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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비박의 재자원화 프로젝트, 쓰레기로 버리지 마세요

커피박이란?

'커피박'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커피박은 커피 원두에서 커피액을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로 즉, 커피찌꺼기를 말한다. 커피 소비량 증가와 함께 작년 한 해 국내 커피찌꺼기 발생 추정량은 약 15만 톤으로, 대부분은 종량제 봉투를 통해 배출하여 소각 및 매립 처리한다. 하지만 이렇게 땅에 버려진 커피박은 메테인(CH4)이라는 온실가스를 뿜어내는데, 메테인은 이산화탄소지수 34로 이산화탄소의 34배에 육박하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커피박을 매립 및 소각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커피박 1톤 당 338kg으로 자동차 1만 1000대가 뿜어내는 매연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산화탄소 뿐만 아니라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페기물로 분류되는 커피박을 종량제 봉투에 담은 후 매립 및 소각하는 과정에서 많은 세금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폐기물처분부담금 부과요율이 생활폐기물을 매립하는 경우 kg당 15원, 소각하는 경우 kg당 10원, 사업장폐기물 (건물폐기물 제외) 불연성을 매립하는 경우 kg당 10원, 가연성을 매립하는 경우 kg당 25원, 소각하는 경우 kg당 20원이다. 2019년 발생한 커피박 기준, 종량제 봉투 가격에만 41억 원이 들었으며 커피박 매립에 약 22억 원, 소각하는 데 약 14억 원이 들어갔다. 더 큰 문제는 커피박을 매립할 땅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쓰레기 매립지가 2025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매립지가 있는 인천시는 2026년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의 쓰레기 매립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전하였다.

(사진1) 커피박의 모습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커피박을 재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커피박은 중금속과 같은 유해성분이 없고 식물성장기에 필요한 질소, 인, 칼륨 등이 함유되어 있어 퇴비나 연료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의 실험 결과, 커비박은 향균력으로 토양병을 예방하고, 식물 병 해충을 억제하며, 작물 생육을 촉진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이를 재자원화하여 새로운 원재료로 다시 이용하는 사업 또한 추진되고 있다. 여기서 재자원화란 폐기물을 수거하여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사업으로 공장이나 가정에서 고철, 폐지, 비닐, 유리와 다 쓴 물건에 들어있는 구리나 알루미늄 소재, 심지어 밑창, 치약 용기까지 가능한 모든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커피박의 새로운 변신 

대표적인 커피박의 재자원화 프로젝트로는 인체에 무해한 100% 커비박 점토가 있다. 사회적 기업 커피큐브에서 고안한 아이디어로 커피박을 활용하여 점토를 만들고 다시 그것을 제품으로 성형한다. 커피큐브는 커피박을 활용해 100% 천연 커피박 점토를 만들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 점토는 식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여 커피박 파벽돌, 화분, 연필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천시에 위치한 자활센터와 연계하여 제품을 생산할 계획을 제시하며 버려지는 커피박을 재자원화하는 동시에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일자리 또한 창출하여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모두 지닌 프로젝트이다.

다음으로는 자동차 내/외장 부품과 스포츠 용품 등을 만들고 있는 회사 트래닛에서 커피박으로 친환경 탄성포장재를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탄성포장재는 어린이 놀이터나 육상 트랙, 산책로를 가면 푹신푹신한 바닥으로 사람들이 걸을 때 느끼는 피로감을 덜어주고 인체의 관절을 보호한다. 트래닛은 기존 제품보다 무게를 줄여 시공을 편리하게 하고, 단열 성능을 높여 바닥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또, 기존 제품에 사용되던 고무 등의 유해성분을 커피박으로 대체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커피박 탄성포장재를 응용하여 커피박 자동차 시트 역시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2) 탄성포장재 모습

 

