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지속가능바람 우리가 사는 세상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이끈 건 무엇이었을까
  • 양경민(영국 RHUL)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 승인 2021.02.27 23:22
  • 댓글 0

지난해 10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최연소 7급 공무원 김 씨 편을 시청한 적이 있다. 그녀는 만 20세에 7급 공무원에 합격하면서 ‘최연소’라는 기록을 세웠고, 필자는 유퀴즈 속 인터뷰에서 그녀의 피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8일 그녀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경찰은 김 씨의 실제 극단적 선택의 이유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과 동시에,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던 김 씨에게 직장 내 괴롭힘의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면, 네티즌들은 “김 씨가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김 씨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알 수도, 확신할 수도 없다.

 

김 씨는 유퀴즈 출연 당시 “인생에 후회로 남지 않게 한 번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포부를 보여줬다. 이렇게 당찬 포부를 가졌던 그녀였기에 네티즌으로부터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다. 필자는 직장인으로서 누구보다도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실제 직장인들이 겪을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진상을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내 괴롭힘, 멀리 있지 않다.

 

직장 내 스트레스 / 출처: Pixabay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직장 내 괴롭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법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노골적인 혹은 은근한 괴롭힘은 계속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가운데 무려 7명이 말과 행동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근 1년간 이직한 직장인 2명 중 1명은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여 직장을 떠났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히 주변 곳곳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하면 지속적인 직장 상사의 폭언, 욕설 등 인격모독의 행동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지나치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해 피해 근로자가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 역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중 하나이다. 업무 몰아주기 또는 업무 과다에는 직접적인 업무 수행 중에서 발생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업무 수행에 편승하여 이루어졌거나 업무 수행을 빙자하여 발생하였을 때 모두 이에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가해자로부터 피해자에게 향하는 지시나 명령 등에 폭언 및 폭행과 같은 비합리적인 처사가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행위가 발생할 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것으로 판단되어 직장 내 괴롭힘의 범주에 들어서게 된다. 이는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임은 물론, 피해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어 피해 근로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예시로, 특정 근로자에 대하여만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부여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에 대한 비인정 및 차별 등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곧 피해 근로자로 하여금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피해 또는 스트레스성 질환과 같은 신체적 피해, 즉 2차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직장 생활 속 고립된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또 이러한 스트레스를 참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화병으로 이어져 소화불량, 위염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의료기관에 근무하던 간호사 A씨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 강도가 높은 현장에 투입돼 무임금 노동을 강요받음과 동시에 선임 간호사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이후 간호사 A씨는 ‘적응 장애’ 판정과 함께 극심한 우울증과 지속적인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이처럼, 실제 직장으로 인한 우울증을 앓는 근로자들이 느끼는 업무 중압감은 우선 업무 과다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본인의 일은 ‘이것’이라고 말하기 힘든 잡다한 업무가 쏠려있는 것이다. 직장 상사 혹은 가해 근로자는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든 쉬운 일이든 상관없이 피해 근로자에게 업무를 부여하게 되고, 직장 내에서의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점과 함께 맡은 업무의 양이 늘어날 때마다 중압감은 점점 커지게 된다. 과도한 업무는 중압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노력과 보상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업무를 처리했지만 이에 대한 진급, 프로모션, 보상은 절대적 권력에 의해 실행된다는 것은 피해 근로자들을 큰 낙담에 빠지게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이젠 참지 말자.

 

밝은 분위기의 근무환경 / 출처: Pixabay

 

직장 내 괴롭힘의 형태는 다양하다. 폭행이나 협박은 물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언, 강요, 그리고 집단 따돌림으로 볼 수 있는 행위는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폭넓게 이해한다면, 누구나 자신이 부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더 나은 상황으로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되어, 직장 내 괴롭힘의 기준을 제시 및 판단하고 회사가 참고할 수 있는 표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기준은 실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적용될 때 매우 모호하며, 여전히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일반적인 독려와 질책의 수준을 넘어선 행위가 여전히 ‘성과 독려’로 인정될 경우, 피해 근로자가 이를 괴롭힘이라 느낄지언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적용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회사의 모든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완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사내 예방 활동 및 교육이 지속해서 시행되고 있다.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모두가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알고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근무 분위기는 ‘괴롭힘’이라는 악습을 끊고 변화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2차 피해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인생에 후회로 남지 않게 한 번 열심히 살아보자”

 

이는 유퀴즈 인터뷰에서 최연소 공무원 김 씨가 남긴 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녀지만, 화면 속 그녀의 모습에서 본인의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보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와 같은 꽃다운 나이에 멋진 미래를 꿈꾸며 취업을 준비하고, 혹은 이미 직장에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노력이 있기에,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직장 내 모든 행위는 금지되어야 하며 정당화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만약, 직장으로부터 말 못 할 고통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양경민(영국 RHUL)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