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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는 먹방 콘텐츠, 유행 쫓다 병 나요
  • 박수빈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 승인 2021.07.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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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른바 ‘먹는 방송’의 줄임말로 시작된 이 단어는 어느새 세계인들이 즐겨 쓰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해외 유튜버들이 Mukbang이라는 이름을 앞에 달고 음식을 먹는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음식을 보기 좋게 담아내 대신 맛있게 먹어주는 듯한 ‘대리만족’이라는 효과를 주기 때문인 걸까. 지금 세계는 먹방을 주목하고, 먹방에 열광한다.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먹방 콘텐츠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청자들을 자극한다. 먹는 소리를 부각한 ASMR 먹방, 거대한 양을 짧은 시간 안에 먹을 수 있는지 도전하는 챌린지 먹방 등이 생겨날 정도다. 다수의 먹방 크리에이터들은 먹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이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파생시키며, 자신의 영상을 클릭하게 하기 위한 요소를 더해간다. 각자의 매력과 독창성을 부각해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좋다. 다만, 그 수위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왜 먹방은 변질되었나

 

자극적인 썸네일과 제목으로 시청자들을 이끄는 먹방 콘텐츠 / 출처: 유튜브 화면 캡처

 

요즘의 먹방은 과거와 사뭇 다른 경향을 띤다.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선정해 먹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평소에는 잘 먹지 않을 독특한 음식을, 독특한 방법으로 대신 ‘먹어주는’ 경향이 강해졌다. 식용 분필이나 먹는 색종이 먹방이 인기를 끈 것,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먹는 영상이 화제가 된 것도 이러한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더 심각한 현상은 남들보다 더 달고, 더 매운 음식을 더 많이, 더 빠르게 먹음으로써 화제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만족감을 위해 소비되는 먹방 콘텐츠는 그렇게 차츰 변질되어 갔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꿀젤리를 먹는 먹방 유튜버들 / 출처: 유튜브 화면 캡처

 

요즘 먹방계에서 핫한 메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꿀젤리다. 꿀젤리를 만들어 먹는 영상이 하루에도 수백 개가 올라올 정도다. 지금 엄청난 인기로 퍼지고 있는 이 꿀젤리는 꿀이나 설탕시럽을 통째로 얼려 먹는 음식이다. 즉, 젤리라기보단 꿀과 설탕을 통째로 퍼먹는 셈인 것이다. 뜨거운 생크림에 초콜릿을 말아 먹는 조합이나 초코과자에 초코우유를 부어 먹는 과자탕이 인기를 끈 것을 보면, 먹방계의 유행이 점차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크리에이터들로 하여금 더 자극적인 음식을 먹도록 유도하며, 먹방을 보는 시청자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무의식적인 영향을 받는다. 몇 년 뒤에는 얼마나 더 달고 자극적인 음식이 먹방계를 뒤흔들어 놓을지 모른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만이 아닌,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도 가학적이고 극단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과자를 먹고 5분간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은 상태로 버티는 이른바 ‘원칩 챌린지’는 유행했던 2019년 말 당시에도 자극성 및 수위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청양고추의 220배 매운맛에 달하는 매운 과자를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는 과정 자체를 그대로 내보낸 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자극하여 더 엽기적인 반응을 요구하고 기대하게 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먹방은 위험하다, 당신이 실천에 옮긴다면

 

화제성만을 추구하는 몇몇 먹방들은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식단을 전파한다. 필요 이상의 달고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과도하게 폭식하는 행위는 단순히 재미와 대리만족을 위해서 소비된다기엔 시청자들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치킨, 피자 등의 패스트푸드나 짜고 매운 음식을 반복적으로 다량 섭취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먹방을 보는 와중에 우리는 그 사실에 무관심해진다. 내가 아닌, 남이 대신 먹어주는 방송을 볼 때는 내 건강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람들이 먹방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식사에 영향을 준다. 시청한 것을 그대로 자신의 식사 패턴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의 논문에 따르면, 먹방 시청 시간이 길수록 배달음식 및 야식 섭취의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1 또한 먹방 시청 시간이 짧은 사람들에 비해 탄수화물이 주인 음식이나 고기를 더 선호한다는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자신에게 친근한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들이 먹는 음식을 따라 먹어보고 싶어지고, 그들이 먹는 방법과 행위에 익숙해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것을 따라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무의식적인 모방 행위다. 먹방은 더 이상 대리만족용이 아닌, 잘못된 식습관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원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더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찾게 되었다. 앞서 살펴보았듯, 먹방계의 유행이 더 자극적인 음식으로 바뀌고 극으로 치닫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일부는 통삼겹을 그대로 잡아 뜯거나, 큰 유부초밥을 한입에 욱여넣으려 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과식과 폭식, 한입에 많은 양을 넣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를 따라 한다. 식생활에 있어서 그릇된 가치관을 일부의 비상식적인 먹방 콘텐츠가 조장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먹방의 부작용: 눈은 즐겁지만 몸은 고통받고 있다

 

최근 들어 20대 사이에서 당뇨 전조 증상이 흔히 목격되며 당뇨 환자 중 젊은 층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대 당뇨병 환자는 최근 5년간 50% 이상 증가했다. 비만 문제도 심화됐다. 특히 대한민국 청소년의 비만율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등의 소화계 질환도 2030세대에서 큰 증가폭을 보였다.

 

지금 젊고 건강하다고 해서 당뇨나 비만, 위장장애 등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누구나 그릇된 식생활로 인해 다양한 질병을 앓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다만, 그 위험에 가장 취약한 이들은 잘못된 식단과 식생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식단을 선호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당뇨를 비롯한 대부분의 질병의 원인은 생활습관, 그중에서도 식습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건강하지 않은 방법으로 소비하는 것은 당뇨뿐 아니라 비만, 위장장애 등 다른 질병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먹방은 식생활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먹방 규제는 우리에게 필요할까

 

정부는 2018년 국민 비만 관리 종합 대책을 확정 지으며 국민의 식습관을 위한 권고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먹방에 대한 규제와 가이드라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과도한 폭식을 조장하는 일부 콘텐츠를 지적하며, 먹방 시작 전 비만 및 당뇨 등의 질병을 경고하는 자막을 넣을 것을 강제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엄청난 논쟁이 불거졌다. 대부분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지나친 규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부의 규제는 단순히 먹방을 비판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다만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반적인 시청자는 스스로 건강하지 않은 식단과 식습관이 옳고 지속 가능한지를 되묻고, 정상적인 식단과 비정상적인 식단을 분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동, 폭식증 환자 등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하고 미성숙한 이들을 위해서라도 충동적인 결정을 막아줄 자율적인 제도나 가이드라인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누군가에게 먹방은 혼자 하는 식사를 외롭지 않게 해줄 친구 같은 존재이기도 할 것이며, 보는 재미를 선사하여 식사를 한층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존재이기도 할 것이다. 분명 먹방은 긍정적인 힘과 파급력이 있다. 그러나 자극적인 일부 콘텐츠에 대해서는 반드시 스스로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고, 그를 돕기 위한 규제는 뒷받침되어야만 우리의 지속가능한 식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다. 오늘 본 먹방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는 건 어떨까.

 

1. 남하얀, 정복미, 「20세 이상 성인의 먹방 시청 시간에 따른 식행동 비교 연구」,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 26(2),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2021, 93-102

박수빈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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