마지막으로 패션업계에서도 커피박을 활용한 재자원화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커피박으로 커피잔을 만드는 독일의 디자이너 줄리언 라흐너(Julian Lechner)는 플라스틱이나 흙이 아닌, 커피를 내리고 난 뒤 남는 커피박에 천연 접착제 등을 더해 단단한 커피잔을 빚어낸다. 우크라이나의 선글라스 브랜드 ‘오치스(Ochis)’는 땅에 묻으면 약 10년 후 자연 분해되는 선글라스를 판매한다. 바로 커피박으로 만들어진 선글라스이다. 오치스는 커피박에 아마씨드 오일과 자연 접착제 등을 사용해 반죽을 만들고 높은 압력을 통해 굳힌 뒤 가공을 통해 안경테를 만들어낸다. 실제 오치스 선글라스에서는 은은한 커피 향이 난다고 한다.

커피박의 재자원화 프로젝트는 일상에서도 가능하다. 커피박은 냄새 제거에 탁월하여 커피를 내리고 난 후 젖은 커피박을 종이 호일 위에 올려 건조한 후, 그릇에 담아 집 여기저기에 두면 냄새를 중화시킬 수 있으며 세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냄새 나는 식재료를 다듬은 뒤 손을 씻을 때 커피 가루를 비누에 약간 섞어 비비듯 닦아내면 냄새가 쉽게 빠진다. 또한, 커피박에 올리브 오일 한 스푼을 섞은 뒤 흠집이 난 나무 가구에 바르고 마른 천으로 닦아내면 가구의 흠집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 밖에 베이킹소다와 커피박을 섞어 냄비나 프라이팬 등을 닦으면 표면의 얼룩이 쉽게 지워지는 연마제로도 사용이 가능하고 반려견을 목욕시킨 후 커피박을 털에 문지른 뒤 헹궈내면 벼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털을 부드럽고 매끄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커피박 재자원화의 의의와 한계

한국의 커피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른 커피 수입량도 거듭하여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박과 커피박 재자원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은 상태이다. 커피박은 더 이상 버려야하는 쓰레기가 아닌 새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커피박이 순환자원으로 인정된다면 바이오에너지 원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순환자원 인정기준에 따른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을 경우 페기물의 범위에서 벗어나므로 페기물 관련 규제 없이 자유롭게 유통이 가능하고 원자재와 동일한 수준으로 배출×운반×보관×처리×사용될 수 있다. 커피박을 바이오에너지원으로 발전중인 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이 있으며, 이 중 커피박 수거 시스템이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는 나라는 영국, 스위스다.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약 14배 높은 수준의 페기물 매립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페기물 배출자가 높은 매립세를 피하고자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하게 되어 매년 매립세를 증가시켜 매립되는 양을 줄이고 있다. 또한 바이오에너지 생산기업인 bio-bean은 커피박을 커피박 숯과 커피박 펠렛 상용화에 성공하였다. 스위스는 2000년부터 유기물폐기물 중 가연성 페기물의 직매립을 금지하고 재활용 하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인 커피 제조업체인 네슬레는 커피박의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 주도적으로 커피박을 펠렛형태로 제조하여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커피박 바이오매스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어 수거 기관인 recycling@Home네스프레소를 통해 커피소비자가 배출하는 커피박을 수거하여 에너지 생산기관에서 커피박 에너지를 생산한다. 스위스 정부는 커피박 수거 시스템 운영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커피 소비자가 배출하는 커피찌꺼기를 모으는데 정부기관인 우체국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3) 커피원두 들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 또한 커피박을 재활용하는 방안과 재활용을 넘어 순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커피박을 재활용하기 위한 분리×배출×수거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다. 카페 등에서는 방문 고객에게 커피박을 나눠주는 등의 방법으로 재활용하고자 하나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또한 커피숍이 폐기물을 배출할 때 매립×소각 비용이 낮아 재활용할 이유가 부족하다. 커피박처럼 재활용될 수 있음에도 폐기처리 되는 폐기물에 대해서는 단순한 부담금 뿐 아니라 사회적인 처리비용까지 고려하여 배출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커피박의 재자원화에 대해 정부의 노력과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커피박은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하나의 원재료로 그 쓰임을 다 할 것이다.

박희현(ESG기자단)  sarka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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