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지속가능바람 우리가 사는 세상
간호학과는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환영합니다
  • 오경진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 승인 2021.07.27 23:34
  • 댓글 0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가장 고군분투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확진자 선별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는 의료인들이라 할 수 있다. 살을 에는 추위, 불볕더위, 과로로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코로나19 확산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의료인들에 국민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영웅’으로 불리는 간호사들은 방호복에 짓눌리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 밴드를 부착한 모습으로 현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나이팅 게일은 사실 제2차 세계대전 중 전개된 크림전투에서 간호의 체계를 세우고 기강을 잡은 백의의 전사였다. 어렸을 때 생각하기에는 마냥 친절하고 상냥할 것만 같았던 간호사 ‘언니’들이었지만, 실제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선생님’은 의사와 다를 것 없이 바쁘고 지쳐 보였다.

 

간호학과는 정말 힘들어요

 

간호사는 간호학과를 나오고 국가고시를 합격해야만 간호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간호대 학생들에 의하면, 그 4년 동안의 간호학 커리큘럼은 ‘시험 때마다 울 만큼 힘들다’라고 한다. 간호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며 간호 실습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지, 최근 첫 번째 간호학과 실습을 마친 간호대 3학년 학생 A 씨(22)와 인터뷰를 진행해 알아보았다.

 

- 지난 5학기 동안 배운 간호학과 커리큘럼은 어땠나요?

: 1학년 때는 교양 수업보다는 국가고시 과목을 이해하기 위한 전공 수업을 많이 들어요. 간호학과에 대한 환상은 깨지고 걱정이 실현되는 시기죠. 2학년 때는 병원 실습과 교내 실습을 시작해요. 병원처럼 조성한 교내 실습실에서 수액, 주사 등 모형 도구들로 챕터별 실습을 해요. 2학기 때부터 국가고시 과목을 듣는데, 아동간호학과 성인간호학 등을 듣죠. 원래는 작년 겨울방학 때 병원 실습을 나갔어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3학년 1학기를 끝내고 나갔어요.

 

- 간호학과는 과제가 그렇게 많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 정말, 정말 많아요. 일주일에 과제 4, 5개는 기본이에요. 제가 다니는 학교는 공동체 이념을 중시해서 조별과제도 더욱 많았고요. 실습 중에도 과제가 나와요. 입문 실습에서는 매주 실기평가도 치르고, 환자 히스토리(환자의 건강 상태)를 만들어서 몇 장씩 내는 과제도 있고요. 이제 실습을 졸업할 때까지 나가는데, 과제가 너무 걱정되네요.

 

- 그럼 간호학과를 나와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 간호학과를 나와 간호사를 할 때는 어떤 과를 선택하는 게 제일 1순위겠죠? 사람 상대하는 것에 자신이 있으면 일반 병동, 중환자 간호라면 중환자실, 수술을 보조하고 싶다면 수술실, 응급 상황 대처 능력이 있다면 ER(응급실) 등의 선택지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아직 정하지 못했네요. 어딜 가도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 외에는 간호공무원, 보건 선생님, 119 구급대 요원, PA 간호사(특정 의료 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 보험 심사 간호사, 조산사, 정신 전문간호사, 산업 간호사, 치료 감호소 간호사 등 정말 많아요.

 

- 간호실습은 전반적으로 어땠나요?

