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지속가능바람 우리가 사는 세상
“대학 속 장벽을 부숴라”... 베리어프리(barrier-free)- 대학교 내 베리어프리 운동

모두를 위한 대학

2019년 12월 15일, 장애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남아있는 교육현장 취재 기사가 올라왔다. 시각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대학생, 정 모 씨는 선천적으로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법조인을 꿈꾸며 A 대학에 지원하였다. 그러나 입학 과정에서부터 장애 전형 학생에겐 법학을 전공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차별의 벽과 마주했다. 정 씨가 어쩔 수 없이 다른 학과로 발길을 돌렸어야만 했던 이유다. 정 씨에게는 입학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조차 순탄치만은 않았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표지가 없다 보니 강의실로 가는 길은 언제나 기억과 감각에만 의존해야 하며 주변인들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대학 내 계단들의 높낮이 구분이 제대로 안 돼 있고, 기껏 설치해놓은 손잡이는 벽에 가려져 있으며 안내 음성은 형식적 정보에만 그칠 뿐이었다. 게다가 현재 대학 시스템은 대학생들의 편리함을 위해 무인 기계를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나 음성 안내가 없어 시각 장애 학생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장애 대학생들은 "차별의 벽 낮춰주세요."라고 외치며 평등을 위한 대학을 꿈꿨다. 이것이 불과 2년 전 ‘모두를 위한 대학’의 모습이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장애 대학생 도움 지원 경험자의 수는 총 29,798명으로, 전체 경험률이 2.3%밖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에 대한 만족도는 ‘거의 만족하지 않음’이 52.3%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고, ‘매우 불만족’이 18.2%로 두 번째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복지서비스별(1)

2019(년)

추정수(명)

매우 불만족(%)

거의 만족하지 않음(%)

만족하는

편임(%)

매우 만족(%)

장애 대학생 도움 지원

690

18.2

52.3

17.9

11.5

(표1)=(장애인 관련 복지서비스 만족도 / 출처:통계청)

 

오늘의 대학은

2년 전과 오늘날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지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혹시 베리어프리(barrier-free) 운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베리어프리’는 장애물을 뜻하는 '베리어(Barrier)'와 벗어난다는 뜻의 '프리(Free)'의 합성어로, 건축이나 도로 공공시설 등과 같은 물리적 장벽뿐만 아니라 학습 등을 제한하는 제도적 법률적 장벽을 비롯한 각종 차별과 편견, 나아가 장애인이나 노인에 대해 사회가 가지는 마음의 벽까지 허물자는 의미의 운동이다.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의 '장벽 없는 건축 설계 (barrier free design)'라는 건축학 분야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베리어프리’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건물의 문턱을 없애는 물리적 '베리어프리' 운동에서 시작해 이제는 법률적, 제도적 장벽까지 허무는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1)=(베리어프리 학교생활환경 포스터/출처 : 서울시교육청)

이러한 베리어프리 운동을 교내에서 몸소 실천하는 대학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경희대학교 학생회는 2021년부터 장애 학생이 가장 많이 재학하고 있는 호텔관광대학과 정경대학을 대상으로 베리어프리 TF(Task Force)를 모집하여 교내 건물 베리어프리화와 같은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팀과 대체 텍스트 도입과 같은 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팀으로 구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교내 경사로,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점자 유도 블록, 촉지도(觸地圖), 출입문 등 교내 이동권 확립을 위한 실태조사를 마친 상태이며, 학교와의 협의를 통한 베리어프리 시설 설치를 진행하고 중이다. 이에 덧붙여, 실태조사를 마친 결과, 촉지도가 설치되어 있더라도 촉지도의 건물구조와 현재의 대학건물구조가 서로 상이한 것을 발견하고, 변경된 건물구조를 반영한 촉지도를 제작하는 작업도 착수할 것이라 밝혔다. 대체 텍스트 도입 역시 가이드라인 공표와 준수 협약식을 진행하며 대학 내 제도화를 완성해나가는 단계에 들어갔다. 특히 베리어프리 운동 중 대체 텍스트 도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대학교 학생기구의 현재 정보 전달 방식에는 대체 텍스트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하였다. 현재 대다수의 학생 자치기구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간식 사업이나 수강 신청 알림, 장학금 정보 등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이며, 대체 텍스트가 이러한 온라인 환경에서 시각 장애인과 같이 시각적 자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학생들의 웹 접근성을 높이고 시각 자료에 의한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사진2)=(경희대학교 청운관 1층 출입구 점자 유도 블록/ 출처 : 경희대학교 총학생회 공식 인스타그램)

베리어프리 사업에 대한 차후 계획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 수준의 사업이기에 확정하기는 어려우나 저상버스 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희대학교가 위치한 동대문구는 원도심 특성상 경사로가 많아 이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기에 휠체어 용자와 노인, 아이 등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저상버스의 도입이 필수적이라 강조하였다. 다만, 교내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단체와 협업해야 하는 프로젝트이기에 지역단체의 장애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충분하지 않아 실현하기에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하였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 학생권리국은 베리어프리 사업이 단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만 이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였다. 예컨대 OTT 플랫폼인 ‘넷플렉스(netflex)’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제공한 자막 서비스가 비장애인에게도 증진된 편의를 제공하듯이, 베리어프리 사업을 통해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의 편의를 보장하는 경희대학교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였다는 것이다.

 

내일로 향하는 대학

경희대학교뿐만 아니라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도 2020년부터 베리어프리 사전조사를 통해 휠체어를 탄 학우들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충북대학교도 2020년에 보·차도 분리 및 단차를 없애 장애인의 사용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구조를 변경해 ‘함께 걷는 길’을 조성했다.

(사진2)=(충북대학교 내 ‘함께 걷는 길’/출처 : 충북대학교 공식 블로그)

이와 같이 대부분의 학교에는 장애 학우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학업 수행과 등하교 등에서 비장애인 학생들보다 몇 배로 가증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장학금 공지나 수강 신청 안내와 같은 정보에도 격차가 벌어지며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배리어프리 운동은 소수자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이동권과 정보 접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대학을 ‘평등’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장애 문제는 ‘장애인의 문제’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이 사업을 통해 비단 장애 학우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차별과 배제 없는 대학교, 진정 ‘모두를 위한 대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민준(ESG 기자단)  sustainability@sjournal.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