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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교육, 언제쯤 와 닿을 수 있을까요
  • 정여진(바람 저널리스트)
  • 승인 2022.03.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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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한 예능이 있다. MBN에서 방영 예정인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다. ‘고딩엄빠’는 10대들의 성(性)문화를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육아를 하는 출연자들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는데, “콘돔을 빼고 (성관계를) 했다”라고 털어놓는 장면이었다. 심리상담가 박재연은 “청소년 10명 중 3명이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MC들은 충격과 우려의 모습을 보였다.

(사진1) ‘고딩엄빠’ 티저 장면 출처: 직접캡쳐

 

유튜브 채널 ‘씨리얼’의 ‘10대에게 구체적인 성교육을 하면 큰일 날까?’라는 영상이 최근 SNS에서 화제다. 영상에서 ‘청소년성문화센터’ 활동가들은 요즘 청소년에게 받는 질문이 “성관계를 하면 즐거운가요?”,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자위를 해야 정상인가요?”, “학생들도 콘돔을 구매할 수 있나요?”와 같은 현실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에 출강했을 때 학교 측에서 “학부모들이 꺼려 하시니까 자세한 강의는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거나 80분이라는 짧은 강의 시간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성교육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2) 채널 ‘씨리얼’ 영상 장면 출처: 직접캡쳐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할안전연합’에서 기획한 초등 성교육 자료영상이 공개되었다. 이 영상자료는 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을 성별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영상 속 등장하는 여아 캐릭터는 치마와 분홍색 옷을 입고 있고, 남아 캐릭터는 파란색 옷을 입고 있다. 해당 영상이 공적기관에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성교육은 여전히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지 못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3) ‘우리는 함께 자라요’ 영상 장면 출처: 직접캡쳐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장 이명화는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학교여건에 따라 편차가 크고, 효과성 있게 성교육이 실시되는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부에서 2015년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단계별 성교육 표준안’을 배포했다. 하지만 아직 미취학 아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부족하며 학교에서 성교육은 독립적인 과목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내용의 수준이 학교장과 교사 재량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여전히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이야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작년 말 강원도 원주의 한 대학 내에서 일어났던 불법촬영 사건과 같이 기술의 발전과 동시에 교내 디지털 성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입시과목에 밀려 신속하고 질 좋은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청소년에게 반드시 필요한 내용과 교사가 실제 가르치는 내용은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성교육의 실태는?

한국과 비슷하게 보수적인 성교육을 진행해왔던 일본의 경우에도 90년대 이후로는 독일식 성교육 제도를 도입하며 과학적인 내용을 중점으로 변화해왔다. 남녀의 성기가 표현되어있는 성교육 인형을 통해 사춘기 이후 신체변화와 기능에 대해 교육하며, ‘소우렛지’ 단체에서 제작된 ‘두루마리 화장지 성교육 만화’는 아이들이 볼일을 보며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성교육의 문턱을 낮췄다. 스웨덴은 1890년부터 세계 최초로 성교육을 실시한 국가인 만큼 만 4세의 이른 나이부터 성교육을 시작한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성교육 자료인 ‘스노펜, 스니판’ 영상엔 아동들이 이해할 정도의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 모양이 표현되어 있다. 노르웨이도 2015년 공영방송 NRK에서 다소 파격적인 성교육 영상자료를 공개하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아동의 생식기를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는 장면은 네티즌들에게 “아동 포르노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여드름이나 체모 등 신체변화과정을 실제 신체 사진을 동원해 보여준 장면은 “기존의 추상적인 성교육보다 훨씬 낫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외국은 성(性)에 대한 정보가 금기시되는 한국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사진4) 일본의 ‘두루마리 화장지 성교육 만화’ 출처: 직접캡쳐
(사진5) 스웨덴의 ‘스노펜, 스니판’ 영상 장면 출처: 직접캡쳐

 

최근 유튜브에서 성 전문가 혹은 청년들이 직접 나와 좀 더 경험적인 사례에 답변하는 영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닥터정연TV’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랜선 엄마’라는 컨셉으로 ‘성병검사 후기’, ‘올바르게 콘돔 끼는 법’, ‘여성의 생리 주기’ 등 살면서 생기는 다양한 성적 고민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 외에도 대학생 출연자들이 청소년기에 겪었던 자신의 성경험을 공유하거나 청소년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콘텐츠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첫경험 꿀팁’, ‘첫경험 실패시 당황하지 않는 법’ 등의 소재를 다룬다. 그런 영상을 통해 학창시절 ‘교과서 성지식’ 위주로만 교육을 받았던 필자를 포함한 필자의 친구들도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사진6) 유튜브 ‘닥터정연TV’ 출처: 직접캡쳐
(사진7) 유튜브 ‘이십세들’ 출처: 직접캡쳐

 

홍혜리 산부인과 전문의에 따르면 2018년 조사 기준 청소년의 첫 경험 나이가 평균 13.6세라고 한다. 이는 거의 초등학생, 중학생 때 성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학교에서의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 이젠 공교육도 사춘기 신체 변화에 따라 몸을 돌보는 법부터 올바른 피임법까지 상상해보고 재연해보는 실용적인 방식으로 변화해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방식이 기반이 되어야 이미 성적 주체가 되어있는 청소년들이 바람직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스스로 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8) 출처: 픽사베이

 

올해 2월, 경기도의회에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교육방법 제시, 성교육 지도교사 전문성 제고, 정기적 실태조사를 통한 학생과 학부모 의견 반영 등의 내용이 들어간 ‘경기도교육청 성교육 진흥 조례안’이 가결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한국 성교육 에 확실한 변화와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정여진(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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