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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표심 사로잡기…2022 대선 주요 후보들의 젠더 정책

 

서서히 2022 대선의 윤곽이 잡혀가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각각 이재명, 심상정으로 확정했고, 국민의힘도 후보 간의 팽팽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공약보단 네거티브와 이미지 메이킹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각 후보는 표심을 사로잡을 공약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다. 몇 년 새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주제는 아무래도 ‘젠더’일 것이다. 워낙 사람들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민감한 주제이기에 대선을 노리는 정치인에겐 끌리면서도 어려운 카드이다. 그만큼 과감하게 젠더 공약을 약속한 후보도 있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후보도 있다. 어쨌든 한국의 현주소, 대선 레이스의 상황에서 ‘젠더’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심상정과 국민의힘 내에서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윤석열, 홍준표의 젠더 정책을 비교·분석해보고자 한다.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 후보의 공통점은 여성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층에 해당하는 2030 여성의 지지율이 무척 낮은 편이다. 단순히 그들이 남성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후보 모두 중년의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높은 지지율을 끌어낸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세 후보 모두 이를 의식했는지 앞다투어 ‘젠더 공약’을 내놓았다. 성 평등 공약, 여성 공약, 패밀리즘 등 각기 내놓은 이름은 다양했지만 모두 젠더 문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지금부터 한 후보씩 세부사항을 살펴보자.

 

[이재명 후보] 위험 부담을 최소한으로, 무색무취 ‘성 평등 정책’

<사진 1>

이재명 후보 프로필 사진/이재명 후보 블로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형수 욕설 사건’ 등 여러 구설로 여성 지지율이 저조하다. 이 지사 특유의 마초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을 강점으로 평가하는 유권자도 있지만, 거부감을 표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그런 그가 이미지를 회복하고 여성의 지지율을 도모하기 위해 내놓은 성 평등 정책은 크게 4개 주제로, △육아휴직 확대 △젠더폭력 대응 체계 구축 △고용 성 평등 강화 △성과 재생산 건강권 보장이다.

‘육아휴직 확대’와 관련하여 이 지사는 “일하는 모든 부모가 걱정 없이 자녀를 함께 돌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프리랜서·플랫폼 노동·특수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또한, 점진적으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높여 아빠도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출산휴가·육아휴직 자동등록제'를 도입해 제도를 이용할 권리와 접근성을 높이고 사업주의 법정의무 준수 의식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젠더폭력 대응 체계 구축’과 관련하여 디지털 성폭력 범죄 대응을 목적으로 한 컨트롤타워 설치, 디지털 성착취물 유포 가능성 제거를 위한 삭제 기술 개발 투자 확대,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도 내놓았다.
‘고용 성 평등 강화’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노동위원회 산하 ‘고용공정위원회(가칭)’설치를 통한 일터 내 성차별·성희롱 피해 구제와 고용 평등 강화가 있다. 더불어 고용노동부에 고용 평등 업무 총괄 전담부서도 두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성과 재생산 건강권 보장’과 관련해선 여성 청소년 건강을 위해 11~18세 모든 여성에게 생리대 구입비를 지급하고, 여성 청소년 건강검진 항목에 생식건강 초음파 항목도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공공산후조리원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지사의 젠더 공약은 위험 부담을 최소화한 소극적 공약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20대 여성으로서 바라본 이 지사의 ‘젠더 공약’은 특별히 나쁘지도, 그렇다고 강렬하지도 않았다. 당내 경선에서 이 지사와 호각을 다퉜던 이낙연 후보의 ‘HPV 백신 무료 접종 연령 확대’나 ‘변형카메라 구매 이력 관리제’가 호평을 끌어낸 데에 비하면 실질적인 고민이 부족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는 눈 여겨 볼 만한 과감한 공약이었다고 생각되지만, 이마저도 ‘백브리핑’에서만 언급하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태도를 취한 것은 역시 남성 지지층을 의식해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준표 후보] 페미니즘이 아닌 ‘패밀리즘’? 남성 지지자의 입맛에 맞춘 젠더 공약

<사진 2>

홍준표 후보 프로필 사진/홍준표 후보 블로그

 

홍준표 후보도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극명하게 대비될 만큼 여성지지 기반이 약한 후보 중 한 명이다. 홍 후보도 이를 의식해 ‘젠더 공약’을 묶어 따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젠더 공약의 슬로건으로 ‘페미니즘에서 휴머니즘, 페미니즘에서 패밀리즘’을 내걸었다. 그가 말한 '패밀리즘' 정책이란 '2050 희망 플랜'을 통해 출산·인구 정책을 재편하는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리해 예산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만 12세 아동까지 부모들에게 직접 지원하겠다는 취지이다. 또한, 방과 후 교실 확대와 초등학생 ‘온종일 돌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으로 교육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한다.

또 그는 여성할당제 폐지를 공약했다. 이와 관련하여 “능력과 실력에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 차별도 역차별도 없는 진정한 양성평등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을 보탰다. 이와 더불어 여성가족부도 다른 부처로 통합하겠다고 약속한다.

