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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안녕’하신가요?
  • 민혜기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 승인 2021.01.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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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 윤동주, 「병원」 中 -

 

 

정신이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쉬이 그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현재 당신의 정신이 건강한지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면서도, 역설적으로 본인의 상태가 어떠한지 본인 스스로 느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자신이 ‘안녕’한지에 대해 무감각한 채로 살아가기 마련이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 및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자연스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멋대로 속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삭막해진 현대 사회 속에 이젠 익숙해진 낮은 취업률은 물론이고, ‘코로나’라는 강풍이 불어오게 되며, 사람들은 더욱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치료받은 환자의 수는 2015년 대비 28.6%가 증가했고, 20대 환자 역시 만 명 이상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사회생활의 폭이 제한되고 고용불안이 증가한 만큼,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회초년생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졸업, 휴학, 복학을 앞둔 대학생들의 불안과 우울감에 대해 인터뷰해봄으로써, 정신 건강에 대해 무감각했던 현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더불어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건네고자 한다.

 

20대의 일상 속 불안과 우울

 

2021년 1학기를 끝으로, 대학을 졸업할 예정인 A씨를 만나보았다. 필자가 지금껏 바라본 A 씨는 늘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내뿜는 자타공인 ‘비타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에게도 남모를 걱정과 우울, 그리고 불안이 존재했다.

 

그녀는 자신의 불안과 우울감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스스로 늘 젊고 어린 나이라고만 생각했고, 물론 다른 이들도 20대 초반인 내 나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4학년이 되니 취업과 진학 문제가 참 우울하게 다가왔다. 주변 사람들의 변화와 발전에 비하면 나 자신은 여전히 제자리에만 있는 것 같아서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 시간을 보내고자 해도 ‘코로나’라는 걸림돌에 하고 싶은 것만 늘어갈 뿐, 실제로 실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나 자신이 도태되고 고여있는 듯한 감정을 떨칠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 초반에만 해도 계획했던 일들을 집에서 해보자는 마인드를 가졌는데, 갈수록 스스로가 의욕적이지 않고 안주하는 듯한 태도로 변하게 된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안 해도 피곤하거나 무기력함이 이어지게 된다. 요새는 아르바이트 핑계를 대며 이것만 해도 난 충분히 생산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것만이 지금 내 발전을 위한 건 아닌데 말이다.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으나 하기 싫어서 미루게 되고, 핑계가 늘어가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면서도 변화할 의지가 들지 않아 우울하고 불안하게 된다.”

 

그러한 불안과 우울을 이겨내기 위한 A 씨의 노력에 대해 질문했다. A 씨는 “나뿐 아니라 타인도 ‘나라는 사람’을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던지라, 우울함이라는 감정이 낯설면서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우울한 감정이 길어지자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함을 떨쳐 내보려 잠도 자보고 혼자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어보고 쇼핑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결국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비록 지금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잠시 쉬고 있지만, 개인 의지를 갖고 운동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걷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 외의 운동에는 관심이 없었다. 처음으로 나의 의지로 시작한 필라테스나 요가 등의 운동을 시작했는데, 한 시간 동안 땀을 흘리고 버텨가며 고민에 대한 짐이 덜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필라테스나 요가 등의 운동은 정적이면서도 다른 근력운동처럼 힘이 든다. 조용히 운동의 힘듦을 버텨내면서 정신이 안정되고 몸에 활력이 생기는 듯했다. 자신을 가꾸는 것은 단순히 공부나 일에서 벗어나 나를 챙긴다는 느낌에 자존감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은 힘들고 귀찮기도 하지만, 그러한 귀찮음을 이겨내고 운동을 다녀오면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 암울한 감정에 깊게 빠질 수 없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대학 입학 이후, 처음 휴학하는 B 씨에게도 역시 우울과 불안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취업 걱정에 도피성 휴학을 결정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만 있게 되다 보니,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늘어났다. 그중엔 미래에 대한 걱정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고, 곧 4학년이 되는 만큼, 이 걱정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나는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고, 화려한 스펙을 갖고 있지도 않다. 주변 취업 성공 사례나 친구들의 멋진 스펙을 보다 보면 난 같은 기간 동안 무엇을 했나, 하고 회의감과 자괴감이 든다. 그래서 결국 도피성 휴학을 결정했고, 여전히 위의 고민이 진행 중이다.”

