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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것이 어떨까요
  • 양경민 지속가능저널 인턴기자
  • 승인 2021.10.1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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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1)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요즘, 어둠과 적막만이 가득한 집 안에 들어서는 것은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시대에 혼자 사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혼자가 편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 역시 확실하다. 지하철에 같이 탄 수많은 사람은 각자 이어폰을 끼고 저마다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분명 모두가 한 공간에 있지만, 결국 각자 자기만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 가깝게 연결돼있지만 동시에 혼자 고립되어 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속 세계는 실제 우리의 삶과 몹시 비슷하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주인공 진아. 카드회사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진아는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면 퉁명스럽게 받아치거나 외면하기 일쑤다. 진아에게 누군가의 관심은 그저 불편하다.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던 어느 날 진아가 일하는 부서에 신입사원이 들어오고 진아는 팀장의 독촉에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게 된다. 늘 혼자였던 진아의 일상에 신입사원 교육은 귀찮은 업무의 연장선이다. 한편 진아는 출퇴근 길에 시답잖은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고독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옆집 남자의 죽음, 그리고 신입사원 수진과의 만남 이후, 진아의 고요했던 일상에도 작은 파문이 인다.

 

혼자 사는 사람들

 

영화 속 진아의 표정은 시종일관 큰 변화가 없다. 마치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는 듯 행동한다. 밖에서도 온종일 이어폰을 꽂고 다닌다. 소리가 나오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그저 누가 말이나 걸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 자신만의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장벽이다. 매일 똑같은 밥을 먹으며 그녀의 방 안에는 항상 TV가 틀어져 있다. 그녀는 그저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는 듯 보인다. 그런데도, 직장부터 가정사까지, 진아의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하는 문제들은 수많은 곳에 도사리며 여전히 그녀를 방해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더욱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 누가 알아볼까 덮고 가린 문제들은 결국 자신에게도 벅찰 정도로 커지기 마련이다.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다.

 

진아는 그저 담배를 피우던 옆집 남자가 말을 걸까봐 짜증이 나고, 상사가 귀찮은 관계를 전가할까 봐 걱정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현실로 다가온다. 만일 우리 삶에서 고통으로 찢어지는 순간이 존재한다면 그 순간은 다름 아닌 외부에서 도래하는 것이라고 이 영화는 이른다. 이를테면 혼자 점심을 먹으며 유튜브를 들여다보는 진아만의 온전한 시간을 방해하는 신입사원 수진의 존재가 그렇다. 또, 친근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새로운 이웃 사람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우리는 혼자일 수밖에 없다. 가족들과 살고 있어도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아주 형식적인 대화만 할 뿐, 소통 없는 삶, 교류 없는 삶은 꼭 누구랑 같이 살고 있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떤 트라우마들이 우리를 1인 가족으로 안내한다. 결국 현대인들의 삶은 1인 가족의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 끊임없이 자극적인 외부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해선 철저히 고립된 삶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철저히 혼자 사는 삶, 어느 누구도 들어오길 원치 않는 삶. 정말 진아는, 그리고 우리는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혼자는 벅차다

 

그러나, 결국 혼자가 벅찬 사람들에게 그 악순환의 끝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은 타인이다. 자꾸 말을 거는 옆집 남자, 자꾸 친해지고 싶어 하는 신입사원, 자꾸 전화를 거는 가족까지, 원치 않은 타인의 지속적인 등장은 진아가 힘들게 쌓아 올린 삶의 리듬을 무너뜨리지만 많은 것을 바꾸기도 한다. 그동안 혼자였던 진아는 이 모든 상황이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지만, 그 손길은 그녀의 삶에 새로운 순환을 만들어낸다.

 

고독사한 옆집 남자, 그 집에 새로 이사 온 남자, 신입사원 수진과의 만남으로 진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녀는 결국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 초반 진아는 과연 혼자 사는 것이 정말 편했던 걸까? 영화 속 그녀는 언제 어디서나 항상 소음과 함께한다. 사실 혼자인 게 무서운 듯 보였다. 어쩌면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아파트 긴 복도를 지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지 못했던 죽은 이웃의 집을 지나, 깜깜한 집에 들어가 이미 켜져 있는 TV 소음과 함께 하루를 끝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영화 속 진아가 보내온 혼자의 삶은 자유가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진아를 포함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혼자인 삶을 자기의 방식대로 그저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최소한의 연대

 

인생은 끊임없이 타협을 요구한다. 타협은 마치 어떤 포기를 의미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인생의 현명함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끊임없는 대외적 소통을 요구받기 마련이고, 대외적 소통의 균형은 타협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영화의 마지막은 나름대로 관계의 적정선을 찾아가는 진아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그렇지만,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가 좋다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살거나 생각하지 말라며 참견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 작지만 강한 가능성 자체에 주목하는 영화이다.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르는 자신과 닮은 누군가에게 찾아온 변화를 보여주며 자신에게도 비슷한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 내지는 예시를 들려준다. 무조건 피하는 게 답은 아닌 것처럼, 우리는 각자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며 느슨한 연대를 이어가는 것이 현대사회 속 1인 가구의 중요한 시사점이다.

 

양경민(영국 RHUL) /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양경민 지속가능저널 인턴기자  horizonnvisi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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