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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대학교 인권주간 행사 '불순물'

2019년 9월 16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제1회 인권주간 ‘불순물’이 진행되었다. 행사는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진행되었으며, 인권과 관련된 강연, 부스, 체험,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교내 곳곳에서 열렸다.

 

불순물 포스터

 

인권주간이란 인권을 이야기하는 축제로, 제52대 총학생회 ‘오늘’의 공약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진행된 행사이다. 현재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많은 대학교에서 인권과 관련한 행사로서 인권주간 또는 인권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진짜’ 여성, ‘진짜’ 난민, ‘진짜’ 장애인 등 사회는 끊임없는 ‘진짜’를 찾으며 순수하고 정상적인 모습만을 요구한다.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쉽게 배제되고 지워지고 사라진다. 숙명여자대학교 제1회 인권주간 불순물은 ‘진짜’의 기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순수함과 정상성을 가로지르는 ‘불순하고 비정상적인’ 모습에 주목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사회는 순수함과 불순함, 진짜와 가짜, 정상과 비정상을 재단하고 평가한다. 그리고 불순함, 가짜, 비정상을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그래도 되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여성이라서 받는 차별, 성소수자라서 받는 차별, 장애인이어서 받는 차별이 부조리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조리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다르다’는 이유로 불순하고 가짜이고 비정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두가 각기 다른 것은 차별과 억압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불순물 책자와 팸플릿

 

인권주간 ‘불순물’은 ‘진짜’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순한 것들을 조명하였다. ‘그래도 되는 것’과 ‘어쩔 수 없는 것’을 무너뜨리고 세상과 불화하는 불순함을 드러내며 이를 긍정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제52대 총학생회 ‘오늘’은 순수함과 정상성을 가로지르는 불순하고 비정상적인 모습을 돌아보며, 견고한 순수한 시대에 균열을 내고, 혼탁함을 선물하는 불순물이 되고자 했다. 또한 불순물이 살아가는 세상, 불순물이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인권주간을 기획하였다.

 

카페 슈룹

 

 

처음 진행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인권주간 행사는 다양한 부스, 강연, 전시 등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스는 ‘카페 슈룹’이었다. 슈룹은 ‘우산’의 옛말이며, 카페 슈룹은 혐오의 비를 잠시 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카페 슈룹에서는 혐오 표현이 금지된다. 잔디밭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혐오 없는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카페 슈룹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두 ‘나눔의 집’에 기부되며, 이용되는 모든 컵과 빨대가 생분해 성분으로 만들어져 환경 문제도 가볍게 여기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학생의 낭만 중의 하나인 잔디밭에서 앉아서 친구와의 시간 보내기를 즐기면서도,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혐오 표현이 만연했는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인권주간 행사인 만큼 한 가지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인권 문제를 다루고자 했던 흔적이 보였다. 인권주간이 진행되는 4일 동안 매일 오후 6시에 여성, 노동, 빈민, 난민을 주제로 하는 강연이 진행되었다. 첫째 날에는 ‘여성 서사의 질문과 정치적 쾌락’이라는 주제로 문화평론가 오혜진 씨가 강연자로 참석하였다. 여성들의 행복한 책읽기이자 동시에 죄책감의 원인이었던 장르에 대한 비판적인 독해를 통해 여성들의 다양한 주체화와 정치적 상상력을 추동하는 문화적 실천으로서 여성 서사 가능성에 대해서 탐색해보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둘째 날에는 영화 <카트>의 감독인 부지영 씨가 강연자로 참석하여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셋째 날에는 ‘빈민 운동사,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저항했는가?’를 주제로 빈민해방실천연대 수석부위원장 최인기 씨가 강연자로 참석하였다. 청계천 복원공사, 용산참사, 노량진 수산시장 등의 사건을 중심으로 운동사적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강연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난민 한국에 온 사람들’을 주제로 난민인권 활동가 이현주 씨가 강연자로 참석하였다. 한국의 난민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강연들은 사회의 정상성을 벗어난 불순물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기회를 제공하였다.

