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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렉카 이대로 가만히 둘 것인가?: ‘불씨를 키우는 사람들’
  • 고경수(바람저널리스트)
  • 승인 2022.03.0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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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인터넷 방송인 잼미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했다. 이 사건은 2월 초 그의 삼촌에 의해 공론화되었다. 그녀는 사망하기 전까지 지속적인 악플과 각종 루머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그녀는 2019년 상반기 본인의 인터넷 방송에서 특정 커뮤니티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채 각종 커뮤니티와 유튜브, sns에 마녀사냥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이를 접한 악플러들이 그녀의 방송과 유튜브 채널에 찾아가 조롱하며 악플을 남기는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2019년 9월에는 잼미가 악플들로 인해 자신의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으며, 해당 사건에 대한 충격으로 한동안 방송을 쉬기도 하였다. 하지만 복귀한 이후에도 그녀의 방송에서 악플과 조롱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녀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당시 그녀가 시달리던 악플과 루머들은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를 공론장으로 꺼내온 이들이 사이버렉카이다.

 

(사진1)=교통사고 현장의 렉카/출처:픽사베이

 

‘사이버(Cyber)’+‘렉카(Wrecker)’:이슈를 견인하는 사람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별다른 신고 없이도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있는 렉카(견인차)들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이버렉카란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이슈를 누구보다 빠르게 가져와 영상 콘텐츠로 만드는 이슈 유튜버들로, 그 모습이 마치 렉카와 같아서 생긴 말이다. 그들은 인터넷상에 다양한 분야의 이슈가 된 각종 사건사고들을 짜깁기하여 이를 비판하는 것을 주 콘텐츠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영상의 조회수나 인지도, 광고 수익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과거에도 파파라치, 황색언론 등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은 존재했다. 하지만 사이버렉카와는 다르게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이를 다뤘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사이버렉카의 경우 언론매체는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이 들어가도 책임을 묻기 어렵고, 요즘에는 이슈 유튜버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면서 남들보다 먼저 영상을 올리기 위해 사실 확인 없이 영상을 찍어내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사진2)=거짓뉴스를 옮기는 사람/출처: 픽사베이

 

알 권리라는 이유로 넘어버린 선

사이버렉카에게 명확한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한 뒤 ‘사람들의 알 권리’를 내세운다. 여기서 그들의 이중성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의 신상은 감추고 활동한다는 점이다. 또한 업로드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 해당 영상을 조용히 삭제하고 입을 닫는 무책임한 모습도 자주 보인다. 실제로 잼미가 생을 마감한 이후 그녀를 저격했던 영상들은 모두 비공개 처리하거나 삭제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목적이 사실을 전달하려는 사명감과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자신들의 영상의 조회수를 올리고 수익을 위해서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반응할 자극적인 이슈만 생기면 어떠한 이슈든 그들의 콘텐츠 소재가 된다.

이처럼 사이버렉카가 활동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영상들이 흥행 보증수표라는 점이다. 최근‘유튜브 알고리즘을 탔다’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따라 특정 영상이 이용자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에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은 그만큼 이슈 유튜브를 사람들이 많이 시청하고 소비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이슈 영상들의 조회 수가 기본 몇천에서 많게는 몇십만까지 나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의 원리로 바라보면 확실한 소비층 있기에 지속적인 공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현재로서는 없는 점이다.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언론중재법)’에는 언론사 등의 언론 보도를 통해 명예훼손이나 권리 침해 등의 피해를 받은 경우 중재 및 조정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사이버렉카의 경우 활동하는 플랫폼이 언론매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며, 그 외에 마땅한 처벌 법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최근 사이버렉카들로 인해 벌어진 2차 피해 사례와 사건사고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그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1인 미디어를 기존 언론매체와 동일선상에 두고 처벌하기 어렵고,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법안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출처: 직접 캡처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기에

이슈 유튜브는 앞으로도 살아남을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도 이슈를 다루는 사이버렉카들이 있다. 즉 타인의 이슈 특히 유명인의 좋지 못한 사건이나 사고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만국 공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앞으로도 이런 무분별한 활동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다. 잼미가 생을 마감한 사실이 알려지고 2주일 만에 잼미의 마녀사냥을 주도했던 사이버렉카를 처벌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2만 명을 넘었다. 이번 국민청원으로 추후 사이버렉카들의 콘텐츠 제작은 어떤 변화가 있을지 또한 관련 처벌법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들을 처벌할 적절한 법안이 발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경수(바람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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