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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에서 암호화폐는 거래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몇년 전부터 암호화폐가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화폐 본디의 목적보다는 투기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경제가 완전히 붕괴한 베네수엘라에서 오히려 거래수단으로 이용된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에서 과연 비트코인이 실물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9년 3월 19일 BBC 보도이다.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 10여 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수많은 비판에 직면해 왔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람들에게는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베네수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경험한 이후 화폐의 가치가 사실상 사라졌다.

​커피 1컵은 12개월 전에 0.75볼리바르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 화폐의 단위를 10000배 떨어뜨리는 화폐개혁 이후에도 373,233%의 상승률을 보여주었고, 현재는 무려 2800볼리바르에 달한다.(미국 달러로 약 21센트) 생활 필수품인 휴지나 의약품의 가격이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올라가고 범죄가 창궐하면서 지금까지 300만 명이 넘는 베네수엘라인들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볼리바르화에 대한 대안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화페로 눈을 돌리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2017년에는 15000파운드, 현재는 3000파운드로 떨어질 정도로 불안정함에도 널리 사용되는 것은 베네수엘라인들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베네수엘라 정부조차도 석유로 지원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인 '페트로'를 만들어서 경제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페트로를 사용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으며 사실상 사기라고 주장한다.

​CCTV 수리공인 엘리 메레고테(Eli Meregote)(28) 씨는 송금 서비스의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그가 현재 생활하는 콜롬비아에서 집으로 돈을 보내는 데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저는 2017년에 제가 베네수엘라에서 직장을 잃었을 때 암호화폐라는 것을 처음 알아냈습니다. 제가 지금 일을 하고 있더라도, 어차피 제 월급은 한 달에 4달러 수준이었을 것이니 전혀 쓸모없었을 거에요." 암호화폐는 "은행이나 제3자의 개입 없이" 그의 자산을 이용하는 데 "완전한 권리"를 보장해 주었다고 그는 말했다.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 덕분에, 저는 어떤 장애물도 없이 집으로 돈을 더 빨리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비트코인은 정부나 은행이 개입할 수 없는 세계적, 전자 화폐로서 처음 만들어졌다. 다른 많은 암호화폐처럼,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고 불리는 거래 장부에 모든 거래 내역을 영구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나 다른 1,600개가 넘는 암호화폐들은 '불안정하고,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돈 세탁이나 불법 거래에 사용된다'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인들에게는, 자국의 화폐로 자산을 저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대쉬 등의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나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베네수엘라인들에게 아주 매력적이었고, 일대일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인 Localbitcoins.com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개인간 비트코인 거래 규모는 미국과 거의 비슷할 정도이다. 3월에 전국적인 정전 사태로 인해 거래가 불가능해지면서 거래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암호화폐 데이터 트래커 Coindance에 따르면 2월에는 1주일에 876만 달러, 하루에 100만 달러가 넘는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카라카스의 경제 자문회사에서 일하는 경제학자 아스드루발 올리베로스(Asdrubal Oliveros) 씨는 "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이 실질적인 통화가치를 위해, 초인플레이션으로 지속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볼리바르화를 비트코인으로 환전하고 있습니다." "외화를 구입하거나 돈을 저장하는 데 비트코인이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사용하기 쉽고, 별다른 초기 투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라고 말했다.

​올리베로스 씨는 베네수엘라에서 많은 사람이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달러를 사용 가능한 해외거래 계좌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으로 월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볼리바르로 월급을 받는 것은 거의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 및 뉴스 플랫폼 Bitcoin.com의 베네수엘라 지사를 운영하는 매트 애론(Matt Aaron) 씨는 “우리는 카라카스에 있는 팀원들에게 비트코인으로 월급을 지급합니다. 비트코인은 즉각적으로 거래할 수 있고 거래비용이 적습니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으로 급여를 받는 IT 엔지니어 리카르도 카라스코(Ricardo Carrasco)(29) 씨는 암호화폐의 '팬'이다. "베네수엘라 밖의 사람들과 거래하는 데 비트코인이 길을 열어 주었어요. 우리는 우리 화폐를 달러나 다른 외화로 환전하기 어렵고, 해외의 은행을 사용할 수도 없는데, 비트코인 덕분에 이런 규제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어요."

​카라스코 씨는 Localbitcoins.com이나 다른 거래소에서 약간의 비트코인을 팔고, 그의 베네수엘라 계좌로 현금을 받아 온다. 그런 식으로 그는 그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꽤 간단하고, 직관적인 거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는다. 정부는 국내 계좌가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암호화폐의 양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거래당 수수료를 받고 있다.

​단 하나만은 확실하다.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의 가치 폭락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인들은 전자화폐에 그 어떤 때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콜롬비아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마을 쿠쿠타(Cucuta) 에서는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수만 명의 난민들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도 새로운 암호화폐 ATM기가 설치되었다.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산을 옮기기 위해서이다.

​그 ATM기를 설치한 아테나(Athena) 사에서 일하는 마티아스 골든호른(Matias Goldenhorn) 씨는 "ATM기 덕분에 베네수엘라인들은 비트코인을 쉽게 받고 즉시 콜롬비아 페소로 인출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로 망명하려 하던 베네수엘라 4인 가족이 있었죠. 14일간 버스를 타는 동안 그들의 전 재산을 현금으로 가져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계 덕분에 그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하고, 도착지에서 바로 현지 통화로 다시 환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죠." "비트코인은 삶을 훨씬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비트코인이 투기의 목적이 아닌 실용적인 목적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이용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현이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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