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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소년심판>, 재판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면 사법은 끝이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기대작, <소년심판>이 오는 25일 공개된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소년범죄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9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공식 예고편에 따르면 소년범에 대한 판사들 간의 첨예한 입장차가 드러나 있다. 정의와 형벌 사이에서 번뇌가 가득한 법정에서 소년범이라는 추가적인 고려 요소는 판단의 복잡다단함을 가중한다. 서로 다른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판사들의 대립과 갈등이 이 드라마의 최대 관전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사진1)=<소년재판> 포스터/넷플릭스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드라마 예고편이 공개되자 한 누리꾼은 "큰 화제작이 돼서 사회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라며 2천 개가 넘는 공감을 얻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판사 심은석의)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라는 대사가 가슴에 와닿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판사 심은석이 보여주는 엄격하고 냉정한 정의관은 촉법소년과 소년범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대변하고 있다. 실제로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에게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내리고 있다. 위와 같은 열렬한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드라마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간 일명 '솜방망이' 처벌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동시에 드라마의 흥행을 기대하는 것은 촉법소년 처벌 강화에 대한 요구를 표명하는 사회참여 행위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악마판사>는 '라이브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판사 강요한(지성 분)은 국민의 실시간 투표에 따라 다수가 바라는 정의를 파악한 후 그에 합치되는 판결을 선고한다. 공판심리 후 판사는 피고인에게 사형이나 태형 등 이른바 '사이다' 판결을 내림으로써 기존의 법치주의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맹렬히 풍자했다. 또한 같은 해 방영된 드라마 <모범택시>는 주인공 김도기(이재훈 분)가 '사적복수'를 대행하는 이야기로, 가해자를 법의 이름으로 용서하는 양형의 가벼움을 꼬집으며 '사이다' 같은 전개로 인기를 끌었다.

 

참을 수 없는 양형의 가벼움

최근 1년 사이 법정물, 특히 '사이다' 법정물이 세 건이나 등장하고 있는 것은 현행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답답함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법 시스템은 결코 국민정서를100% 만족시킬 수 없다. 법관은 사안의 심판에 있어서 사회통념과 행위의 비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그렇다고 여론을 의식하거나 들끓는 분노에 부응하고자 양형을 그때 그때 달리 한다면, 그것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해하여 사법 시스템을 붕괴하는 것이자, 판단자로서의 지위와 독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재판부가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법과 원칙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반면 여론의 법감정은 가치의 영역이어서, 양자를 기술적으로 혼재할 수 없는 한 그 사이에서 불가피한 간극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형사재판에서 국민정서가 고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천칭의 저울 한쪽이 기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한 '그 가치가 어느 정도다'라고 임의로 계량하는 것은 법관의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우려가 있어 그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면 법관은 판결문에 '양형 이유'를 기재하고 양형 기준(원칙)을 이탈할 수 있다. 이때 범죄의 죄질 또는 행위태양, 피고인의 나이, 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따라서 법관은 양형 이유로써 선고형을 가중하기도, 감경하기도 한다. 재량의 영역인 만큼 법과 국민정서 간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

 

박주영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양형 이유는 조금 특별하다. 그는 저서 <어떤 양형 이유>에서 법정 앞에선 피고인의 모습을 회고한다. 영화 속 주인공보다 더 잔혹하고 충격적이고 반인륜적인 죄를 저지른 피고인이라도 법정에 선 인간의 민낯은 초라하고 평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합의부나 배심재판에서 형량이 예상보다 내려간다고 한다. 그의 기록을 미루어 생각건대, 우리는 언론을 통해 형량이라는 정량적 수치를 보고 들을 뿐, 실제 공판 심리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참회와 반성에 대한 정성적 이해는 결핍되기 때문에 재판부의 판결이 '솜방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한 오해 뒤에서 박 판사는 피고인을 꾸짖기보단 그들에게 서사와 애정을 부여해왔다.

 

(사진2)=책 <어떤 양형 이유>

 

"생의 기로에 선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은, 그저 그에게 눈길을 주고 귀 기울여 그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울산지법 2019고합241 판결)

"도대체 아이들의 목숨조차 온전히 지켜주지 못하면서, 무슨 복지를 논하고, 어떤 이념을 따지며, 어떻게 정의를 입에 올릴 수 있는가. 다시 묻는다. 우리는 과연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울산지법 2019고합365 판결)

 

박 판사는 자살을 시도한 피고인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아이와 함께 자살하려 한 모친에게는 '동반자살'이 아닌 '살인죄'을 의율하며 우리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를 양형 이유로 설시했다. 그가 보여준 '양형 이유'는 형을 감경 또는 가중하여 사회정서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 아닌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반성이다.

 

'사이다' 판결은 드라마에서만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답답함이 범람하며 '사이다' 법정물이 흥행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분노의 대상을 명확히 분간해야 한다. 현재 방영하는 '사이다' 드라마는 그저 범죄자 개인의 책임론을 부각하고 그들을 향한 분노만을 조장하는 역풍을 야기할까 두렵다. 진정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소념범과 촉법소년 등 범죄자가 아니라 죄와 사회 시스템이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형벌의 강화가 범죄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단지 소년범과 촉법소년 등 범죄자를 응징하기 위한 허울뿐인 명분이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양형과 범죄예방 목적을 모두 실현하기 위해 법정에서는 '어떤 양형 이유'로써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안을 고민하고 소년심판에 있어서는 처우 개선 기회와 완충 지대를 마련하고 있다. 법관들의 반성적 고려와 우리의 건강한 분노가 같은 곳을 향할 때 더 나은 사회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다' 법정물 <소년심판>, 심은석 판사의 냉혹한 분노가 종국에는 소년범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를 향하는 결론을 내심 기대해 본다.

 

박상혁 바람저널리스트

박상혁(ESG기자단)  sarka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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