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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단어 : “동반자살”
  • 지현희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 승인 2021.07.2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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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란 무엇일까? 단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사전적으로 단어는 ‘문법상의 일정한 뜻을 가지는 말의 최소단위’라고 정의한다.1) 또한, 누군가는 단어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 의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혹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라진다. 왜냐하면, 단어는 사회가 정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때로 그 약속은 목소리가 큰 다수의 입장에서 정해진다. 무심코 사용한 단어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묵인한 채, 폭력을 저지르기도 한다.

 

“동반자살 시도했다가 아들 목숨 잃은 부모 살인 혐의로 구속”2)

 

며칠 전, 6월 30일에 발행된 기사의 제목이다. 지난 13일 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에서 일가족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7살 아들을 잃은 부부가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지난 13일 밤, 이들은 아들이 자는 자신의 집 작은 방에 번개탄을 피우고 함께 잠을 청해 자살을 기도했다. 다음날 오후,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친척에 의해 발견되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아들은 숨지고 부부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이달 말 퇴원 후 살인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에 의하면, 부부는 빚에 의한 경제적 문제가 그 이유라고 말했다.

 

기사 보도 자료 캡처본 / 출처 : 본인 캡처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단어는 낯선 표현이 아니다. 지난 1월 4일,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에 의해 세 모녀가 흉기에 찔려 일가족 3명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도 아버지에 의해 일가족 3명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2019년 5월 시흥에서는 어린 자녀 둘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 같은 해 5월 김포에서 작은 방에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숨진 아들과 다용도실에 목을 매달아 어머니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3) 위 사건들은 언론 보도에서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한 ‘일가족의 비극’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 비극 아래 죽어간 아이의 나이는 고작 10살 남짓, 모두 부모에 의해 살해된 아이다.

 

살해된 아이들

 

동반자살로 소개된 일련의 사건은 읽는 독자가 연민을 유발한다. 그러나 사실 그 이면에는 살인사건이 존재한다. 이는 명백히 ‘살해 후 자살’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다. 그러나 그 무게는 동반자살이라는 단어는 아래 파생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모에 대한 동정론에 의해 덜어진다. 동반자살은 오로지 부모의 입장이다. 그 아래 약자인 아이의 목소리는 묵인된다.

 

자녀와 부모 / 출처 : Unsplash

 

국어사전에 등재된 ‘동반자살’은 ‘누군가와 같이 목숨을 끊음’이라고 명시되어있다.4) 외국에서는 이러한 자녀 살해 후 가족 자살 사건을 동반자살과 구분하여 용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일부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를 같이 동반자살로 묶어서 설명한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까지도 이어져 있다. 한국 정신건강 사회복지학회는 지난 2017년 '비속 살해 양형에 대한 비판적 분석' 논문에서 그 원인을 유교적 가족주의로 꼽았다. 가해자인 부모와 피해자인 자식을 운명공동체로 상정하는 것이다. 또한,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범대학 교수는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질 자녀의 경제적 처지를 미루어 비관해 그들의 생명을 거둘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5) 이는 자녀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내포한다. 자녀를 자신의 생명에 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진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동반자살에 대한 동정여론에 의한 법적 감형 / 출처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방송 캡처본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이 법적 판단에까지 작용한다는 것이다. 형법 제250조에 의하면 보통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존속살인은 패륜 범죄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가중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을 죽이면 가중 처벌 없이 일반살인죄가 적용된다. 오히려 생활고, 불우한 어린 시절, 육아 스트레스 등 다른 사유에 의해 감형을 받을 수 있다. 자녀 살해에 대한 낮은 수위의 처벌은 잘못된 인식을 더욱 견고히 할 위험이 있다.

 

지난해 5월 어린 딸과 동반자살을 시도했으나 혼자 살아남은 어머니에게 실형을 내린 부산지방법원 박주영 부장판사의 판결문이다.

 

“우리는 살해된 아이들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피살이다. 법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살인이다.”

 

“참담한 심정으로 애통하게 숨져간 아이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이 이름이 동반자살이라는 명목으로 숨져간 마지막 이름이기를 희망한다.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죽어야만 그런 세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살해되어야 하는가. 아직도 숫자가 부족한가. 세상을 일깨우기 위한 희생은 최초의 한 아이로도 이미 충분했다. 부족한 건 언제나 행동뿐이다.”

 

최근 20년간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언론 보도 사례만 247건.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로 인해 사망한 아동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 6조 ‘모든 아동은 생명에 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더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결정으로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떠나가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으려면, 무심코 사용한 단어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이기적인 시선을 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참고자료

1) 국어국문학자료사전

2) 최상원, 「동반자살 시도했다가 아들 목숨 잃은 부모 살인 혐의로 구속」, <한겨레>, 2021.06.30.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001559.html)

3) 「‘자녀 살해 후 자살’, 동반자살 아닌 살인이다」, <경기일보>, 2020.11.30.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9177)

4) 네이버 국어사전

5) 조선우, 「자식은 무슨 죄?…‘동반자살’ 아닌 ‘살해’」, <KBS News>, 2020.11.12.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46761&ref=A)

 

지현희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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