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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차별의 현재, 히토츠바시 대학 량영성씨 사건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 내 혐한 정서가 다시금 부상하던 와중, 일본 도쿄 소재 유명 대학인 히토츠바시(一橋) 대학에서 교수가 재일조선인 학생을 지속적으로 차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인 량영성씨(37)는 히토츠바시 대학 언어사회연구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재일조선인 3세이다. 가해자 J.F.맨큐소(이하 맨큐소 교수)는 히토츠바시 대학의 준교수로, 주로 일본인 학생 및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어학 강의를 맡고 있다. 맨큐소 교수의 재일조선인 차별 행위는 2016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사건을 알게 된 것은 2019년 4월, 필자가 히토츠바시 대학에서 유학하던 중 맨큐소 교수가 진행하는 ‘Academic Writing in English I’ 수업을 수강한 것이 계기였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수강생 중 한 명이 자신을 히토츠바시 대학 대학원 언어사회연구과 학생이라고 소개하자, 맨큐소 교수는 분노하며 "(언어사회연구과 소속) 량영성을 아느냐" "그 녀석은 쓰레기다" "그는 나를 근거 없이 비방했다"라고 소리쳤다. 이어서 "그(량영성)는 나를 SNS로 공격했다" "그는 내 수업을 몰래 녹음한 파렴치한 인간이다" "그는 강의실로 찾아와 나에게 폭력을 가했다" 등의 주장이 이어졌다. 맨큐소 교수는 약 10분간 량씨를 비난한 이후, 지나치게 과격한 진보는 극우 세력이나 나치즘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을 남겼다. 어떠한 경위로 량씨가 맨큐소 교수에게 폭력을 가했는지에 대한 부연설명은 없었다. 

해당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고자 히토츠바시 대학 대학원생들을 수소문한 끝에, 량영성씨와 연락이 닿았다. 량씨는 맨큐소 교수가 자신을 비방한 발언을 수집 중이었고, 필자에게 맨큐소 교수가 수업 중에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와의 인터뷰 과정 중에 맨큐소 교수와 량씨 사이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2016년 12월 14일, 량씨가 속한 반인종주의(anti-racism)단체 ‘ARIC’(이하 ARIC)에서는 ‘세계적으로 대두하는 포퓰리즘/(인종) 배제주의와 일본’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개최하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내셔널리즘과 이민자 배제 주의를 내세우는 우익 포퓰리즘 정치세력이 힘을 얻었다. 여러 나라에서 각종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ARIC은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내 혐오 발언을 분석 및 성찰하기 위해 해당 연구모임을 개최했다.

 

사진-ARIC 연구모임 포스터/ 출처: ARIC 홈페이지(antiracism-info.com)

 

오후 6시경, 맨큐소 교수는 익명으로 행사장에 난입하여 F워드를 연호한 후, “You are racist(너는 인종차별주의자이다)”등의 문구를 반복하며 행사 진행을 방해했다. 또 그는 량씨를 향해 “Do you have a passport(여권을 갖고 있느냐)” “Do you have a Gai-jin card(외국인 재류 카드를 갖고 있느냐)” 등의 차별 발언을 반복했다. 맨큐소 교수는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에 대해 량씨는 “또 다른 인종차별주의자가 자신을 찾아와 협박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다”고 회상했다.

2017년 2월, 량씨는 이 사건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히토츠바시 대학 괴롭힘(harassment) 방지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찾아가 진상조사 및 가해자 처분을 요청하였다. 같은 해 6월, 학교 측은 피해사실 조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량씨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인 8월 18일, 맨큐소 교수는 위원회에 량씨와 ARIC 구성원들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신고했다. 2018년 6월 위원회는 량씨가 자신을 폭행했다는 맨큐소 교수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정했으나, 1년 동안 량씨와 ARIC은 이와 관련된 비방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허위신고 인정 이후에도 맨큐소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량씨와 ARIC를 지속적으로 비난해왔다. 

 

사진-량영성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맨큐소 교수 트윗 / 출처: ;https://twitter.com/japan_john

 

맨큐소 교수는 자신의 SNS 계정 외에도, 수업 시간을 할애하여 학생들에게 량씨 및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서슴지 않았다. 2019년 6월 4일, 자신의 강의 ‘Presentation Skills in English I’에서 맨큐소 교수는 ‘Gook(국, 영어권에서 동양인을 가리키는 차별 용어)’ ‘바카총(일본에서 조선인을 차별하는 용어)’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량씨를 공격했다. 또 2019년 5월 7일, 같은 강의에서 그는 “Koreans are bunch of f**king idiots” 등 재일조선인을 차별하는 말을 반복했다. 

