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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꿀벌들이 쉬어 갈 자리, ‘곤충 호텔’
  • 바람저널리스트 (김유승)
  • 승인 2022.04.2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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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출처 : 픽사베이)

지난 4월 16일,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꿀벌 연쇄 실종 사건을 다루며 꿀벌 실종이 SNS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EU 위원회에서 꿀벌의 신경을 교란한다는 이유로 사용을 금지한 농약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농촌에서 드론을 이용해 살포되었다. 농약에 노출된 꿀벌들은 신경 교란으로 인해 벌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실종되었다. 국내 사육 꿀벌의 14%에 달하는 숫자인 78억만 마리의 꿀벌이 이상기후와 농약, 기생충인 꿀벌응애, 말벌 등 복합적 원인으로 인해 올해 폐사했다.

 

꿀벌 실종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공식화되었다. 2006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벌집수가 최소 30%에서 최대 90%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일벌들이 벌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여왕벌과 새끼 벌들까지 함께 죽었기 때문으로, 벌집 군집 붕괴 현상(CCD)이라고 명명된 현상이다. 이후 미국뿐만 아닌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일들이 나타났다.

 

2015년 하버드 대학 T.H 찬 스쿨사뮤엘 마이어 교수는 영국 의학저널 란셋에 실린 연구를 통해 꿀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사라질 경우, 비타민 A와 엽산 등 영양분 결핍으로 인해 한 해 140만 명이 추가 사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사라지면 전 세계적인 과일 생산량의 22.9%, 채소 16.3%, 견과류 22.9%가 줄어든다고 추정된다. 실제로 인간이 섭취하는 작물들 80%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의 수분이 필요하며, 그중에서도 전 세계 식량 작물 중 70%가 꿀벌에 의해 열매를 맺는다. 꿀벌이 행하는 수분 서비스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추산한다면 연간 1530억 달러(약 165조 68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꿀벌의 감소는 생태계 유지와 인간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꿀벌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도심 양봉과 도시의 꿀벌들을 위한 꿀벌 호텔(bee hotels)이다. 도시는 농촌에 비해 농약의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며, 도시에 꿀벌 개체 수가 늘어나면 작은 새나 곤충의 숫자도 늘어나 도시의 생태계 회복 및 생물 다양성이 보존된다. 도심 양봉이 지자체 사업이 된 이유다. 2021년 기준 서울 시내 공원과 자치구 텃밭 양봉장 등 24개소에 약 332통의 봉분이 유지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꿀벌 호텔은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도입된 방법으로, 꿀벌이 둥지를 틀 수 있는 구멍을 제공하는 속이 빈 식물 줄기나 가는 대나무로 이뤄진 구조물을 말한다. 꿀벌 호텔을 곳곳에 설치함으로 인해 꿀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Utrecht)주는 꿀벌 호텔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꿀벌 정류장을 만들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의 위를 토종 식물로 덮어 꿀벌의 먹이를 제공한 셈이다. 꿀벌 호텔은 네덜란드의 꿀벌 개체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한 기술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생태학자 플로린다 니에우웬후이스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2015년 암스테르담의 꿀벌 종 수는 45%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꿀벌 호텔은 2014년 곤충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도 도입되었다. 곤충 호텔은 다양한 곤충들이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농약에서 피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1층은 꿀벌과 독방 말벌 유충이 살기 적합한 구멍 뚫린 통나무가 놓였으며, 2층은 무당벌레와 애벌레가 몸을 숨긴 채 진딧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솔방울과 잣나무 가지로 만들어졌다. 3층은 통나무 형 자재에 가시나무를 엮어 쉼터를 조성했고, 4층은 나무에 구멍을 뚫으며 사는 갑각류가 서식하도록 건초를 배치했다. 5층은 꿀벌이 대피할 수 있는 대나무 봉으로 구성되었다. 서대문구와 도봉구, 은평구 등 다양한 구에 설치된 곤충 호텔은 지금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0년, 군포시 초막골 생태공원에도 생물 다양성을 위해 곤충 호텔이 설치됐다.

 

도심의 벌 개체 유지만이 아닌, 농촌 양봉과 야생의 꿀벌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꿀벌들에게 필요한 꽃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밀원식물을 다양하게 심어 녹지를 조성하는 것은 기본적인 사안임에도 꿀벌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이다. 한국에서 생산된 꿀의 70% 이상이 아까시나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카시아는 대표적인 밀원식물 중 하나다. 따라서 벌들을 위해 아카시아를 포함한 다양한 밀원식물이 농촌에 조성되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꿀벌에게 유해한 농약 살포 금지 조치 및 근본적인 문제인 기후변화 악화 방지도 함께 논의됐다.

 

(사진 2, 월드 비 홈페이지 캡처)

영국에서는 지능형 벌통 5만 개를 설치해 약 25억 마리의 벌을 컴퓨터 모니터링 기술을 통해 관찰 중인 월드 비(World Bee Project)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월드 비 프로젝트는 최적의 꿀벌 생육 조건과 생물 다양성 추구, 꿀벌이 행하는 수분에 대한 이해를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원은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모니터링된 꿀벌 데이터를 분석한다. 데이터를 통해 연구진은 꿀벌에 대한 각종 이해를 높이고, 전 세계 꿀벌과 꿀벌이 처해있는 환경에 대해 알아내고자 하고 있다.

 

벌 개체 수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꿀벌응애 문제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꿀벌응애는 기생충 진드기의 일종으로 꿀벌의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 먹고 각종 바이러스를 전염시킨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크리스틴 힐리 교수와 농무부 농업연구소(ARS)의 마이클 시몬-핀스트롬 박사 연구진은 꿀벌응애의 대표로 꼽히는 “바로아응애(Varroa mite)에 저항력을 가진 꿀벌을 개발했다. 지난 2014년, 미국 농업연구소 또한 바로아응애에 강한 ‘폴-라인 ’품종 꿀벌을 생산해낸 등 해충에게서 벌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응애를 없애기 위해 살포한 살충제도 꿀벌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응애의 영향을 적게 받는 품종이 양봉장에 보급될 경우 꿀벌의 실종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윙윙’ 소리 들리는, 침묵 없는 봄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바람저널리스트 (김유승)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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