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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없는 곳에서 싸우는 태극전사들
  • 부현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 승인 2021.07.2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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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 올림픽이 지난 금요일 개막했다. 양궁 대표팀이 선전을 벌이는 가운데, 유도, 펜싱, 축구, 태권도, 수영 등 다양한 종목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은 지상파 3사의 중계를 통해 우리 안방으로 전달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이 중계되고 있지는 않다. 현재까지 텔레비전과 모바일을 통해 생중계가 이뤄진 종목은 대략 10개 남짓 정도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종목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럭비, 요트, 카누, 사이클, 역도, 승마, 그리고 패럴림픽

 

위에서 언급한 이 종목들에서도 현재 한국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 종목들은 전혀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경기가 다 끝나고 난 뒤에야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결과가 전해지고 있다.

 

한명목 선수의 경기에 달린 응원댓글들/출처: 네이버 스포츠

 

 

실제로 지난 25일, 남자 역도 67kg급에 한명목 선수가 출전,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무리 텔레비전을 돌려보아도, 중계를 찾아볼 수 없었다. SBS와 KBS, MBC 모두 축구 경기를 중계했으며, 케이블 스포츠 전문방송국들은 모두 이미 끝난 경기들을 재방송하고 있었다. 네이버 스포츠를 비롯한 포털사이트에서도 전혀 중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선수가 상위권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비인기종목이란 이유로 한국인들이 한국 방송을 통해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방송사들의 외면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럭비, 사이클, 역도 경기도 제대로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방송 3사의 축구경기 시청률 합은 33%에 달했다. 높은 시청률은 높은 광고수익을 가져다준다. 그렇다고 해도 이 방송사들에게는 케이블이라는 선택지가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케이블의 스포츠채널에서는 이미 끝난 메이저리그 경기나 다른 올림픽 경기의 재방송이 이뤄지고 있었다. 방송사들에게는 시청자들의 볼 권리나 선수들의 노력보다는 돈과 이익이 더 중요한 듯 싶다.

 

이러한 방송사들의 무관심은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은 동시에 패럴림픽도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1960,70년대부터 패럴림픽에 빠짐없이 항상 참여해왔다. 하지만 그 어떤 방송국도 시청률이 나오질 않는다는 이유로 패럴림픽을 제대로 중계를 해주질 않아왔다. 그나마 지난 평창 동계 패럴림픽때, 일부 경기에 한해서나마 중계가 이뤄졌다.

 

지난 2018년에도, 그리고 2008년에도.

 

이런 방송사들의 외면은 과거에도 있어왔다. 특히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에는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이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 화제가 되었다. 당시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감독이었던 백지선(영명: 짐 팩)감독은 강호 체코와의 경기에서 선전한 후, 취재진을 향해 오늘 경기가 중계되었냐고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체코, 핀란드, 스위스 등 강호들을 상대로 서전했음에도 여자 컬링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의 중계에 밀려 제대로 중계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어떤 언론에서도 이를 문제시 삼지 않았고, 결국 다른 인물도 아닌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이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당시 방송사들의 외면은 패럴림픽으로도 이어졌다. 스포츠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평창 패럴림픽에 대한 지상파 3사의 평균 편성 시간은 18시간에 불과했다. 일일이 아니라 대회기간 총 18시간이다. 외국 방송사인 일본의 NHK가 62시간, 미국 NBC가 94시간을 편성한 것에 비하면 얼마나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당시 남자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신의현 선수는 취재진을 향해 방송 중계를 늘려달라고 부탁했다.

 

육상 경기를 중계하는 무한도전/출처: MBC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베이징을 방문했다. 당시 무한도전 출연진은 여자 핸드볼 경기와 남자 체조 경기, 그리고 정순옥 선수의 멀리뛰기 경기를 중계했다. 무한도전의 멀리뛰기 경기 중계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멀리뛰기 경기에 대한 유일한 중계였다. 방송사들도 외면한 경기를 스포츠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 녹화로나마 중계를 해준 것이었다.

 

그들이 외면한 것

 

이처럼 국제 스포츠대회기간동안 방송사들의 비인기 종목에 대한 외면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음에도 여전히 방송사들은 비인기종목을 중계하는 대신, 이미 끝난 경기를 재방영하거나, 타 방송사와 동일한 경기를 중복 중계하고 있다. 메달을 딸 가능성이 낮고, 인기가 없는 종목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외면은 단순히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방송사들의 외면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 대한 반항이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불이행이다. 그리고 태극전사들의 꿈과 노력에 대한 부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비인기 종목들의 중계 확보 및 확대를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부 인기 종목에 대한 중복 중계나 무의미한 재방송을 줄이고 더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을 브라운관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운동선수들의 경기뿐만 아니라 중계에 있어서도 올림픽 정신을 더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부현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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