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지속가능바람 오늘 부는 바람
빨라지는 벚꽃 개화, 그 속에 숨겨진 자연의 경고
  • 바람저널리스트 (장민선)
  • 승인 2022.04.25 04:27
  • 댓글 0

(사진 1)=만개한 벚꽃 / 출처: 픽사베이

 

기상청은 올해 4월 4일, 서울의 벚꽃 개화 기준목인 서울기상관측소 내 왕벚나무에서 벚꽃이 개화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의 대표 벚꽃 군락 단지인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도 같은 날 개화했다. 한편 그보다 이른 3월 25일에는 제주도에서 벚꽃이 개화하기 시작해 29일에 절정을 이뤘다. 봄날의 화창한 날씨 속, 전국 곳곳에 벚꽃이 만개했다. 벚꽃이 개화한 이후 전국의 벚꽃 명소는 꽃구경을 온 사람들로 내내 북적였다. 벚꽃 명소를 찾은 많은 나들이객이 활짝 핀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완연한 봄기운을 느꼈다.

 

벚꽃 속에 감춰진 이상기후 문제

만개하는 벚꽃의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가 당면한 ‘기후 위기’ 문제이다. 식물은 기후에 따른 자연 현상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이므로, 일러진 벚꽃의 개화시기는 자연환경에 무언가 달라진 점이 있음을 명백히 시사한다. 벚꽃과 같은 봄꽃은 개화하는 시기가 온도, 습도, 강수량, 일조시간 등 다양한 자연요소의 변화에 따라 앞당겨지거나 늦춰진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자연요소는 온도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생장시기는 식물 생육일수의 일평균기온을 더한 ‘적산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벚꽃 역시 적산온도에 도달하면 개화하는데, 2~3월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벚꽃을 비롯한 봄꽃의 개화일이 앞당겨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서울의 벚꽃은 100년 만에 가장 이른 시기인 3월 27일에 개화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상청의 분석에 따르면, 벚꽃 개화시기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이르게 벚꽃이 개화한 이유는 작년 2~3월의 평균기온이 각각 2.7도와 8.3도로 평년보다 약 2도 높은 온도를 기록했고, 일조시간 역시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문제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올해 서울의 벚꽃은 평년보다 4일 빨리 개화했는데, 이는 3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6도 높은 7.7도였던 사실과 관련이 깊었다.

한편, 지구온난화로 인한 꽃의 이른 개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꽃의 개화시기가 달라지면 매개 곤충의 활동시기도 바뀌어 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100가지 이상 작물의 수분을 돕는 대표적인 매개 곤충인 꿀벌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꿀벌의 개체수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많은 연구자들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기후 변화 때문에 꽃의 개화기가 짧아져 꿀벌이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는 것을 지적했다.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다 보면 꿀벌은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상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나 꿀벌 무리가 약화되기도 했다. 꿀벌의 사례만 보더라도, 봄꽃 개화시기의 변동이 다양한 생물의 활동 양상을 뒤바꿔놓아 어떤 종에게는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 지속되면 21세기 후반 2월에 봄꽃 핀다

기상청이 지난 3월 발표한 ‘미래 우리나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3종의 개화일 전망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만약 온실가스 감축이 없을 시 21세기 후반에는 봄꽃이 2월이 필 수도 있다. 이는 온실가스를 현저하게 감축하여 2070년경 탄소중립에 이르는 ‘저탄소 시나리오’와 현재 수준과 비슷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고탄소 시나리오’ 각각에 과거 2, 3월 평균기온과 봄꽃 개화일의 상관식을 적용한 결과이다.

미래의 봄꽃 개화일은 현재 대비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에 5~7일, 중반기(2041~2060년)에 5~13일, 후반기(2081~2100년)에 10~27일 당겨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21세기 후반기에 들어서면 그나마 이상적인 저탄소 시나리오에서조차 3월 중순부터 개나리와 벚꽃이 개화하며,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의 개화일이 각각 23, 27일, 25일 당겨져 2월 말에 진달래가 개화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과거 1950~2010년대 봄꽃 개화일이 3~9일 당겨진 것을 고려하면, 개화시기의 변화속도가 매우 빨라지는 것이다. 한편 21세기 후반기에 이상고온 현상이 심화되어 봄꽃이 순차적으로 개화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개화할 것이라는 분석 역시 특기할 만하다.

(사진 2)=기후변화 시나리오 및 봄꽃 종류에 따른 개화시기 / 출처: 기상청 ‘미래 우리나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3종의 개화일 전망 분석 결과’

 

벚꽃의 이른 개화와 자연이 건네는 경고

인간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은 이상고온 등 기후 위기를 촉발시킨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라는 기후 위기로 인해 봄꽃의 개화시기는 앞당겨진다. 봄꽃의 이른 개화는 다시 생태계 전반에 혼란을 일으키고, 이는 결국 인간의 삶에 타격을 입힌다. 지속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경제활동은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돌아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인간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종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기에 벚꽃의 이른 개화는 기후 위기 문제를 더 이상 등한시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이자 지구온난화를 막으라는 자연의 요구처럼 느껴진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만발한 벚꽃 속에 숨겨진 자연의 경고를 그저 두고만 볼 것인가.

 

바람저널리스트 (장민선)  yess@live.co.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람저널리스트 (장민선)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