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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교황의 아동성범죄 대책이 생존자들에게 실망을 준 이유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소 30년 동안 가톨릭 교회를 괴롭혀 온 아동 성범죄 관련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단호한 행동(decisive action)’을 취할 것을 약속하며 2013년 바티칸에 입성했다. 성범죄에서 살아남은 전 세계 생존자들은 성직자들이 저지른 끔찍한 학대 행위와 고위 성직자들의 냉담한 은폐 행위에 대해 말해왔다. 2004년에 교회가 의뢰한 보고서에는 미국에서만 4,000명이 넘는 성직자들이 10,000여 건의 범죄 혐의를 저지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이후 이와 관련된 증거들이 늘고만 있다. 그럼에도 변호인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의 도덕적 권위를 되찾기 위해 강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방안 제시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28일 타임지에서 전했다.

​2월 21일부터 24일까지 교황이 소집한 역사적인 회의 에는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200명에 가까운 주교와 추기경, 그 외 고위급 성직자들이 생존자들의 녹음된 증언과 발언을 듣고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바티칸으로 모여들었다. 교단 측은 회의의 진정성을 알리려는 듯 워싱턴 D.C. 대교구의 전직 대주교 시어도어 E. 매카릭(Theodore E. McCarrick)을 회의가 열리기 불과 며칠 전인 2월 16일 교단에서 퇴출했다. 이로써 그는 현대 에 들어 처음으로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성직을 박 탈당한 인물이 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범죄 행위에 맞서는 ‘전면적 전투(all-out battle)’를 선언하기 위한 수단으로 회의를 이용했고, 교회 지도자들은 전 례 없이 조직의 가장 추악한 부분과 맞서는 것이라며 이를 환영했다. 이에 대해 어린이 보호에 관한 교회 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자 회의 기획자인 한스 졸 너(Hans Zollner) 신부는 <타임>에 다음과 같이 말했 다. “이번 회의는 교회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순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많은 운동가들과 생존자들은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범죄를 막기 위 해 무엇을 할 것인지와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에 대 한 처벌 규정 적용, 사법 기관과의 공조 등에 대한 구 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주교들에게 줄 새로 운 지침서를 발간하겠다는 약속만 내놓아 변호인들로 부터 회개하라는 비난을 받았을 뿐이다. 이에 대해 현 재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아일랜드 지부 국장이자 아일랜드의 성직자 성범죄 생존자인 콤 오골먼(Colm O’Gorma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새로운 지침 서를 작성하고, 개정하고, 의미를 희석시키고, 발표하 고, 무시하는 모습들을 봐왔습니다. 전례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교황의 도전은 교회의 교구가 자리한 수많은 지역이 각기 다른 태도를 취함에 따라 분위기가 시끄러워지면 서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스페인, 독일, 아일랜드와 같은 국가들에서 는 추문과 폭로 내용을 적은 긴 명단이 대중들의 관심을 얻게 되었고, 최고위층 성직자들은 결국 법과 마주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2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 법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 재정 고문이었던 조지 펠(George Pell) 추기경이 1990년대에 두 명의 성가대 소년들을 추행한 혐의로 작년에 유죄 판결을 받았음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신자들이 줄어든 것처럼 교회의 미래가 위태로운 상태인 동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아시 아,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지역들에서는 이 같은 심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생활과 성범죄를 여전히 금기시하고 있는 지역들에 서는 학대 관련 문제를 교회의 시급한 문제로 삼으려 는 시민 사회의 노력이 부족한 반면 생존자들이 목소 리를 내면서 겪게 되는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감시 단체인 ‘주교의 책임(Bishops Accountability)’에 따르면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는 학 대에서 살아남은 중요한 생존자가 홀로 나섰을 때 그 의 가족들이 그를 외면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성범죄에 대한 성직자의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생각과 위선, 안일함’에 대해 회의장 연 설에서 신랄한 비판을 퍼부은 베로니카 오피니보 (Veronica Openibo) 수녀는 이후 한 기자회견장에서 일부 아프리카 주교들이 자신의 입장에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들이 ‘아프리카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고 믿는다.’ 며 소년병과 어린이 인신매매를 예로 들었다. 칠레의 미성년 성 범죄 생존자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즈(Juan Carlos Cruz) 는 자신의 고국에서 수 년 동안 성직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애를 썼으며 이러한 태도는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타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교들은 자신의 나라나 교회를 좀먹고 있는 이런 상황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옹호자들은 교황이 너무 성급하게 움직여 배를 전복시킬까 우려하는 거라고 믿고 있다. 교황은 이미 교회의 진보파와 동성애와 재혼과 같은 문제에 대한 교황의 유연한 태도를 용납하지 못하는 보수파 사이의 분열을 봉합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두려워하지 마세요(Have No Fear)’라는 이름의 폴란드 생존자 단체의 변호사로, 회의에 앞서 교황을 만나 2012년 성범죄를 은폐하고 일부는 여전히 현직에 있는 24명의 폴란드 주교들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건넨 안나 프란코브스카(Anna Frankowska)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황이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은 교회의 통합인 게 분명합니다. 교황은 분명 명단과 범죄의 의미를 알고 있지만 그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주교들까지 혼란에 빠지게 만들까 두려운 겁니다.”

이에 대해 졸너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상의 하달 식의 규정을 만들기 전에 이 위기를 타개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성직자들의 의견을 통합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같은 대화 방식을 가진 대기업처럼 다국적 유기조직이 아닙니다.”

회의장의 대중들 앞에서 공개 연설을 한 생존자 중 한 명인 크루즈는 이번 회의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자국이라기엔 너무 끔찍하다는 데에 동의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망한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하 지만 단 며칠 만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회의를 주관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에요. 희망이 보이는 것 같네요.”

 

황지혜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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