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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 최홍석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 승인 2021.07.1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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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녹아든 성격 유형론

 

MBTI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 Type Indicator), 이른바 MBTI는 인간의 성격을 분류하고자 하는 성격 유형 지표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잘 알려진 지표 중 하나이다. MBTI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관심을 받게 된 이후, 우리 삶의 꽤 많은 부분에서 MBTI가 거론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친구들끼리 서로의 MBTI를 공유하기도 하고 처음 본 사람의 MBTI를 통해 그 사람의 성향에 대해 파악하려 해보기도 한다. 물론 MBTI를 맹신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열렬한 신도가 되어 MBTI를 신뢰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소소한 장난거리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을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을 이해하고자 시도하는 성격 유형론이 우리 삶에 매우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2021년에 이르러서 MBTI가 성격 유형론을 대표하는 가장 대중적인 수단이 된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

 

 

MBTI를 다룬 유튜브 영상들 / 출처 : 직접 캡처

 

MBTI, 과연 근거가 있을까?

 

메르베 엠베의 <성격을 팝니다>라는 책은 우리가 몰랐던 MBTI의 성장 배경과 발달 과정을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MBTI는 어머니인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평생에 걸쳐 만든 지표이다. 흔히 MBTI는 구스타프 칼 융의 심리이론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칼 융은 프로이트와 더불어 20세기 심리학계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 중 한 명이다. 융의 이론은 우리가 보기에 상당히‘신비주의적’이고 ‘형이상학적’ 혹은 ‘비과학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영혼’에 대해 파고 들고자 했던 융의 이론은 어떠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융은 사람의 유형을 어떤 상황에서든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여 자신을 개발하는 데 매진하는 ‘내향형’과 상황에 맞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쓰는 데 능숙한 ‘외향형’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외적인 실재를 처리하고 지각하는 데에 능숙한‘감각형’과 내적인 실재를 처리하고 지각하는 데에 능숙한 ‘직관형’을 구분하였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결론을 도출할 때 감정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사고형’과 감정에 의존하는 ‘감정형’으로 구별하였다. 어머니인 캐서린 쿡 브릭스는 융의 이러한 구분법을 참고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인 네 번째 범주를 추가하였다. 자신의 생활을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판단형’과 유연하고 개방적이고 즉흥적인 방식으로 삶을 이해하려는 ‘인식형’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캐서린과 이사벨이 MBTI 유형 지표를 만들 때 칼 융의 이론을 기초로 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융 학파에 속하는 분석가도 아니었고 전문 심리학자도 아니었다. 어머니인 캐서린은 어떠한 전문적인 심리학 교육을 받지 않은, 융의 사상에 깊게 심취한 아마추어 분석가이자 작가, 주부였다. 이사벨 역시 훗날 MBTI를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자문 역할에 뛰어들지만, 그녀 역시 전문적으로 심리학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다. 훗날 MBTI가 과연 융의 이론적 성격 유형을 평가하는 도구로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융의 이론을 기반으로 했다는 MBTI의 근거들은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 즉, MBTI는 융의 이론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이 대부분은 새로운 것들이며, 융의 용어들과 MBTI의 용어들이 많이 겹치기는 하지만, 그 용어들의 의미는 대부분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대에서 사용되는 MBTI의 의미들은 사실 칼 융의 심리학적 이론을 반영한다기보다는 대중성과 산업성이 가중된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메르베 엠베의 <성격을 팝니다> / 출처 : 네이버 책 캡처

 

성격 유형 검사 자체의 한계

 

캐서린과 이사벨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고유한 자아를 찾아내고 자기 자신을 실현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 그들은 성격 유형을 나눌 때, 어떠한 성격 유형도 다른 유형에 비해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으며, 각 유형이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들은 개인의 개성이 사회에 의해 함몰되지 않고 사회와 조화를 이루기를 원했다. 연애 관계에 있어 성격 유형이 서로 일치하거나 상호보완적이면 그 연애는 성공적이고 조화로울 것이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에 있어서 아이들의 성격 유형을 평가하고 아이가 가진 개성과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육아 방법을 취한다면 그 아이는 사회에 더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하였다.

