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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전환, ESG를 실천하는 사람들생활ESG행동 조준호 상임공동대표

“평생을 노동운동과 진보정치 운동에 바쳤습니다. 이제 인생의 세 번째 운동이자 결산으로 생활ESG를 붙들고 씨름하고자 합니다.”

 

 

24일 서울 여의도 ‘생활ESG행동’ 사무실에서 ‘새만금과 생활ESG’라는 주제로 열린 ‘생활ESG행동 라운드테이블’에서 조준호 생활ESG행동(ESGAction) 상임공동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조 상임대표는 민주노총 위원장, 정의당 대표를 지낸 대표적인 진보진영 시민사회운동가로, 부친은 통일운동가로 유명한 조용술 목사. 29일 생활ESG행동 전진대회와 함께 조 대표의 임기가 시작한다.

안치용 ESG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박은철 생활ESG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안치용 : 현대사의 격렬한 흐름에 몸을 던져 운동한 것으로 안다. 이번에 생활ESG행동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새로운 방식의 운동에 도전한다. 계기가 있는가.

 

조준호 : 처음 20대에 운동을 시작할 때 빈민 운동을 염두에 두었다. 이론적으로 정립이 안 되어서 고생하였다. 군대에 있을 때 12ㆍ12사태, 5ㆍ18항쟁이 있었다. 역사의 현장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이 생겼다. 고민 끝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노동운동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제대하자마자 노동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때 노동운동을 할 때는 노동환경이 열악했고 법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운동이 격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절박함과 지금의 환경적 위기의 절박함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ESG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치용 : 평생 ‘과격한’ 운동권으로 살았다. 생활ESG운동은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만 다소 온건한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살아온 삶의 궤적과 맞는가.

 

조준호 : 노동운동을 시작할 때 ‘뼈를 묻겠다’고 다짐하였다. 구속되고, 해고되고, 수배되는 과정을 겪을 때나, 당 대표를 하고 있을 때나 항상 현장을 고민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갈 생각을 했고, 환경운동을 할지 진보 정당운동을 계속할지 고민하였다. 고향의 시급한 현안으로 새만금이 눈에 들어와 새만금 문제를 해결하는 운동에 투신했다. 새만금 또한 ESG운동의 공간이라고 판단하기에 생활ESG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돌아보면 휴머니즘이란 키워드로 설명되지 않나 싶다. 정년퇴직한 지 3년이 지났다. 이제 노동자로나 노동운동가로나 현장을 떠난 셈이고, 생활ESG라는 새로운 현장으로 옮아가는 중이다.

 

박은철 : 운동권의 정의가 무엇인가부터 얘기해야 한다. 외부에서는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무엇이 더 합리적인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과격함이 휴머니즘에 연결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환경운동은 특별한 사람이 한다는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새만금도민회의와 생활ESG운동이 의의를 갖는다. 최근 조 대표가 정의당을 탈당하였다. 창당 주역의 하나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조준호 : 삶의 궤적이 일단락된 것 같은 허전함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보 정당운동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환경 위기가 너무 절박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빨리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 것도 있다. 그러나 환경운동만으로는 안 된다. 환경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도 생활ESG운동이 절실하다.

 

안치용 : 운동의 기조라는 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조준호 : 과거에 진보적 가치를 지녔던 운동이 후대에 이르러 진보적이지 않게 되기도 한다. 많이 언급되는 다산 선생의 사상이 당시에는 진보적이었지만 지금의 관점에서는 보수적이다. 끊임없이 개혁하지 않으면 사회운동은 굳어지고 화석화한다. 보수화ㆍ반동화ㆍ기득권화가 이렇게 일어난다. 과거 민주화 운동 때의 투옥 경험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지금 그것이 프리패스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 나이와 무관하게 생각과 실천을 개혁해야 한다.

 

안치용 : 새만금 운동이 생활ESG행동에 참여하게 된 디딤돌이 되었다고 들었다.

 

조준호 : 새만금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6년 군산에서 정의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이다. 1991년 노태우 정권 때 시작된 새만금 사업은 정치인들의 선거에 이용되면서 실리콘밸리, 라스베이거스, 두바이 등의 모델이 제시되며 개념이 여러 번 바뀌었다. 새만금 사업으로 물이 1급수에서 5급수로 바뀌었고, 그 사이 토건업자의 배만 불렸다. 새만금 사업에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 문제를 도민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 새만금도민회의를 시작하였다.

