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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하고 위대한 사랑 이야기, 뮤지컬 <드라큘라>
  • 정다혜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 승인 2021.07.25 17:40
  • 댓글 0

※ 이 기사는 뮤지컬 <드라큘라>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동명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에 참여하여, 브로드웨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초연에서부터 많은 관객들을 동원했으며, 지난 5월에 사연이 개막하여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의 눈에 띄는 특징은 귀를 사로잡는 화려하고 대중적인 음악들, 고딕풍의 양식과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를 잘 살린 무대연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관극 포인트는 ‘드라큘라’라는 인물의 비극적인 삶, ‘드라큘라’와 ‘미나’의 애절한 사랑이 주는 슬픔과 아름다움일 것이다. 피날레에서 처절하게 절규하는 주인공들을 바라본다면 무릇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고 만다.

 

뮤지컬 <드라큘라> 2021 메인 포스터 / 출처 : 오디컴퍼니

 

뮤지컬 <드라큘라>는 영국 런던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드라큘라’ 백작의 일처리를 맡은 변호사 ‘조나단’이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백작의 저택을 방문하며 시작한다. 드라큘라는 조나단과 함께 온 그의 약혼자 ‘미나’를 보고 자신이 사랑했던 ‘엘리자벳사’의 환생임을 알아본다. 드라큘라는 조나단의 피를 마시고 젊은 모습을 되찾은 후 계속해서 미나에게 접근한다. 그 과정에서 드라큘라는 ‘위대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며 전쟁에서 아내를 잃고 저주를 받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위대한 사랑 이야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400년 전 일어났던 ‘신을 위한 전쟁’에서 드라큘라를 공격하려고 다가오던 남성을 발견한 아내 ‘엘리자벳사’는 그를 대신하여 칼에 찔린다.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드라큘라는 신에게 그녀를 살려달라고 끊임없이 외치지만 엘리자벳사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드라큘라는 신에 대한 배신감으로 십자가를 칼로 찌르고 성전을 망가뜨린다. 이로 인해 드라큘라는 신의 저주를 받게 된다. 그것은 타인들의 피를 탐하며 영원히 죽지 못하는 삶이다.

 

그러나 드라큘라가 미나를 만났기에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미나는 이 위대한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엘리자벳사의 환생임을 어렴풋이 깨닫지만 이내 유혹을 뿌리치고 급하게 조나단과 결혼식을 올린다. 분노한 드라큘라는 미나의 친구 ‘루시’를 유혹하여 뱀파이어로 만들고, 뱀파이어가 된 루시는 도시 사람들을 해치고 다닌다. 루시와 결혼하고자 찾아 왔던 세 남자와 뱀파이어 때문에 아내를 잃은 ‘반 헬싱’ 교수는 루시를 죽이고 단결하여 드라큘라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미나는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은 드라큘라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그러나 자신 때문에 친한 친구를 잃고 점점 파괴되어 가는 미나의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드라큘라는 자신의 저택에서 미나의 손을 빌려 스스로를 칼로 찌르고 죽음을 맞는다.

 

드라큘라는 수백 년의 기다림 끝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과 둘 사이의 강한 끌림을 설명할 단어는 ‘운명’일 것이다.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는 비현실적이지만 그만큼 감동적이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죽어서 곁을 떠나고 400년 간 홀로 외진 곳에 위치한 저택에서 외로이 살던 드라큘라는 현실 세계와 유리된 존재이다. 반면, 미나는 약혼자, 친한 친구들에 둘러싸여 행복하고 완전한 삶을 살던 인물이다. 무미건조한 드라큘라의 삶에 유일하게 자극을 주는 것은 단단한 자아와 밝은 에너지를 가진 미나와 함께 있는 시간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번이고 거절당해도 포기할 줄 모르는 드라큘라의 구애는 더욱 애처롭고 간절하게 들린다.