 

B 씨는 우울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화상통화’를 추천했다. “원래는 밖에 나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우울하면 친구를 불러 조잘조잘 수다를 떨곤 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 친구와 밖에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지금은 21세기고, 화상통화의 질이 매우 좋아 이를 활용한다. 직접 대면하는 것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또, 최근엔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하루의 기분과 있었던 일, 느꼈던 점을 기록하고 나면 생각보다 내 하루에 행복한 일들이 곳곳에 많이 숨어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라고 답했다.

 

재학, 휴학, 그리고 이젠 복학을 앞둔 C 씨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건넸다. 그는 자신을 5년째 불안장애, 주요 우울증 및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만성 우울증 환자이자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나의 특이점이라면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고 돌아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정당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나름 활발히 활동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뉴스를 잘 보지 못했다. 뉴스를 보면 어느 순간 눈물이 나왔고, 뉴스에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크게 울기도 했다. 나는 누군가가 죽고 다치는 것이 끔찍이도 싫었고, 그래서 나를 위해 사회운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죽어가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사회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이 나의 큰 불안이자 우울이다. 행복한 사진으로 뒤덮인 SNS 피드 뒤에, 누군가가 죽고 우는 현실은 나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나 자신이 이러한 사회 속에 융화될까 괴롭고, 무섭고, 불안하다. 코로나 이후, 나의 불안함은 점점 커지는 중이다. 생존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 인간답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현실이 공포이다.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을 오로지 개인의 불찰로 치부하고 차별과 혐오의 언어들을 쏟아내는 것, 코로나로 직장에서 해고되고, 가게가 폐업하는 것을 수도 없이 목도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내가, 지인들이, 가족들이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불안이 생겨났다.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C 씨는 자신이 우울함과 불안함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먼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잘 챙겨 먹는다. ‘벤조다이아제핀’이라는 마약성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다. 사실 어떠한 행위보다 약물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약을 먹으면 그래도 대부분이 우울과 불안에서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어쩔 수 없는 불안과 우울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정말 신뢰하는 친구 몇 명에게 전화해서 울곤 한다. 사실 선호하는 방법이 아니라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친한 상대라고 한들, 감정이 과잉된 상태에서 뱉어대는 언어를 감당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를 괴롭고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주로 참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안녕’한 나를 위한 노력

 

20대들의 걱정 속에 코로나라는 독 한 방울은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져왔다. 일상을 망치고, 당연한 것들이 사라지며 더한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이 증가하게 되었다. 물론, 홀로 태어나 홀로 생을 마감하는 삶 속에서 우울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가만히 두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저마다의 걱정거리, 저마다의 불안, 저마다의 우울함이 존재한다. 그리고 저마다의 해소법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앞선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우울과 그 해소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실, 우울을 이겨내는 방법에 있어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신’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이다. 무감각했던 나의 불안과 우울, 그리고 현재 자신의 정신의 상태에 대해 고찰해본 적이 있는가? 소통의 단절이 지속 중인 지금, 당신의 신체뿐 아니라 정신의 안녕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당신은 지금 얼마나 건강한가. 작은 시도들이 모여 나 자신을 변화시킨다. 더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부터 고찰해보기를 권유하는 바이다. 그것이 작은 움직임과 기록, 나아가 치료와 약물의 형태일지라도 내일의 나를 위한 노력이 모여 건강한 미래를 만들 것이다.

 

과연, 당신은 지금 ‘안녕’하신가요?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민혜기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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