 

하지만 MBTI가 과연 캐서린과 이사벨이 주장하듯이 각자의 개성을 대표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까? 현대 심리학계에서 그에 대해 내놓은 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우선, MBTI가 과연 개인의 개성을 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된다. 캐서린과 이사벨이 어떠한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 분석가라는 사실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MBTI는 사실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갖추고 있지 않다. 캐서린과 이사벨은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네 가지 지표를 토대로 자신의 남편, 아이들 혹은 주변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하였고 그들 나름의 직관을 발휘해 스스로 설문지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그러한 네 가지 분류 방식이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는 효과적인 도구라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설문조항들 역시 어떠한 통계학적 실험에 거쳐 나온 것이 아니라 모녀의 개인적인 경험과 자의적인 판단에 근거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즉, MBTI의 성격 유형들과 그 유형을 분류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어떠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검증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두 번째는 설문 답변에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당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반영된다는 사실이다. 설문 답변은 순수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성실하고 솔직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설문에 답변하는 ‘나’는 이미 다양한 사회적 가치에 물들어 있을 확률이 높다. 일례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MBTI가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MBTI의 이론상 성격이 바뀐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 각자의 고유하고 변하지 않는 타고난 성격이 있고 그 고유한 성격을 밝혀내려는 시도가 바로 MBTI 검사이다. 따라서 한 번 검사한 MBTI 결과는 절대 바뀌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MBTI 검사 결과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매우 흔하다. 이는 MBTI 검사 결과가 고유하고 변하지 않는 나만의 개성(무의식적인 자아, 있는 그대로의 나)을 보여주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사벨은 자신의 자녀들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고 그들의 유형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는데,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은 어렸을 때의 모습과 전혀 일관되지 않았다.

 

성격을 유형화하려는 시도에 내재된 문제점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범주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MBTI는 분명 유용한 측면이 있다. 우리 스스로에 대해 묻는 과정 자체는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 볼 시간을 주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현대에서 MBTI를 위시한 성격 유형 검사들이 활용되는 방식에는 자아를 탐구하고자 하는 욕망보다 다른 것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현대의 MBTI는 자본주의와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제 인간은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성격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으로 간주된다고 주장했다. 성공이란 주로 이 시장에서 자신의 성격을 얼마나 멋지게 ‘포장’해서 전달하느냐, 즉 자신이 얼마나 유쾌하고, 건전하고, 적극적이고, 믿음직하고, 야심찬 사람인지 이해시키며 자신을 잘 팔아넘기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개인은 이제 더 이상 고유한 속성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존엄한 존재가 아니다. INFP 성향을 가진 나는 PD, 작가, 예술 및 디자인 분야, 교사, 상담자, 자연학계 등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분야에 있어서 타인보다 더 재능이 있고 따라서 일을 할 때 더 ‘효율적’이고 ‘기능적’일 수 있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 역할을 맡고 싶다면 당신의 MBTI는 ENTJ(대담한 통솔자)인 것이 유리할 것이다. 인간의 성격은 상품화되었다.

 

성격 유형론을 비판한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지배층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정해진 틀에 맞추려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미 만들어 놓은 경제 체제의 틀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을 미리 정해 놓은 종류에 따라 분류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행위는 마치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그랬듯이 그들의 고유한 특징에 무관하게 꼬리표를 붙이고 이 꼬리표로 상대를 평가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을 분류하려는 욕망은 곧 사람들을 미리 정해 놓은 범주에 끼워 맞춰 그들을 쉽게 관리하고 조작하려는 욕망과 결합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MBTI을 만든 캐서린과 이사벨은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대면하고 각자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녀들의 꿈은 이상적이고 원대했다. MBTI는 그 나름대로 소소한 즐거움을 줄 수 있고 또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에 있어 유용한 언어(나는 외향형일까 내향형일까)들을 제시해 줄 수 있다. 하지만 MBTI를 맹신하고 진리인 것처럼 떠받드는 행위에는 사람을 분류하고 평가하려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최홍석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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