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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의 항의에는 이유가 있다

택배 왔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외친 그 목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현관으로 향한다. 문을 반쯤 열어놓은 채로 택배를 바로 건네받으면 집안으로 재빨리 들어온다. 택배 상자를 해체하는 손놀림은 왠지 모르게 다급하면서도 설렌다. 주문한 상품이 괜찮은지 확인해본 후 이상이 없으면,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온라인 매장의 출현과 함께 택배산업시장이 거대하게 성장하면서, 이러한 상황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손에 쉽게 쥐어진 택배는 사실상 택배기사들의 희생이 담긴 결과물이다.

그들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아침 일찍 택배기사들은 물품 분류작업을 위해 물류창고로 향한다. 제각각의 무게를 지닌 택배 상자들을 배송지에 따라 옮기다 보면, 그들의 얼굴에는 그새 땀방울이 맺혀 있다. 택배 트럭에 상자들을 다 싣고 나면, 그들은 배송지역으로 서둘러 운전한다. 상자들을 어깨에 짊어진 채로 그들은 좁은 골목길들과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의 계단을 오르내린다. 고객들이 부재중이거나 주소지가 올바르지 않을 때는 일일이 전화를 거는 일이 추가되기도 한다. 그들이 운송을 마치면 어느덧 깊은 밤이 되어있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그들은 다시 새롭게 접수된 택배 물품들을 받아, 다시 집하장에 전달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일들을 매일 반복하며 살고 있다.

 

수많은 택배 상자들이 물류창고에 쌓여있는 모습

 

대부분이 택배기사의 업무가 엄청난 체력소모를 동반하는 가혹한 일임에는 쉽게 동의할 것이다. 그들은 주 52시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휴가 없이 일하고 있다. 심지어 유통업체 측에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물품 분류 인력을 줄이면서, 택배기사들이 이 업무를 무급으로 맡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토록 부당하고 열악한 근로 환경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서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에, 노동자들이 당연시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미 버거운 그들의 업무량은 설이나 추석 시즌 때 폭주한다. 그들은 명절 전후 기간 동안 하루에 500개 이상의 상품들을 배달해야 하며, 13시간이 넘게 일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그래서 다수의 택배 기사들은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9월 5일, 광화문으로 향했다. 택배 배달 노동자 캠페인 사업단인 ‘희망더하기’의 일원으로서, 그들은 자신들이 감당해야 하는 살인적인 노동 환경에 대해 밝히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더불어 노동환경이 하루빨리 개선되고 임금이 정당하게 지급되기를 촉구한다고 한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택배기사들의 광화문 기자회견 모습 / 출처 : 경향신문

 

그들은 이번 기자회견을 포함해 이전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의 가혹한 노동환경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외면받았다. 현재 대다수는 인터넷을 통해 물품을 주문하고, 배달되는 상품을 받는 과정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여긴다. 사람들은 그 시스템에 대해서 자신에게 편리하다고만 여길 뿐, 이를 배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따라서 그들은 택배기사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일 노력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상품의 배송이 느리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심지어는 인신공격을 하거나 직업 자체를 헐뜯으며 자신과 구분 짓는 사람들도 가끔 눈에 띈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택배기사들께서 희생하시면서 상품을 배달해주신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매장에 찾아가 구매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상품들을 구하기 위해 매번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아라. 그들이 없다면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큰 불편함을 당연하게도 겪을 것이다. 더불어 그들 역시 택배기사라는 직책 이전에, 고객들과 동등한 사람이다. 그들은 기계가 아니며, 업무로 인하여 매일 엄청난 육체적 노동을 소화하고 있다. 비오거나, 눈오거나, 덥거나, 춥거나, 그들은 자신이 맡은 배송물들을 손상 없이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경우 자신이 주문한 한 상품을 기다리는 것이지만, 택배기사들은 수많은 고객들이 주문한 수백개의 상자들을 나르는 처지다.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 고객들의 편의를 보장하는 택배기사의 업무는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며, 성과도 제대로 공급되어야 한다. 더불어 그들의 업무가 육체적인 노동에 속하는 만큼, 그들의 휴식시간 및 수면시간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한 노동자로서, 한 주체로서 말이다.

그들의 가혹한 노동환경에 대해 알고 있는 지금은, 고객들의 편의를 최우선시하는 총알배송이나 당일배송 시스템보다도 이를 위해 초과근무를 하며 지친 택배 기사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런데 현재 거대한 택배 기업들은 택배 기사들의 권리보장에 관련된 언론 보도를 막아 불공정한 계약을 지속시키려 하고 있다. 택배 기업들의 횡포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우리가 그들의 이유 있는 항의에 더욱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이다영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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