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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안 1위 한국
  • 바람저널리스트 (홍지영)
  • 승인 2022.04.2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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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한국이 치안이 세계 최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네티즌이 말하는 ‘세계 치안 순위’는 세르비아의 데이터 아웃소싱 업체 ‘Numbeo’의 과거 순위 결과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의 범죄 지수는 사건 발생 건수와 같은 공식 수치가 아닌 사이트 접속자의 리뷰만을 자료로 하여 누구나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의심된다. 현재 한국은 이 순위에서 447국 중 56위에 위치해 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에서 약 150만 건의 형사 범죄가 일어났다. 일본은 약 61만 건, 대만은 약 26만 건인데 비해 이 수치는‘치안 좋은 나라’라며 자랑스러워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게다가 절도범죄는 감소세가 보이지 않고 매년 꾸준히 11만 건 이상을 기록하였고, 지능범죄의 경우 지난 4년간 꾸준히 증가하여 작년에는 28만 건이 발생하였다. 왜 이처럼 사람들이 생각하는 치안과 실제 데이터에 큰 차이가 보이는 것일까? 이는 피해자의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피해경험이 사회 전체 구성원에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은 경각심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

2020년 강력범죄 피해자 중 남성은 2821건, 여성은 21,006건으로 7배 넘게 차이가 난다(경찰청 공공데이터). 이는 힘의 크기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과 동시에 신체적 우위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었을 때의 대응방법 또한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피해자가 범죄자에게 강경대응, 즉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의 인정 조건이 사법부가 주장하는‘사회 통념’과 사회적 적합성(상당성)으로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방위행위 후 피해자-피의자 관계가 뒤바뀌는 경우가 존재하였고 이는 형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였다.

과거 법원은 길에서 여성을 넘어뜨려 강제 스킨십을 하는 남성의 혀를 일부 자른 방위 행위를 “가까운 곳에 소리 질러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피해자를 평생 말 못 하는 불구의 몸이 되게 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여성에게 6개월 구치소 수감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해당 여성은 56년이 지난 2021년 여성단체와의 상담 끝에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1차 신청과 항고 모두 “유죄 결정은 정당하다”라며 기각했다. 이 판결은 현재 사법부의 관점이 과거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판결에 쓰인 논리를 결과기준설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누가 피해를 본 것인지에 따라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행위의 인과관계와 과정을 중점에 두어 판단하는 것을 행위기준설이라고 한다. 한국이 정당방위 인정에 인색하고 결과주의적 판단을 내리게 된 데에는 독일의 결과기준설을 일부만 참고했던 과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후 과도한 정당방위권 사용에 따른 성찰로 방위권 행사에 제한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동의가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관련 윤리적 학문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논의나 연구, 그리고 사회적 동의가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전통 유교적 윤리 이념에 기초하여 ‘사회 통념’을 판단하고 독일의 정당방위 제한론만을 받아들였다. 때문에 사법부의 판결이 현재의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해방 후 법의학이 우리보다 발달했던 일본의 형법을 참고했음에도 뚜렷한 이유 없이 정당방위에서는 일본과 상이한 기준을 가졌다. 일본은 결과기준설과 행위기준론 모두 판결의 근거로 쓰이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발생하기 전이나 상대의 방위에 의해 저지된 폭행을 이미 발생한 방위행위와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여 방위행위가 억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형법의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의 정당방위 법이 합리성에 어긋난다는 사실은 호신용품의 사용에서도 드러난다. 전체 범죄 피해의 상당수가 힘의 우열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급 시 호신용품은 범죄자를 위협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국내법은 가해자의 안위가 보호되는 선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호신용품에는 대표적으로 큰 소리를 내는 버튼형 경보 장치, 전기 충격으로 상대를 무력화하는 전기충격기와 테이저건, 그리고 페퍼 스프레이 등이 있다. 호신용 경보장치는 범죄 장소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그 사람들이 피해자를 도와주러 가까이 와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 효용성이 매우 낮다. 또한 큰 소리에 위협을 느낀 범죄자가 흥분 상태에 놓여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피해자를 해칠 가능성이 있어 권장되지 않는 용품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 충격기는 엄격한 총포법으로 인해 미미하게 따가운 정도의 전압만 사용할 수 있어 사실상 큰 소리만 내는 경보기와 다를 것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그리고 높은 전압으로 상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충격기나 테이저건은 일반인 사용이 불가하다. 마지막으로 페퍼 스프레이는 그나마 범죄자의 시선을 일정 시간 동안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권장되는 호신용품이지만 이 역시 실제상황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스프레이를 가방에서 찾아서 손에 쥐고, 용액이 새지 않도록 세게 잠긴 뚜껑을 연 후, 분사구가 자신을 향하지 않았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분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에서 약자가 범죄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합법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호한 정당방위 조건에 운이 좋아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는 공격의 위험과 사법부의 불안정한 판단을 모두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무고한 사람이 죄지은 사람보다 겁을 먹게 되는 현행법은 현실을 반영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또다른 억울한 피해자를 낳지 않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성천 교수, 독일⋅한국⋅일본의 정당방위 판례의 차이점과 그의 법문화적 배경, 중앙법학, 중앙대학교(2013)

 

바람저널리스트 (홍지영)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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