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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죄가 없다
  • 김용구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 승인 2020.04.1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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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뜸해진 도심에 출현한 야생동물, 인간의 생산 활동과 이동, 소비가 감소하면서 건강해진 지구,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 감소, ‘코로나19의 역설’이다. 강요된 일상의 절제가 지구환경을 회복하고 있다. 반면, 곤두박질치는 증시, 치솟는 실업률은 물론 변화된 일상으로 인간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주목할 것은, 질병 유발이라는 직접적인 방식보다 일상 파괴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인한 부정적인 인권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 정도와 범주, 회복 가능성 측면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 더구나 불평등은 여지없이 재앙 앞에서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는 감기를 일으키는 흔한 바이러스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코로나19 바이러스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다. 우리는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고 곧 일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사스와 메르스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된 적이 없다. 세 바이러스 모두 척추동물을 숙주로 인간에게 전염되는 인수(人獸)공통감염병으로 정확한 유행의 예측과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을 하는 세포가 아니다. 전파가 되려면 반드시 숙주를 필요로 한다. 밀집해서 살고, 왕성하게 교류하며 전 세계를 누비는 인간은 바이러스 숙주로 최적화된 존재일지도 모른다. 익숙하지 않는 인간의 몸에 적응하기 위해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하고 다양한 변종이 생겨나고 있다. 대응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오래 머물고 익숙해진 숙주를 버리고 인간 몸으로 터전을 옮기게 된 이유는 뭘까.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습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이 먼저 개발과정에서 토착민과 숙주 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했다. 파괴된 환경 속에서 숙주 동물의 개체 수는 줄어들고, 오갈 데 없는 바이러스는 인간을 숙주삼아 생존할 수밖에 없다.

 

이윤추구를 극대화하기 위해 복지를 축소하고, 적정한 임금과 고용안정성을 내팽개친 국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져다 준 재앙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이들 국가와 가치사슬로 깊숙하게 엮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과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경제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강요되면서 고통은 국가와 대륙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폐쇄된 병동에 갇힌 정신장애인, 집단수용시설에 생활하는 노인들은 집단감염에 취약성을 드러냈고, 흑인 등 유색인종의 사망률은 백인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비정규직은 가정먼저 직장을 잃었다. 온라인 교육은 디지털 복지가 취약한 이들의 교육 접근성 문제를 드러냈다.

 

어렵게 일상을 회복하더라도 소비를 장려하고 개발을 절제하지 않는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금융위기, 실업대란, 환경파괴, 자연재해 등과 마찬가지로 미지의 병원체에 의한 재앙도 반복될 것이다. 이 재앙들이 별개의 것이 아니란 것을 인식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코로나19 재앙이 그나마 인류에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 글은 YTN <人터뷰> “선을 넘은 녀석들 : 인수공통감염병의 비밀”을 참고하였습니다.

김용구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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