 

불행히도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그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그의 젊어진 외모만큼이나 어리고 서툴기만 했고, 비극을 불러 왔다. 전쟁에 휘말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신의 저주라는 불가항력에 굴복한 드라큘라의 자기연민은 피날레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렇게도 원했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완벽한 인생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것을 등지고 죽음을 맞았을 드라큘라의 슬픔은 가히 가늠하기 어렵다. 드라큘라와 미나의 위대한 사랑 이야기는 사랑하는 미나에게 영생을 주고 싶었던 드라큘라의 마음과는 달리, 그의 죽음을 통해 완전히 미나와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끝난다. 작품 속 다른 인물들에게 드라큘라는 복수해야 하는 악의 근원이다. 그의 죽음이 그가 저지른 많은 행동들을 단죄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생을 사랑만을 위한 드라큘라가 사랑에 의해 죽음을 맞는 것만큼 더 큰 벌은 없을 것이다. 드라큘라의 저주는 뱀파이어가 되어 사람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운명적 사랑 혹은 막장 드라마

 

드라큘라와 미나의 사랑 이야기는 물론 감동적이지만, 그 감동을 반감시키는 것은 허술한 서사구조이다. 작품 자체가 판타지 장르임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이기 때문에 더욱 탄탄한 서사구조를 가져야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발단에서 결말로 가는 모든 여정을 지켜보며 머릿속에 의문은 끊이지 않고 떠오른다. 그것은 드라큘라라는 인물의 초반 설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드라큘라는 왜 전쟁 중에 아내를 직접 죽인 그 사람이 아닌 신을 원망하는지, 그가 십자가에 칼을 꽂았다는 이유로 수백 년 동안 이어지는 저주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드라큘라는 어떻게 처음 본 미나를 엘리자벳사의 환생이라고 확신하는지, 루시를 자신들의 손으로 죽인 남성들이 루시의 죽음에 대해 왜 드라큘라에게 책임을 돌리고 복수를 다짐하는지 등 다양한 이유로 개연성이 약하다. 배우의 역량으로 모든 허점들이 무마되는 경향이 있어 극의 서사를 중요시하는 관객들에게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특히 드라큘라와 엘리자벳사의 이야기, 그리고 400년 후 엘리자벳사의 환생인 미나의 이야기가 빠졌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이다. 작품의 제목부터 <드라큘라>이고 주인공 역시 드라큘라이지만 그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기 때문에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미나의 감정선을 이해하는 것은 극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도 그녀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 미나는 드라큘라를 거부하기 위해 조나단과 결혼식까지 올렸다. 그러나 결국은 드라큘라에게 마음이 기운다. 그녀가 어떠한 계기로 변심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불친절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미나는 그저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를 선택한 부도덕한 인물이 된다. 미나의 감정과 두 사람의 서사를 관객들이 어림짐작하여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미나를 ‘드라큘라가 사랑한 대상’이 아닌, 드라큘라를 직접 선택한 ‘사랑의 적극적인 주체’로 바라봤다면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졌을 것이다. 미나라는 여성 인물과 더불어 다른 여성 인물들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방식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루시, 반 헬싱의 아내 ‘줄리아’를 비롯한 ‘뱀파이어 슬레이브’는 여성 인물이면서 동시에 다른 이에게 살해당하는 인물들이다. 드라큘라의 죽음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지만 이들의 죽음은 모두 타인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결국 이들은 드라큘라의 비극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여성 인물을 사건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이 방식은 원작인 고전 소설의 시대적인 한계이자 뮤지컬 <드라큘라>의 한계이기도 하다.

 

공감할 수 있는 인물, 감동이 있는 이야기

 

서사가 있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이면서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들이다.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는 작품 속 사건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침이 된다. 뮤지컬을 비롯하여 앞으로 창작될 작품들이 과거에서 진일보하기 위해서 창작과정에서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더욱 매력적인 인물을 탄생시키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정다혜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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