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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법인 차’ 이젠 그만-법인 차 전용 번호판 도입 이슈
  • 고경수(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04.0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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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차 점유율. 출처-한국수입자동차협회

오늘 길에서 본 수입차는 법인 차?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수입차를 보는 일은 그리 자주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심심치 않게 수입차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법인 차 구매 절차를 까다롭게 개선한 2016년도와 상반기 디젤·가솔린차 인증 지연에 따른 물량 부족, 하반기 일본 차 불매운동 등이 겹친 2019년도를 제외하고 꾸준하게 수입차 판매량이 증가했다.

단순히 판매량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2010년 국내에 등록된 차량 130만 8,326대 중 9만 562대(7.89%)를 차지하고 있던 수입차의 비중이 2021년 148만 198대 중 27만 6,146대(18.6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신고된 수입차 중 법인 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법인 차란 기업에서 업무용으로 쓰는 차량으로 개인이 아닌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을 뜻한다.

지난 2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승용차 2,098만 대 중 법인 차 비율은 11%인데, 1억 이상 가격이 나가는 수입차의 경우 법인 차 비중이 65%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경향은 금액대가 올라갈수록 더 커지는데, 1억~2억 원대 법인 차 중 가장 많이 운행 중인 대표 3개 브랜드(벤츠 S클래스, BMW7 시리즈, 벤츠 GLE)의 경우 전체 14만 1,609대 중 6만 5,786대(46.5%)가 법인으로 운행 중인 것으로 조사되었고, 2억~3억 원대 대표 3개 브랜드(벤츠 마이바흐 S클래스, 벤츠 G클래스, 포르쉐 911)는 전체 1만 5,902대 중 9,392대(62.2%)가 법인 차로 등록되었다. 마지막으로 3억 원 이상 차량(벤틀리 플라잉스퍼, 람보르기니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에서는 전체 2,840대 중 1,932대(68%)가 법인 차로 금액대가 올라갈수록 법인등록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법인 차 무엇이 문제인가?

위에 통계처럼 국내 고가 수입차 중 법인 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게는 40% 많게는 80% 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법인 명의로 차량을 등록할 경우 해당 차량은 연간 최대 800만 원까지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고, 운행 기록부 작성 시에는 경비 처리 금액이 연간 1,500만 원까지 보장된다. 거기에 유류비와 보험료도 공제받을 수 있어 개인이 수입차를 구매할 때보다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고가의 법인 차를 개인이 사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9월 인천 을왕리에서 벌어진 ‘음주운전 치킨 배달원 사망사건’의 경우 음주 운전을 한 가해 차량이 법인 차로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으며, 2016년 4월에는 개그맨 이창명(52) 씨가 법인 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다 교통사고를 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는 법을 악용한 명백한 탈세 행위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숏츠영상. 출처-오른소리 유튜브 캡처

법인 차 문제 해소를 위한 전용 번호판 도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월 유튜브 ‘59초 쇼츠 영상’을 통해 법인 차량과 일반 차량의 번호판 색을 구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법인 차 번호판을 연두색 등의 색상으로 바꿔 법인 차 편법 운영 및 탈세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이다. 앞서 2020년 9월에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최초로 주장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으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이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해당 공약을 두고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지금까지 지속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던 법인 차 개인 사용 문제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들은 법인 차의 번호판 색상을 일반 차량과 구별함으로써 앞으로 법인 차를 사적 용도로 사용할 경우 시민들이 선제적으로 이를 구별하여 악용하는 경우를 쉽게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번호판 교체 과정에서 기존에 감춰져 있던 수입차들의 탈세 및 사적 사용 여부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찬성 측은 공약을 진행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공약은 법적으로도 차량의 번호판 색깔만 교체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법령 개정이 아닌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 등록 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만 바꾸면 된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선 해당 공약이 과연 얼마나 법인 차의 사적 사용을 위축시킬지 회의적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2016년에 정부는 법인 차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업무용 승용차 비용 특례제도’를 시행했다. 해당 법은 법인 차량의 세금 감면 혜택을 낮추고 업무용 외에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법인 차량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세무서에 해당 차량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그 당시 개정법 시행이 법인 차 사적 사용을 많이 줄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듬해 국정감사에서 2015년 대비 2017년도 수입차 판매량 중 법인 등록 비율은 변화가 없거나 소폭 줄어드는 것에서 그쳤고, 최소금액이 2억을 넘어가는 람보르기니의 경우 오히려 등록 비율이 5% 포인트 더 높아졌다. 또한 공약 진행 시 국토교통부 고시 내용만 변경해도 충분하다는 찬성 측 주장도 이를 규제 정도로 판단하여 교체를 미루거나 교체하더라도 교체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법제처 심사과정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반대 측은 수입차 시장의 매출 타격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바뀌어야 하는 건 번호판이 아니라 법인 차 관리 시스템

해외에서는 법인 차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는 업무 차량의 출퇴근 이용도 사적 사용으로 간주하여 처벌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법인 차 등록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회사 법인으로 등록된 차량 자체가 많지 않다. 태국의 경우 이미 법인 차에 녹색 바탕, 흰색 글씨의 번호판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심지어 용도와 종류에 따라 구별되는 13개의 번호판을 쓰고 있다.

이처럼 이미 해외 곳곳에서는 법인 차를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우리나라보다 앞서 여러 가지 법안과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빠르면 올해 안으로 구별된 색상의 법인 차 번호판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법인 차 편법 운영과 탈세를 막기 위해 나온 공약이니만큼 추후 법인 차 사적 사용 신고 및 보상제도를 추가하는 것도 좋은 예방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국가의 법인 차 관리 시스템이 시대에 맞춰 뒤따라와야 가능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필수 . '“혈세 도둑' 수입 법인차 규제해야” 브릿지경제 2018.03

-장영성 . “슈퍼카는 왜 법인차가 많을까”이코노믹 리뷰 2018.10

 

고경수(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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