 

배리어프리 팻말, 점자 스티커

 

1캠퍼스의 중앙인 순헌관 사거리에서는 다양한 인권주간 부스들이 운영되었다. 장애인 인권 부스 ‘장벽을 허물자’에서는 다양한 체험 부스를 진행하였다. 배리어프리 경로 및 공간 찾기 퀴즈가 진행되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장벽을 허문다는 의미로, 이때의 장벽은 소수자를 제한하는 물리적, 제도적, 법률적 장벽, 각종 차별과 편견이 포함된다. 퀴즈를 통해 교내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베리어프리 하지 않은 곳이 얼마나 많은지를 일깨워주고 장벽을 허물고 베리어프리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참여를 독려했다. 또한 자신의 이름으로 점자 스티커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통해 교내 시설에서 점자 표시가 얼마나 부족한지 인지할 수 있었다.

 

‘무럭무럭’굿즈

 

성소수자 인권 부스에서는 교내의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인 ‘무럭무럭’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굿즈는 ‘무지개’를 테마로 한 스티커와,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support solidarity love’ 등 문구가 새겨진 책갈피, 타투 스티커가 준비되어 있었다. 부스 한편에서는 교내 성소수자 학우들이 쓴 메시지가 담긴 바구니가 있었다. 이 바구니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뽑아 답을 달아 옆 바구니에 넣으면 성소수자 학우들이 메시지를 뽑아서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뽑은 쪽지에는 ‘우연히 누군가 성소수자임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당황하지 마세요. 성정체성은 개인을 설명하는 수많은 도구 중 하나일 뿐입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쪽지를 읽고 여러 생각이 오갔다. 누군가가 나에게 성소수자임을 밝혔을 때 내가 어떻게 반응했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생각 끝에 나는 ‘연대합니다.’라고 적어 넣었다. 많은 생각과 많은 말이 떠올랐지만, 내가 그 자리에서 적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개발 전시 사진

 

교내 건물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었다. 그중 가장 가슴을 울렸던 전시는 ‘개발 (盖挬)-여기 사람이 있다, 아직 사람이 있다’ 였다. 개발은 덮을 개, 뽑을 발의 한자를 써서, 전시는 ‘철거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관 한 쪽 벽면에는 서울시 철거 지도가 붙어있었다. 서울시에서 일어난 강제철거와 그 당시의 사진과 설명이 서울시 지도위에 붙어있었다. 전시관의 다른 쪽 벽면에는 용산참사, 아현동 강제집행, 성북구 장위동 공장 강제집행 등 당시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여러 사진 중 가장 가슴이 아팠던 사진은 2018년 12월 아현동 철거민 박 모 씨가 한강 투신 전 작성한 유서 사진이었다. 강제철거는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철거민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사는 곳이 철거되는 것은 삶이 철거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누군가의 삶은 여전히 철거되고 있다. 철거민들의 투쟁 구호인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인권주간 현수막

 

인권주간 행사를 돌아보며 많은 생각할 수 있었다. 정상과 비정상, 진짜와 가짜, 순수함과 불순함을 나누고 재단하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내가 누군지 그리고 우리가 누군지 앞으로의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회가 규정한 순수함과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불순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한 걸음 멈춰서 바라보았다. 이제껏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불순물이라고 규정짓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행사였다.

대학은 인권문제를 선도적으로 제기해온 곳이다.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의 위계와 불평등이 강한 곳이고, 인권에 취약한 곳이기도 하지만 인권문제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동력들이 모인 곳이 대학이기도 하다. 대학의 순기능 중의 하나는 인권을 말하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업을 위한 스펙의 한 줄이 되는 대학이 아니라 인권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단위에서 함께 고민하고, 불순물들의 끈끈한 연대가 만들어지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인권주간이 이를 위한 한걸음이기를 소망한다.

 

황민지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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