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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사는 법
  • 강지원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 승인 2021.02.2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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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 그러나 불사약은 영감님도 결코 못 보았겠죠?"

 

민영감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거야말로 내가 아침저녁으로 늘 먹는 것인데, 어찌 모르겠소? 큰 골짜기 굽은 소나무에 달콤한 이슬이 떨어져 땅속으로 스며든 지 천 년만에 복령(茯笭)이 되지. 인삼 가운데는 신라의 토산품이 으뜸인데, 단정한 모양 붉은 빛에 사지가 갖추어진 데다, 쌍갈래로 땋은 머리는 아이처럼 생겼지. 구기자가 천년 되면 사람을 보고 짖는다우. 내가 일찍이 이 세 가지 약을 먹고는 백 일이나 음식을 먹지 못하다가, 숨결이 가빠져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지. 이웃집 할미가 와서 보고는 이렇게 탄식합디다.

 

'자네 병은 굶주렸기 때문에 생겼지. 옛날에 신농씨(神農氏)가 온갖 풀을 다 맛보고 비로소 오곡(五穀)을 뿌렸으니, 병을 다스리려면 약을 쓰고 굶주림을 고치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네. 이 병은 오곡이 아니면 고치기 어렵겠네.'

 

나는 그제야 쌀로 밥을 지어먹고는 죽기를 면했다우. 불사약치고 밥보다 나은 게 없는 셈이지. 그래서 나는 아침에 한 그릇, 저녁에 또 한 그릇 먹고, 이제 벌써 일흔이 넘었다우."

- 박지원, 민옹전 발췌

 

연암 박지원이 지은 소설에서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한국인은 밥을 중시했다. 안부 인사로 밥을 먹었는지 묻고, 친밀감을 나타낼 때는 밥 한번 먹자며 말을 건넨다. 하지만 최근의 식생활은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이전에는 외식하거나 음식을 시켜 먹는 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가열만 하면 되는 밀키트부터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도시락, 냉동 볶음밥, 컵밥 등의 가정간편식(HMR)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신이 오늘 먹을 점심을 미리 생각해놓지 않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집 앞 편의점에만 가면 다양한 간편식들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달음식의 종류가 중화요리, 치킨 등으로 한정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이런 것도 배달이 된다고?’ 하며 놀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배달 플랫폼의 발달로 식사뿐만 아니라 커피와 빙수 같은 디저트까지도 배달 주문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로 식탁에서 간편식과 배달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맛있을뿐더러, 조리에 드는 시간과 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배달음식들 / 배달의 민족 캡처

 

또한 식사 시간과 빈도 역시 달라졌다. 기존에는 ‘9 to 6’의 약속된 노동시간에 맞춰 세 번의 식사 시간이 관습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 재택근무와 온라인수업이 늘면서 식사 시간과 빈도가 더 자유로워졌다. CJ제일제당 트렌드인사이트 팀은 올해 식문화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탈(脫) 삼시 세끼 (All day meal)’를 꼽았다. 가정 내 체류 시간이 늘면서 삼시 세끼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또한 CJ제일제당은‘아점(Brunch)/점저(Lunner)/야식+α’ 등과 같이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식사하는 경향이 짙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취하는 친구들을 봐도 이러한 경향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대면 수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만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져 늦은 밤까지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간편식과 배달음식을 선호하고, 식사 시간과 빈도가 자유로운 최근의 경향은 현대인들을 ‘식사’라는 의무로부터 해방해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식생활을 지속하여도 괜찮은 것일까?

 

간편식과 배달음식의 문제점

 

간편식과 배달음식의 문제점은 대부분이 고염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가정간편식' 중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유탕면 제품의 61.2%가 하루 나트륨 기준치인 2,000㎎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자시민모임 조사에 따르면 닭발, 막창 등의 안주 간편식의 평균 나트륨 함량이 955.1㎎ 정도로 하루 기준치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한다. 영양성분 표시가 미흡한 배달 음식은 더욱 심각하다. 식약처에 따르면 배달음식으로 선호되는 중식의 경우, 짬뽕 한 그릇당 나트륨 함량이 약 4,000mg 정도로 기준치의 2배 정도이며 짜장면 한 그릇도 약 2,400mg으로 나트륨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다. 이외에도 치킨과 피자 등을 포함한 많은 배달 음식들이 한 끼 식사만으로도 기준치의 절반을 넘는 나트륨을 섭취하게 한다. 이러한 고염식은 고혈압 및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키고 신장 질환과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은 위염의 유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치킨과 삼겹살, 곱창 등의 기름진 음식은 혈액에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이 늘어나는 이상지질혈증을 일으키는데, 이는 동맥경화로 이어져 각각 뇌동맥과 관상동맥이 막히는 뇌경색과 협심증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20대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남성 26.6%, 여성 10.2%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젊다고 이상지질혈증을 무시할 수 없는데,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동맥경화가 10대 때부터 진행된다고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음식과 간편식은 대부분 고염식이며, 고지방식인 경우역시 많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위험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배달음식과 간편식을 매 끼니 먹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식사시간과 빈도

 

자유로운 식사 시간과 빈도가 문제가 되는 상황은 과식을 하거나 늦은 시간까지 야식을 먹게 되는 경우이다. 야식을 먹고 바로 누울 경우 재발률이 높은 역류성 식도염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야식과 과식으로 췌장이 과로할 때 발생한다. 췌장의 베타세포에서는 음식 섭취에 의해 높아진 혈당을 낮춰주는 인슐린 호르몬이 분비된다. 식사량이 많아지거나 밤늦게까지 이어진 식사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면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재생되지 않는다. 당뇨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당뇨병은 질병 자체가 아닌 합병증이 문제가 되는데, 시력장애, 하지 절단, 심뇌혈관 질환, 신장 투석 등의 합병증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률은 13.8%로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를 포함하면 유병률이 26.9%에 이른다. 한국인의 4명 중 1명은 당뇨병의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나쁜 식생활이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점은 증세가 심해지기 전까지 병이 있음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이런 경향은 심해진다. 실제로 질병 관리청의 2016~2018년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관리현황을 보면, 30~39세의 고혈압 인지율은 19.8%, 당뇨병의 경우 33.6%, 이상지질혈증의 경우 18.0% 정도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65세 이상의 고혈압 인지율은 85.8%이며 20대의 경우 자료가 없지만 30대보다 인지율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러한 질병들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라 평생 안고 살아야 할 만성질환이라는 점도 큰 문제이다.

 

잘 먹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이 노력하는 것이다. ‘먹는다’는 것이 의미 없는 반복이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하루도 거를 수 없으며, 생활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행위이다. 따라서 먹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요리하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영양을 고려한 건강한 식단을 짤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삼시 세끼를 지키지 않더라도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바른 식생활을 위한 교육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간편식과 배달음식이 주는 시간과 노동의 절약이라는 이점을 포기할 수 없다면 적어도 먹는 음식들의 영양성분을 확인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달음식에도 영양성분 표시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자극적인 맛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먹는 사람의 건강을 고려하는 제조업체들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아무도 긴 여생을 투석하거나 혈압약을 매일 복용하고, 혈당으로 인해 식단을 제한하며 보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백세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자신의 건강에 달 렸다. 적절한 운동과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른 식습관을 형성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잠깐의 편안함을 위한 선택이 평생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고 나쁜 식습관을 경계해야겠다.

강지원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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