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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 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20년 7월 장혜영 외 10명의 의원들에 의해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발의된 이래로 10여년 발의와 철회를 반복하였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이외에도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양성평등기본법, 연령차별금지법, 비정규직차별금지법 등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존재한다. 그러나 개별차별법들은 장애, 연령 등 특정 차별금지사유만 언급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 행위를 규정하고 피해자의 구제책을 마련함으로써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 입법안이다. 장혜영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올해 6월 민주당의 이상민 의원이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8월 권인숙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각각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과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21대 국회에서만 4번 발의된 셈이다. 특히 대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인숙 의원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이 반복 됐었는데 이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 교계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입법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먼저 보수 교계에서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된다면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차별금지법이 있는 국가들을 사례로 들면서 동성애 비율이 늘어나는 등 사회가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다.

성별, 출신민족, 종교, 사상 등 23가지의 차별금지사유 중 성적지향은 교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교계에서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된다면 교회 안에서 동성애를 비판하는 설교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의 규제대상은 재화 용역 공급 이용, 고용, 행정서비스 제공 이용 4가지 영역이 있으며, 설교는 이 영역들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차별금지법은 교회를 포함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동성애를 강제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이 교회의 동성애 비판에 대한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차별금지법이 이미 통과한 유럽의 사례가 자주 등장한다. 2018년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이하 한가모)은 스웨덴 법원의 사례를 들어 차별금지법이 기독교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한가모에 따르면 교회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한 오케 그린 목사에게 증오언론금지법이 적용돼 징역 1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사실은 1심에서 징역 1개월이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또한 그린 목사가 기소된 근거는 차별금지법이나 증오언론금지법이 아닌 형법이었다.

기독교는 유일신 사상을 믿으며, 기독교를 제외한 종교를 우상 숭배로 간주한다. 그럼에도 타 종교 신자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그들의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을 제재하지 않는다. 타 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성 소수자들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에 명시되어 있는 모든 소수자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의 항목은 성별, 장애, 나이 등 23가지 차별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이 중 ‘성별’ 부분이 자주 교계에서 문제 삼는 부분이다. 특히 장혜영 의원에 성별을 남성, 여성 그리고 정의할 수 없는 성으로 보고 있다. 보수 교계는 차별금지법으로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것은 동성애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국가들을 선례로 들어 차별금지법 입법 이래로 동성애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사실이 아니다. 작년 11월 장혜영 의원과 영국, 뉴질랜드, 네덜란드, 핀란드 4개 국가 주한 대사와의 연속대담에서 ‘영국이 평등법을 도입한 이후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가 2500% 이상 증가했다라는 통계를 근거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해당 주장이 사실인지 물었다. 이에 닉 베타 의원은 ‘영국은 국민에게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하였다.

차별금지법로 성소수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성애를 제외한 성적 지향은 비정상적인 것이며 고칠 수 있다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복음법률가회,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이하 진평연) 외 5개의 단체에서 주관하는 차별금지법 바로 알기 아카데미 시즌 2 (이하 차바아)에서 ‘제 3의 성은 인간 본성뿐 아니라 자연법칙과 과학까지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안드레아 가나와 국제공동연구진의 동성애에 대한 게놈연관연구가 <사이언스>지에 실렸을 때, 보수 성향의 지식인들은 ‘동성애 유전자는 없다’고 주장하며 동성애는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인 질병임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작년 12월 10일 뉴스앤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가나 박사는 ‘단일 게이 유전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동성애에 유전적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으며, 동성 간 성적 행동을 유발하는 다양한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명하였다.

보건복지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2008년 이후 장애차별 관련 진정은 약 650여건으로 전년대비 3배가량 증가하였다. 2007년 이후 장애인 차별이 증가하였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제정 이전에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차별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사회는 장애 감수성이 높아지고, 사회의 장애 차별이 가시화될 수 있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사람들은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성 소수자들을 포함한 소수자들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과 동성애를 부추긴다는 주장 모두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두 주장 모두 소수자들에게 권리를 나누어 준다면 자신들의 권리가 빼앗길 것이라는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의 금지 사유 23개 중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권리는 사회 구성원이 나누어 가지는 파이가 아니며,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들에게 권리를 주는 법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를 조금 더 평등하게 만듦으로써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법이다. 이번에야말로 무분별한 선동과 날조에 넘어갈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논의를 바탕으로 차별금지법을 입법해야 할 때이다.

 

최승리(ESG기자단)  sarka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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