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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원 : 아메리카노 vs 최애의 메시지
  • 강지은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 승인 2021.07.11 18:48
  • 댓글 0

 

버블 서비스 소개 / 출처: (주)디어유 홈페이지

 

“버블 효자랑 효녀 누구 있어?”

 

아무리 요즘 팬들이 아이돌을 ‘유육(유사 육아)’으로 좋아한다고들 하지만, 버블 효자는 또 뭔데? 머글(케이팝 팬이 아닌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각종 팬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돌 버블에 관한 글이 화제다. 몇 주 전만 해도 OO 버블, 망한 버블 챌린지 따위의 해시태그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 이목을 끌었으니. 버블에 진심인 케이팝 팬들이 이리도 많다.

 

망한 버블 챌린지 1 / 출처: 트위터
망한 버블 챌린지 2 / 출처: 트위터

 

‘버블(Bubble)’은 아이돌 명가 SM 엔터테인먼트의 ‘리슨(Lysn)’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되는 구독형 메시지 플랫폼으로, 현재 JYP, FNC 등의 동종 엔터사에 도입되며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최애와 나의 프라이빗 메시지>라는 슬로건은 버블의 기능을 짐작게 한다. 1인권 기준 월 4,500원을 지불한 팬은 아티스트로부터 메시지와 사진(독점 셀카는 아무래도 인기가 좋다), 음성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받아보며 답장 또한 보낼 수 있다. 마치 카카오톡 1:1 채팅을 나누는 듯한 UI는 독특한 사용자 경험을 선물한다. 본인이 설정한 호칭(이름이면 이름)으로 메시지가 온다는 점, 아티스트가 나의 답장을 읽었다는 표시로 1이 사라진다는 점, 웃픈 티키타카 등이 바로 그것이다.

 

돈은 내겠지만 클래식은 영원한 걸

 

버블 구독 D+50일을 바라보는 작금의 상황에서, 해당 서비스에 대한 본인의 인식 변화는 꽤나 상당하다. 약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바쁜 일상에 치여 탈 케이팝 상태나 다름없던 나는 버블을 유료 심심이쯤으로 치부하며 코웃음을 쳤더랬다. 유머로 소비되던 ‘카스 썰’ 감성을 이제는 하다 하다 회사에서 돈 받고 파는구나 싶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오만함(?)이 무색하게도 버블은 모 아이돌에 코가 꿰인 나의 첫 번째 지출이 되었다. 물론 사전 검증의 시간은 필요했다. 다행히 나의 최애는 버블 효자로 명성이 자자했다. 옆집의 누구는 속 터지는 불효자 소리를 듣는 마당에, 이쪽은 이번 달도 버블 올 출석이라며 경사가 났다. 팬의 입장을 떠나 대가를 지불한 소비자로서 보상심리가 충족되니 ‘이거 생각보다 되는 장사네….’ 싶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 아이돌의 덕목으로 ‘팬 사랑’을 꼽는다. 그 척도는 소통의 질과 빈도다. 케이팝 4세대의 문이 열렸다고 평가받는 오늘날의 아이돌 시장에서, 소통의 플랫폼과 콘텐츠는 이전 세대들의 ‘떡밥 가뭄’과 비교해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이들은 더 이상 팬에게 적선해 주는 서비스가 아니다. 거친 정글이나 다름없는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전략인 것이다. 아이돌의 전반적인 능력치는 확실히 상향 평준화 되는 추세다. 올 라운더(다방면으로 특출난 포지션), 작사 작곡 프로듀싱 가능 따위의 수식어는 예삿일이 되어버렸다. 자본 냄새 가득한 노래와 세련된 스타일링까지, 그들에게는 음악적인 완성도와 스타성 그 이상의 플러스알파가 기대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캐릭터 해석의 자양분이 되는 소통이다. 너무나 인류애적인 행위, 말 그대로 ‘백 투 베이직’이 아닌가?

 

구독형 유료 소통의 명과 암

 

구독 경제와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회 전반의 트렌드다. 아이돌 산업 역시 주류의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 버블 구독료는 1인권 기준 월 4,500원이다. 넷플릭스 4인팟이 3,700원 수준임을 상기해보면 결코 저렴하다 볼 수 없다. 구독하는 아티스트의 수가 많아질수록 가격은 급격히 사악해진다. 더군다나 메시지 서비스 특성상 아티스트의 출석 성실도는 ‘돈값’과 직결된다. 아무리 팬들의 아가페적인 사랑이 바탕이 된다지만, 사라지지 않는 읽음 표시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방문 수는 평가의 잣대로 무섭게 변모한다. ‘바쁘면 안 와도 돼’에서 ‘돈을 날로 먹네?’로 뒤바뀌는 건 슬프게도 한순간이다. 이는 대체 누구를 위한 소통인가.

 

우리는 때때로 콘텐츠의 유료화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를 듣는다. 혹자는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이 점점 줄어든다며 불평한다. 팬들의 끊임없는 수요와 시장의 공급 간 마찰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누군가의 피 땀 눈물,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헌신과 사랑으로 굴러가는 신기한 산업이다. 어찌 모든 떡밥이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 있겠는가. 따지고 보면 과금러와 무과금러는 어느 판에 가든 존재한다.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그에 돈을 지불할 용의를 따져보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가치 판단을 따른다. 유무료를 불문한 콘텐츠를 건강하게 소비해야 할 이유다.

 

갓성비 덕질, 그거 뭐 어떻게 하는 건데

 

‘가성비 덕질’이라는 표현이 급부상한 요즘이다. 감당도 못할 앨범과 MD를 잔뜩 구매해놓고 후회하느니, 돈 좀 덜 쓰고 취할 것만 취하자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독형 플랫폼과 유료 콘텐츠가 시장을 얼마나 점유하게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팬들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케이팝 비즈니스는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또 다른 소통의 창구를 좁히고 진입 장벽을 높여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팬은 감정이 있는 ATM’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수년간 유머로 소비된 밈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유쾌하지도 않다. 한 쪽에는 좋아하는 마음, 다른 한쪽에는 돈과 시간을 올려놓고 끊임없이 저울질해야 한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니까. 결국 모든 것은 적정한 선을 지킬 때에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우리의 사랑과 정성을 쏟는 일에 결코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지은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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