 

안치용 : 새만금도민회의에서 어떤 운동을 펼쳤나.

 

조준호 : 새만금도민회의에서 3가지를 제안하였다. 먼저 물의 흐름을 트자고 했다. 군산에는 금강 등 3개의 강이 흐르는데 방조제가 강이 바다로 흐르는 것을 막았고, 이 때문에 물이 오염되었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쌓고 인공 호수를 만들면서 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다. 두 번째로 마스터플랜을 현실에 맞추어 변경할 것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을 제안하였다. 관 주도로 일방통행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안치용 : 새만금에서 운동하며 가장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 게 있다면.

 

조준호 :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과 달리 물 위에다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물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부력재가 필요한데, 부력재로 FRP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제기되었다. FRP는 세계적으로 퇴출되는 분위기다. 만약 FRP를 부력재로 쓰는 단지를 만든다면 우리나라 전체 배에 사용되는 FRP의 40~50배 분량이 종국에 바다에 유입되게 된다. ‘친환경’ 쓰레기장을 만드는 격이다. 감사를 청구하는 등 여러 경로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질의를 하니까 “FRP를 쓰지 말라는 법안이 없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받았다. 본래의 순수한 의도가 이렇게 기묘하게 변질될 때 말 그대로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박은철 : 성과는 있었나.

 

조준호 : 새만금 운동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도민회의에서 새만금에 태양광, 풍력, 조력 단지를 만들자고 청와대에 의견을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새만금을 그린 뉴딜 1번지를 만들겠다고 화답하였다. 두 번째 제안대로 마스터플랜이 현실에 맞게 바뀐 것이다. 지금은 파행되었지만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분야에서 민측 위원 9명과 관측 위원 9명을 선임하여 민관 합의기구를 만들기도 하였다.

33.9Km에 달하는 세계 최장 방조제를 쌓아서 여의도 면적의 140배인 1억2천만 평의 간척지를 만들었다. 당초 간척지의 70%를 농지로 활용하기로 하였다가 농지비율이 30%로 줄었고, 큰 규모의 농업용 저수지가 필요 없어졌다. 시화호처럼 조력발전을 검토할 수 있다. 새만금에 조력발전소를 짓는다면 시화호보다 7배 큰 규모로, 전라북도 도민이 모두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하루에 두 번씩 부분적으로 해수유통을 하고 있는데도 물고기 폐사가 눈에 띄게 줄었다. 물을 흐르게 하는 게 정답이다.

 

안치용 : 조력발전은 뜻하지 않은 잠재력을 얻은 셈이지만, 갯벌의 손실 등 방조제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큰 것이 아닌가.

 

조준호 : 그렇다. 원래 전라북도의 원양어업의 규모가 부산 다음으로 컸다. 해수 유통을 막으면서 원양어업이 불가능해지게 되었다. 갯벌이 썩으면서, 호미 하나로 갯벌에서 아이들을 모두 길렀다는 옛이야기 또한 전설로 남았다. 30년 동안 1년에 어림잡아 10조원씩 손해를 봤다. 방조제와 땅을 만든다고 10조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인간이 우매한 짓을 계속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생활ESG 운동과 새만금 운동은 연결된다.

 

안치용 : 생활ESG운동에 참여하는 다짐이랄까, 그런 게 있다면?

 

조준호 : 새만금에서 문제를 목도하고 작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든 만큼 즉흥적인 결단은 아니다. 기존의 운동방식을 버리고 싶다. 속했던 정당, 단체를 활용하면 시작이 쉬울 수 있다. 그러나 바닥에서부터 한 걸음씩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생활ESG 운동은 책임과 의무로 받아들인다. 생활ESG행동 내부에서는 ESG국가 전환을 위한 30년 기후전쟁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절박한 마음으로 이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항상 사람이다. 사람이 이 모든 위기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문제가 되는 그 사람에게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역설 또한 잊지말아야 한다.

 

 

 

최승리(ESG기자단)  sarka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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