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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트렌드 ‘라벨 프리’

ESG 열풍에 옷 벗고 나선 생수병들

최근 라벨이 없는 생수병을 본 적이 있는가? 기업들의 ESG 열풍이 뜨거워지고 이에 따라 환경보호에 관심이 커지면서 생수업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일명 라벨 프리(Label Free). 옷을 벗은 무(無)라벨 생수병이 등장한 것이다.

(사진1, 서울시 모 노래방에 입고되는 30개입 라벨 프리 생수 / 출처 : 직접 촬영)

환경부에 따르면 농심을 비롯해 동원에프엔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코카콜라음료, 풀무원샘물 등 국내 생수 생산량의 74%를 차지하는 10개 기업들이 라벨 프리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친환경 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라벨 프리 움직임은 앞으로 확산될 것이고 라벨 프리 상품도 흔히 보일 전망이다. 작년 12월 25일 시행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의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투명 페트병 라벨 분리배출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투명 페트병은 전용 배출함에 분리 배출돼야 한다. 라벨은 제거하고 페트병을 찌그러뜨린 후, 뚜껑을 닫아 배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라벨 프리의 효과

환경부는 라벨 프리 페트병으로 바뀔 경우 연간 400톤의 폐플라스틱 선별 품질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유사한 품목의 재활용품이 혼합된 채로 배출되는 경우가 많아 고품질 재활용품 생산에 어려움이 있었다. 색이 들어간 페트병이나 라벨이 붙은 페트병은 재활용 공정에서 재생원료의 품질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벨 프리 제품의 등장으로 재생원료 품질 문제가 나아질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조공정의 변화가 불가피해 초기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생수병 라벨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의 사용량이 크게 줄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에게 라벨 프리 전략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ESG 경영을 통해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매력적인 전략이다. 더불어 소비자에게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라벨 프리 트렌드는 생수, 탄산음료, 커피 및 식용유 등 그 적용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는 환영, 기업은?

소비자들은 라벨 프리 페트병의 출시를 반기고 있다. 기존의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분리배출하기 위해서는 라벨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몇몇 기업들은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라벨에 절취선을 만들거나 접착력이 낮은 라벨을 부착하여 제품을 출시했었다.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닐 사용을 감축하기 위해 라벨을 전면적으로 없앴다. 비닐 폐기물의 획기적 감소와 더불어 소비자의 번거로움을 줄여 폐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더욱 높이는 효과까지 기대된다.

반면 기업들의 반응은 다양할 것이다. 먼저 라벨을 제거하면서 디자인으로 타사 제품과 차별화를 하기 어려워졌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기존에 구입하던 브랜드의 생수만 소비하거나, 싼 가격의 생수를 소비할 것이다. 물론 생수 판매량이 상위권에 위치한 기업들은 ESG 경영과 소비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지만, 신생 기업이나 인지도가 부족한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 가격 인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반대로 라벨이 없어지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은 싼 가격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생수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

 

앞으로의 라벨 프리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이 발효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이나 승강기가 설치된 150가구 이상 공동주택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라벨에 명시해야 할 항목들을 묶음 포장 패키지에 기재하고 있다 보니 대다수의 라벨 프리 제품은 묶음으로 유통되고 있다. 후에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면 분리배출에 유리한 라벨 프리 제품들의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에 대비해 기업들은 소매 매장에서 라벨을 대신할 수 있는 상품 정보가 기재된 팜플렛을 비치, 기존 라벨 위치에 상품 정보를 음각으로 새기기, 라벨 대신 병뚜껑을 통해 상품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역시 환경을 고려하여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녹색소비자’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물론 기업들도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생산하고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이를 더욱 채찍질하고 촉진할 수 있는 열쇠는 녹색소비자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 단추인 ‘라벨 프리’. 성공적인 녹색 상품의 선구자 역할을 기대해본다.

 

 

 

 

 

 

문지원(ESG 기자단)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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