맨큐소 교수는 해당 사건 이전에도 여러 종류의 차별 발언을 반복해 온 경력이 있다. 그 예시로, 맨큐소 교수는 강의시간과 연구실 내에서 ‘Freedom of Speech Agreement’라는 조문을 내걸고, 그의 수업을 수강하거나 연구실에 출입하는 학생들에게 이를 준수하도록 했다. 해당 조문은 “모든 학생이 차별주의자라는 말을 듣지 않고 의사소통할 권리”를 보장한다. 아울러 “(맨큐소 교수의) 수업이나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과 관련해서도 불만을 표하지 않겠음”에 동의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해당 조문은 필자가 첫회 수업만 수강했던 ‘Academic Writing in English I’의 강의 계획서에도 게재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삭제된 상태이다. 

 

사진-히토츠바시 대학 강의계획서에 게재된 Freedom of Speech Agreement / 출처:ARIC Twitter(https://twitter.com/antiracism_info)

 

올해 8월 1일, 량씨와 ARIC의 구성원들은 히토츠바시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쿠니타치(国立)시청을 방문했다. 량씨는 쿠니타치시가 제정한 차별금지조례를 근거로 맨큐소 준교수에 대한 처분을 요청하였다. 당초 쿠니타치 시장과 심의회는 해당 조례에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조례에 근거하여 맨큐소 교수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량씨에 의하면 8월 26일 쿠니타치시는 답변서를 철회하고 맨큐소 교수가 량씨에게 행한 일은 차별행위에 해당하며, 시 차원에서 해당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임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고 한다. 쿠니타치시와의 면담을 기점으로, 해당 사건은 일본의 주요 언론사 및 한국 경향신문에 보도되며 공론화되었다. 

8월 1일 면담 당시 쿠니타치 시장은 “쿠니타치시에서도 재일조선인 아동 집단 따돌림 사건이 있었으나 (민족 차별 금지) 관련 법률이 존재하지 않아 가해 아동을 처벌할 수 없었다”라며 차별 금지 조례의 한계성을 언급하였다. 량씨는 이에 대해 “차별금지조례에 처벌 관련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시 차원에서 차별 문제와 관련해 학교 측에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량씨는 대학 측에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및 처분을 재차 요구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현재까지도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이다. 시 측에서도 학교의 폐쇄성을 이유로 대학 자치 행정에 개입하는 것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량씨는 학교는 공공장소이며, 학교의 구성원은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학교 측이 해당 사건을 방임하는 것은 교내 헤이트 크라임(hate crime)을 묵인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 외에도, 일본 내 재일조선인 차별 문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 최고법원(대법원)에서 조선인학교를 고교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하는 판결을 내렸다.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표현의 부자유(不自由)전’이 중단되는 등의 혐한 정서 표출도 이와 연관된 흐름으로 보인다. 량씨 사건처럼 명백한 차별과 혐오 발언이 있었음에도, 처벌 가능한 법규의 미약함을 근거로 차별이 용인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에도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 제정 후 2년이 지났으나, 그 규제 수준이 낮아 실질적 차별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일본어를 모어(母語)로 가지며 ‘조선인’이라는  복잡한 정체성을 가진 재일조선인들은, 일본 사회에서 끊임없는 차별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서 일본에 적을 두고 재일조선인으로 사는 것은, 각종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에 기반한 차별 선동의 희생양이 되기 쉬움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NO JAPAN, NO ABE 운동이 격화되고 있는 것에 비해, 재일조선인 차별 문제에 대한 주목도는 부족한 상황이다. 재일조선인 문제에 대한 한국 내 관심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량영성씨가 속한 반인종주의 단체 ARIC에서는 현재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히토츠바시 대학에서 진행하는 스페인 해외인턴 프로그램의 인솔자인 맨큐소 교수를 해당 프로그램으로부터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다. 자세한 내용은 하단 URL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change.org/p/%EB%B2%A0%EB%A5%B4%ED%97%A4-ceo-%EC%9E%90%EC%8B%A0%EC%9D%98-%EA%B0%95%EC%9D%98%EC%97%90%EC%84%9C-%EC%B0%A8%EB%B3%84%EC%9D%84-%EB%B0%98%EB%B3%B5%ED%95%B4-%EC%98%A8-%ED%9E%88%ED%86%A0%EC%B8%A0%EB%B0%94%EC%8B%9C-%EB%8C%80%ED%95%99-%EC%A1%B4-%EB%A7%A8%ED%81%90%EC%86%8C-%EC%A4%80%EA%B5%90%EC%88%98%EB%A5%BC-%EC%8A%A4%ED%8E%98%EC%9D%B8-%EB%8B%A8%EA%B8%B0%EC%97%B0%EC%88%98%EC%97%90%EC%84%9C-%EC%A0%9C%EC%99%B8%ED%95%B4-%EC%A3%BC%EC%84%B8%EC%9A%94

 

조시은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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