그의 젠더 공약 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흉악·상습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 집행 강화이다. 그는 “폭력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흉악·상습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를 강력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법원과 협조하겠다.”고 덧붙인다. 비슷한 취지로 현행 전자발찌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겠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 대한 지원도 강화도 약속했다. “사회 복귀를 위한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 제공과 함께 임신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의 젠더 정책은 여성이 아닌 남성을 위한 젠더 정책이라고 평가받는다. 그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20대 남성을 의식하여 그들의 시각으로 젠더 문제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특히, ‘페미니즘에서 패밀리즘’으로 전환하겠다는 그의 슬로건은 페미니즘에 강한 반감을 보이는 지지자 남성들을 다분히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의당 측은 “ 홍준표 캠프는 페미니즘이 가족의 가치를 부정하고 공동체를 파괴한다는 지독히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습니다.”며 강한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여성의 표를 유인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홍 후보의 젠더 정책은 ‘아쉬움이 많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 ‘임신·출산 지원 정책’, 정작 핵심은 놓친 껍데기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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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 프로필 사진/윤석열 후보 블로그

 

윤석열 후보는 ‘1일 1망언’으로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서는 후보이다. 그의 망언은 여성도 피해 가지 못했는데, 지난 8월 2일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이 돼서 남녀 간의 건전한 교제를 정서적으로 막는다."고 발언한 것이 물의를 빚었다. 이는 전 검찰총장으로 ‘기득권 남성’의 표본처럼 인식되던 그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다른 후보들보다도 젠더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윤 후보는 「임신·출산 지원 정책」을 공약했다.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임신 출산 전) 성년여성 건강검진

- 성년 여성 대상 자궁 및 유방 검진 주기적 실시 (건보적용)

✔ (출산 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

- 소득 기준에 관계없이 모든 출산 가정에 바우처 제공 (단, 소득별 차등지원)

-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가정 파견 등 국가가 지원하는 신생아 돌봄 서비스 제공

✔ (임신·출산) 난임 시술 지원 강화

- 소득기준 폐지

- 신선배아, 동결배아, 인공수정 횟수 유연성 강화

- 난임휴가 확대 (3일 → 7일)

사실상 윤 후보의 젠더 정책은 다른 후보들처럼 평가하기에도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다. 또한, 젠더 정책의 초점이 ‘임신과 출산’에만 맞춰져 있다는 점도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임신과 출산 지원에 앞서, 여성들이 왜 임신과 출산을 기피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경력단절과 독박 육아 등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아이를 ‘낳는’ 행위에만 집중한 젠더 공약은 껍데기로 전락할 뿐이다. 현재 비혼, 비출산의 삶을 꾸려나가는 여성이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정책에서 더 보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심상정 후보] “노동과 젠더 선진국으로”, 노동하는 여성을 위한 젠더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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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보 프로필 사진/심상정 후보 블로그

 

지지율에 따르면 유력 후보라고 보기도 어렵고, 거대 정당 후보도 아니지만 심상정 후보가 정치권에서 갖는 상징성은 분명 존재한다. 남성 중심의 노동권 조직에 반발하여 여성들을 모은 서클을 조직하고, 서울대학교에 총여학생회를 만들어 초대 총여학생회장으로 대학 시절을 보낸 심 후보에게 ‘젠더 문제’는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심 후보는 노동, 젠더, 소수자, 환경에 꾸준히 목소리를 낸 정치인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언급되는 거의 유일한 여성 후보이기도 한 심 후보의 ‘젠더 정책’은 어떨지 살펴보자.

먼저, 심 후보는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성평등임금공시제’를 확실히 도입하겠다고 말한다. 이를 성별 임금격차 해소의 계기로 삼아서 OECD 최고 수준의 임금격차를 확실히 줄여나가고, 현재 남성 대비 2/3 수준에 머무는 여성 노동자의 임금 차별을 시정하겠다고 덧붙인다.

​또한, ‘성평등교섭(gender equality bargaining)의 의무화’를 통해 성별 임금 격차를 포함한, 육아지원, 교육 및 승진 기회 균등,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 등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한다.

심 후보는 ‘생애주기형 노동시간 선택제’의 도입도 약속한다. 이를 통해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방지하고, 모든 청년들이 일과 삶의 균형, 고용 안정성을 누릴 수 있도록 촘촘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한다.

더불어 그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이 청년들에게 보장해야 할 기본 건강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성별 불문 모든 25세 이하 청년들의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을 공약한다. 현재 접종을 못한 ‘26세 ~ 35세’ 비혼 청년들에게도 무료접종을 적용하겠다고 덧붙인다.

​“돌봄청년들의 돌봄 걱정을 국가가 덜어드리겠다.”며 “청소년-청년 미혼모, 미혼부 가정의 양육은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심 후보는 수락연설에서도 ‘젠더’를 거듭 강조했다. “노동과 젠더 선진국을 만들겠다. 성별, 지역, 세대 간의 차별을 없애겠다.”며 “일상의 민주주의의 강한 인권 선진국”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노동과 굉장히 밀접한 후보인 만큼 젠더 공약도 ‘노동’과 많이 연결 지은 모습이다. 심 후보의 공약은 노동을 하는 여성, 일터에서의 여성의 삶에 초점을 둔 듯하다. 정의당이 가진 당 색깔처럼 여성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역시 다른 후보들보다 한발 앞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특별히 엄청 새롭거나 눈을 끄는 공약은 아니라는 한계도 존재한다. 심 후보와 정의당이 정치권에서 갖는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정의당만이 할 수 있는 공약을 더 많이 내던져주길 바라는 개인적인 기대도 있다.

 

김나현(ESG기자단 )  sarka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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