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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살고 싶어 해
  • 최소라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 승인 2021.07.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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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미디어는 아침, 저녁 할 거 없이 세상 곳곳의 (사실은 극히 일부인) 소식을 전달하고, SNS는 온종일 지인들의 근황을 알리며, 서점은 매일 다양한 사람을 담고 있는 책들로 채워진다. 그뿐 아니다. 위의 모든 것들을 애써 챙겨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터에서, 대중교통에서, 식당에서 의도치 않게 방대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가 종종 ‘이야기’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무리 세상에 관심이 많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체력이나 상황 등에 따라 진심으로 다른 존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가 힘겨울 때가 있기 마련이다.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도서 이미지 / 출처 : 직접 촬영

 

모두 경진과 이야기하고 싶어 해

 

은모든 작가의 소설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속 경진도 소설 초반, 타인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과외를 업으로 삼고 있는 경진은 항상 급히 식사를 하고, 이틀 연속으로 쉰 지가 까마득할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꽉 채워 사흘을 쉴 수 있는 휴가가 생긴다. 곧 있을 휴가를 기대하며 경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의 제자 해미의 집에 과외를 하러 간다. 그날따라 유독 다른 모습을 보였던 해미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경진이 더 물어봐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경진은 해미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을 여유도 없었다. 그 날 밤, 경진은 해미 어머니로부터 해미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곧 돌아오겠지 하는 마음에 경진은 조금 찝찝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야기하고 싶은 해미의 눈초리를 뒤로하고 해미의 집을 나선 이후, 경진은 해미가 여전히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휴가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경진에게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일들이 일어난다. 주변의 사람들이 다들 경진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마지못해’에서 ‘기꺼이’로

 

안경을 고치기 위해 방문한 안경점을 시작으로 약국에서, 과외 학생 어머니로부터, 친구 은주에게서, 산책하다 마주친 부녀에게서, KTX 옆자리 중년 여성으로부터 등 경진을 향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가깝지 않은 사이라면 나오기 힘든 이야기들을 훌훌 털어놓는 사람들을 보며 경진은 의아함과 피로감을 느끼지만, 점차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게 된다. 이때 경진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대상에는 경진의 엄마도 있다. 경진과 엄마는 2년 전 다툰 후 왕래가 없었다. 그러다 경진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신기한 일을 겪으며 엄마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 내 고향 전주로 향한다. 오랜만에 본 엄마의 모습은 달랐다. 매사에 아끼고 행복을 미루던 엄마는 2년 사이 많이 변해 있었다. 여유롭게 직접 커피를 내렸고 친구분들과 주기적으로 식사 모임을 가지며 산책을 했다. 그런 엄마와의 이야기를 통해, 경진은 엄마를 이해하고 자신을 짓누르던 예전의 감정들을 치유 받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설은 해미가 집에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과외를 하러 간 경진이 해미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며 끝이 난다. 경진은 이제 해미의 이야기가 누구보다 궁금하고, 해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경진에게 타인의 이야기를 기꺼이 자신에게로 들여올 여유가 생긴 것이다.

 

우리는 함께 살고 싶어 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지만,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듣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이야기를 어디까지 얼마나 자세히 알아야 하나, 알고 난 뒤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은 인간관계에서뿐 아니라, 세상의 소식을 접하면서도 계속된다. 제대로 된 휴식 공간도 없이 과로로 숨진 청소 노동자의 이야기, 악의적인 비난 별점과 갑질로 스트레스를 받아 숨진 자영업자의 이야기, 아동학대를 당해 숨진 어린이의 이야기 등 이야기 넘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행동해야 할까. 그 답은 ‘공생’에 있다.

 

소설 속 경진과 웅의 대화를 살펴보자. 누나의 육아를 돕고 있는 웅은 직접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 관련된 안 좋은 뉴스를 보면 뉴스가 귓가를 스치는 게 아니라 살을 파고드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운이 좋아 자신의 조카가 그런 일을 피해 간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는 당할 것이라고 말하며 생명체의 생존 자체를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경진은 ‘기생’과 ‘공생’을 예로 들며, 지구상에 먹고 먹히는 관계가 있듯 서로 도와 살아가는 관계도 있음을 짚어준다. 크라운 피시와 말미잘, 개미와 진딧물, 꽃과 벌, 꽃과 새 등.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일상에서부터 사회를 움직이는 법과 제도까지 완전히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 기관도, 언론도, NGO도, 기업도 모두 그 방식이 다를 뿐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사회 문제를 해결해 간다. 또한, 많은 사회 구성원들은 세상의 넘쳐나는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며 분노하고, 공감하고, 함께하고 돕는다. 세상에는 경진이 이야기한 ‘공생’과 같이 ‘약육강식’, ‘경쟁’ 외의 영역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에게 공생의 시작은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고, 각자의 사정, 상황이 있다. 그렇기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꼭 지켜져야 하는 것들을 고민해보자. 그리고 그것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세상 곳곳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 어떠한 지점이 지켜지지 않는지 들어보고, 행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내자. 그렇게 우리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세상은 더욱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변해갈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경진과 같이 이야기를 피하지 않고, 기꺼이 귀 기울일 수 있는 여유와 체력이 갖춰지길 기대해 본다. 

최소라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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