: 저희는 바이탈과 혈당 측정, 그 외 환자 보조 등 잡다한 심부름을 맡아요. 3학년 2학기부터는 실습을 2주식 네 번을 나가는데 성인간호학 1,2와 아동간호학, 정신간호학으로 나뉘죠. 학교 측에는 실습하는 학생들을 총괄하는 지도교수님과 병원 측에는 수간호사 선생님이 계세요. 그런데 병원, 병동마다 다 다르다보니 실습 커리큘럼도 없고 간호사 선생님들을 그냥 눈치껏 따라다니며 일해야 해요. 다들 바쁘셔서 그런 것은 이해하지만, 그냥 아는 것도 없이 현장에 던져져서 앉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실습 담당 간호사를 따로 지정해서 실습생들을 가르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코로나19 때문에 간호학과 실습을 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 2학년 때 교내 실습을 온라인으로 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보면서도 이해가 안 되고 과제가 많아져서 부담도 많이 되었고요. 당시 3, 4학년은 병원 실습을 나가지 못해 온라인으로 강의를 보며 실습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이번에 실습 나간 병원에서는 코로나19 검사 확인서도 드릴 필요가 없다고 해서 좀 이상하더라고요. 다른 병원들은 다 받던데, 체계가 안 잡힌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A씨가 필기한 노트와 전공서적 / 출처: A씨

 

- 간호학과를 다니면서 들었던 가장 이색적인 수업은 무엇이었나요?

:‘간호와 창업’이라는 수업이었어요. 간호사도 창업을 할 수 있더라고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후, 건강 관련 기구를 제조하는 회사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어요. 정신간호센터를 운영할 수도 있고요. 후자는 관련 자격증 취득이 필수적이에요.

 

- ‘빅5’라고 불리는 병원들이 대체 어떻길래 그렇게 취업하기 힘든 걸까요?

: 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이 빅5 병원인데요, 이 병원들은 환자 중증도가 가장 높은 3차 병원이고 말그대로 ‘큰 병원’이에요. 과거부터 의료계를 선도해왔고 희귀질환 치료가 가능하면서 신 의료기술을 선두적으로 실시하는 병원들이죠. 직원 급여와 복지도 좋고요. 선진화된 경우를 척도로 삼았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병원들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 간호사에 대한 인식과 근무환경 때문에 힘들다는 말이 많은데, 어떤가요?

: 옛날보다는 사람들의 인식도 괜찮아지고 태움 현상도 완화된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환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추가수당이 미지급되는 등의 경우가 많죠. 그리고 의료 업무에 있어서 의사와 함께 일을 하는 건 맞지만 의사를 마냥 보조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간호사와 의사의 역할은 엄연히 다른데 환자를 상대하고 의사를 보조하는 직업으로만 비춰지는 점이 아쉬워요. 실제로 의사들이 일을 떠넘기기도 하고요. 일의 경계가 명확해지고, 신규간호사에 대한 체계 등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긴 해요.

 

- 마지막으로 간호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 간호학과를 나오면 취업이 잘 된다는 건 큰 메리트이긴 하지만,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잘 따져봐야 해요. 취업만 생각하고 진학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돼요. 공부가 상상 이상으로 힘들고 사회성도 필요한 직업이에요. 암기 능력도 좋아야 하고요. 간호학과에 만족하며 학교를 다니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의료 실수를 했다간 큰일나고, 직업 특성상 조직 분위기가 보수적이고, 심신이 힘들죠. 그래도 사회초년생 치고 초봉이 높은 편이고 진로 분야가 생각보다 다양해요. 전문직이라 경력이 있으면 이직도 쉽고 평생직업 혹은 평생직장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고요. 또 가장 큰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그 보람이겠죠?

 

그래도 간호사는 간호사니까

 

인터뷰 내내 인터뷰이는 간호대 학생으로서의 삶과 간호사로서의 삶이 힘든 것을 강조했지만, 간호사만큼이나 환자를 위할 수 있는 직업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간호사를 단지 의사의 부하직원으로 취급하는 태도와 일부 환자의 무례한 태도를 지적하며, 중요한 업무를 하는 간호사에 대한 태도와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또 그렇게 힘든 간호학과 생활이지만 간호학과로의 진학을 말리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간호사를 어떻게 보고 있었던 것일까. 코로나19의 영웅으로 떠오르면서도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간호사들에게 단지 박수만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간호사를 꿈꾸는 간호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간호사는 아무나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들이 훗날에도 고통받지 않는 영웅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간호대 학생들과 간호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해 보인다.

 

 

오경진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경진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