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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불쌍하지만 고기는 먹고 싶은 당신에게 :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 정여진(바람저널리스트)
  • 승인 2022.03.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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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책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1)=책 창비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출처: 직접 촬영

전직 군인이었던 저자는 막연히 농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충청도 어느 마을로 귀촌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가 마주한 현실은 물 맑고 공기 좋은 아름다운 자연이 아닌 피폐해져가는 농촌의 모습뿐이었다. 쓰레기장이나 발전소와 같은 온갖 혐오시설과 기피시설들이 몰려 있었고 하필 저자가 이주한 지역은 국내 최대 축산단지였다. 값싼 고기를 위해 국가가 키워온 공장식 축산업의 폐해는 참담했다. 마을에서 나는 악취, 열악한 노동환경, 가축용 항생제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의 실태가 심각했다. 축산업의 현실을 직접 목격한 그는 채식을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육식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공장식 축산 방식 문제라면, 좋은 환경에서 길러진 동물의 고기를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어쩌면 그게 자연의 섭리 아닐까?’와 같은 의문을 품게 되고, 완전한 채식에서 잠시 벗어나 직접 자연양돈 돼지를 키워 1년 후 잡아먹겠다고 결심한다.

 

공장식 축산방식과 자연 양돈 축산방식

“싸게 많이 먹는 소비문화는 생명을 억압하는 사육방식, 미래자원까지 고갈시켜가며 생산하는 ‘공장식 농장’과 연결되어있다.” -185p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대부분의 돼지는 시멘트로 꽉 막힌 좁은 방에서 분말 사료만 먹고 살다가 도축장에 끌려가는 날 처음으로 햇빛을 본다. 더럽고 습한 축사는 돼지들이 질병에 걸리기에 아주 쉬운 환경이고 인간은 병든 돼지를 다량의 항생제로 해결한다. 이렇게 자란 돼지를 먹는 인간 또한 건강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도 생산성 제고를 위해 ‘더 빨리, 더 많은’ 돼지를 잡아먹으려고 노력한다. 반면 자연양돈 돼지들은 흙을 파며 놀고 농가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사료로 먹는다. 보다 넓고 깨끗한 축사에서 돼지의 본성은 존중되며 천천히 길러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육된 돼지는 공장식 축산의 돼지들에게 사용되는 과도한 항생제가 필요 없으며 공장식 축산의 돼지들에 비해 깨끗한 분뇨를 배설하기 때문에 농촌 토양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살아있는 동안에 동물은 행복이 보장되고 인간은 생명의 고귀함을 깨닫게 된다.

 

생명과 고기

저자는 결국 자신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던 돼지를 직접 손으로 잡아먹는다. 사실 처음 책을 읽었을 땐 이러한 결말이 반갑지 않았다. 채식주의자라 선언했던 저자가 돼지에게 정들었던 감정을 뿌리치고 결국 돼지를 잡아 기절시키고 가죽을 벗기는 장면은 현실 속 돼지들의 처참한 운명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결말이었기에 저자가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는다고 생각되었다. 결과적으로 저자가 돼지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사회적 분위기에 등 떠밀려서 억지로 해야만 하는 채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먹는 것, 맛있는 것’으로만 여겨지는 가축 동물이 식탁 위 고기가 되기 이전에 살았던 삶과, 소중한 생명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매일같이 먹는 고기 한 조각, 우유 한 모금이 어느 생명체의 희생인 것인지 인지하고 감사함을 갖는 것 또한 채식의 연장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팬데믹 없는 가축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

“‘먹방의 시대’다. 고기의 식감과 육즙에 대해 우리는 말한다. 단백질 보충이나 힐링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고기도 한 때 숨 쉬는 생명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따뜻한 피가 흘렀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죽어서 우리에게 오는 지 생각하지 않는다. 매년 가축 전염병이 돌고 축종별로 돌아가며 수많은 동물이 땅에 묻힐 때야 우리는 비로소 가축이라는 존재를 본다.” -184p

공무원인 필자의 아버지는 2019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터졌을 당시 해당 지역에서 경계 보초를 서는 근무를 맡으며 여러 고충을 겪었다. 실제로 그런 특이 상황에 차출되었던 공무원과 군인들 중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2011년 구제역 때도, 2019년 아프리카 돼지 열병 때도 우리는 너무 많아서 죽이지도 못한 채 생매장 당하는 돼지들에 대한 뉴스를 보며 ‘돼지들이 불쌍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모순적인 것은 가축 세계에서의 팬데믹이 대부분 공장식 축산업으로부터 이어졌다는 사실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등이 모두 동물의 질병에서 시작된 전염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결국 동물과 인간은 연결되어있다. 동물의 건강과 행복은 인간의 건강과 행복으로 이어진다.

 

“가축은 우리 사회의 이면이고 우리 자신이다. 생명에 대한 감각을 잃은 것 그 자체로 우리는 이미 벌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85p

이 책을 읽은 후 어떤 이는 고기를 보며 다시는 입맛 다시지 않겠다고 할 수 있다. 또 어떤 이는 내가 먹는 고기의 원산지가 어떤 사육 방식을 추구하는 곳인지 확인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혹 어떤 이는 여전히 ‘그래도 맛있잖아, 다들 먹잖아’라며 와 닿지 않아 할 수도 있다. 물론 육식과 채식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적어도 동물과 인간의 연결성, 공장식 축산업의 폐해, 건강하고 행복하려고 먹는 고기의 이면성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본 후 좀 더 윤리적인 육식소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정여진(바람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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