청아한 새소리만 들렸다. 한그루 두 그루씩 피어나기 시작하는 벚꽃들과 아직 가꿔지지 않은 진달래와 개나리가 순수해 보였다.

(사진5) 자작나무 숲 벤치. 직접촬영

섬 내부에는 식당, 카페, 소품 숍이 있다. 장작에 마시멜로를 구워먹는 아이들 사이에 앉아 나도 호떡과 식혜를 사먹었다. 남이섬에는 한국 전통 간식을 판매하거나 소품 숍에서 판매하던 동양적인 디자인의 기념품, 한옥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 건물 등 한국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요소들이 많았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꽤 많이 마주쳤는데 그들이 곳곳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6) 소품 숍 기념품. 직접촬영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흙길은 발걸음을 천천히 걷게 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윤슬과 함께 남이섬 전체를 둘러 흐르는 북한강 물줄기는 마음을 고요하게 했다. 울타리 없이 지내는 동물들과는 더 가까이 시선을 맞출 수 있었다.

(사진7) 남이섬 풍경. 직접촬영

남이섬에서 4월 9일부터 5월 1일까지 매주 주말마다 벚꽃 축제가 열린다. 수공예 제품들을 판매하는 ‘포레스트 마켓’과 AR 체험을 할 수 있는 ‘벚꽃 플레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15kg미만의 반려견 동반입장이 상시 가능하고 오는 6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주말에는 20kg까지의 반려견도 동반입장이 가능하다. 남이섬은 입장 시 발열체크, 다중시설에 손 소독제 배치 등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사진8) 남이섬 ‘벚꽃 놀자’ 포스터. 직접 촬영

새 학기가 지나고 완연한 봄이 왔다. 지난 한 달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한 해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몸도 마음도 지친 요즘,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 혹은 나의 반려견과 함께 잠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정여진(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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