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지속가능바람 우리가 사는 세상
무방비하게 유출된 공동현관 비밀번호
  • 김광우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 승인 2021.01.31 21:02
  • 댓글 0

 

비밀번호가 그대로 유출된 한 건물의 현관 (출처 : 직접 촬영)

 

위험에 노출된 1인 가구

 

서울시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A 씨가 거주하는 다세대 주택은 인근 대학교 원룸촌에 위치해 있으며, 근처에는 많은 대학생 1인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A씨는 최근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거주하는 다세대 주택의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출 문제로 벌써 몇 년째 골치를 썩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과 같이 A씨가 거주하는 1층 공동현관에는 항상 현관 비밀번호가 적혀있다. A씨는 “몇 번이고 비밀번호를 지웠지만 다시금 적혀있다”라며 “찝찝하고 무서워 안전한 근처 오피스텔로 이사를 계획 중이다”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배달노동자들에 의해 유출된 공동현관 비밀번호

 

A씨의 사례는 드문 경우가 아니다.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의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출 문제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각종 언론을 통해 비밀번호 유출의 위험성은 보도되었지만, 여전히 유출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대체 왜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이토록 무분별하게 유출되고 있는 것일까. 대체 누가 현관에 비밀번호를 적어놓았으며, 이를 이용하는 것일까.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서 음식 배달업에 종사하는 B씨는 모두 배달노동자들이 적어놓았을 것이라 증언했다. B씨는 현관에 적힌 비밀번호의 정체를 묻는 말에 “배달노동자들이 건물 출입을 쉽게 하기 위해, 알아낸 비밀번호를 현관 근처에 적어놓는다”라며 “최근에는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많아져 영수증에 현관 비밀번호가 적혀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적혀있는 현관 비밀번호를 이용하기도 한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비밀번호가 없는 경우 고객과 연락이 안 되면, 현관 앞에서 마냥 기다리기도 한다”라며 현관 비밀번호 유출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문제를 다룬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다세대 주택의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적혀있는 경우 대부분이 배달노동자들이 배달의 편의를 위해 기재한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한 언론사와 인터뷰한 택배 배달노동자는 “원룸 건물은 거의 99%가 현관에 비밀번호가 적혀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새 이와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자 경찰청은 2019년 7월, 택배사와 배달업체 등에 ‘원룸 비밀번호 노출 관련 범죄 예방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해 이와 같은 일을 방지하도록 경고했다. 하지만 조치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같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벌어지는 비밀번호 유출로 인한 피해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해당 건물 입주민들의 안전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많은 다세대 주택의 특성상 공동현관 비밀번호만 유출되어도 자신의 방문 앞까지 외부인이 침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여성들은 이와 같은 문제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관에 적힌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통해 건물에 침입해 범죄를 저지른 사건 또한 존재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5년 현관에 적힌 비밀번호를 이용해 건물 내부의 자전거를 절도한 협의로 한 10대 소년이 입건되었다. 또한, 2019년 군산에서도, 위와 같은 수법으로 상습적으로 자전거를 절도한 24세 남성이 입건되기도 했다. 이미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이용한 범죄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멈춰야 한다

 

2019년 5월, 귀가하던 여성을 뒤쫓아 집에 침입하려다 실패한 사건인 일명 ‘신림동 원룸 사건’의 CCTV가 공개되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범인은 여성이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해 현관이 열린 틈을 타 건물에 따라 침입했고, 간발의 차로 방까지 침입하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해당 남성이 건물의 비밀번호를 알고 미리 건물에 잠입해있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사건은 미수에 그치지 않았을 수 있다. 이처럼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출 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직까지 현관에 적힌 비밀번호를 통해 성폭행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비밀번호가 유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졌고, 해당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이 시점은 해당 문제를 범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시기일 수 있다.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공동현관 비밀번호,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수는 약 90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9.2%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외출이 제한되자 요식업을 포함한 각종 업계의 배달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는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1인 가구가 증가한 동시에, 배달로 인한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출의 가능성 또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 통계다. 비밀번호 유출 문제가 더욱 확산할 소지가 다분해진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창문, 현관문 단속을 철저히 하고,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 차원에서의 방법은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당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공론화하고 각계의 협의를 거친 후,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적 차원과 함께 배달 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 사고가 생긴 후 대책을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은 부단히도 겪어왔다. 이제는 바꾸어야 할 때다.

 

김광우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광우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